풍선을 부는 걸 좋아했다. 풍선을 부는게 좋았다. 풍선을 불면서 그 안에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담았다. 그렇게 불어 놓은 풍선들을 방안에 채워 놓으면 풍선은 자꾸만 쪼그라들어갔다. 그렇게 내 마음도 작아져 쪼그라들었으면 했다. 그러지는 못했다. 불수록 커져가는 풍선처럼 내 마음은 그저 커져만 갔다. 이렇게 불다가 언제가 터질 풍선이란걸 알면서도 커다랗게 불고 싶은 욕심에 부는 것을 그만두지 못 하는 아이처럼, 겁을 내면서도 그만두지 못했다. 어차피 너와 난 이뤄지지 않을 사이라는 걸 안다.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너와 내가 잘 되면 어떨까? 내가 널 권순영보다 더 먼저 만났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권순영이 사라져버린다면, 나와 권순영이 친구가 아니였다면 어떨까하는 그런 생각을 매번 했다.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널 좋아하는 감정들을 무시할만큼, 좋아하는 너와 제일 친한 친구인 권순영의 사이를 응원해 줄 만큼 난 착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난 아주 못된 사람이였다. 민규야, 나 여주 좋아하는 것 같아. 권순영이 내게 그 말을 했을 때 그 어떤 말도 해주지 못했다. 내가 봐온 순영은 정말 착한 아이인걸 알면서도, 순영에게 내가 널 좋아한다고 말하면 널 포기하고서 내 곁에 있어줄 그렇게 착한 친구인걸 알면서도 순영이 날 두고 갈까, 너가 날 두고 갈까 항상 두려하는 나는, 그저 초라한 겁쟁이일 뿐이였다. 너도 순영도 그럴 사람은 아니란걸 알면서도 난 내가 겁이 많다는 그 뒤에 숨어 멍청하게 축하도 그렇다고 너희들을 욕하지도 못했다. 민규야, 나 고백하려고. 아, 그래? 나 지금 좀 아파서 병원가려고 했는데 이따 다시 얘기할래? 같이 병원에 가주겠다는 순영이를 밀어내고 무작정 아무 버스나 타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하필 노래는 또 '연애소설'이 나왔다. 덜컥 겁이 나, 눈물이 났다. 잘 안됐으면 했다. 또 한편으론 잘 됐으면 했다. 그냥 무작정 내린 텅빈 버스 정류장이 내 모습 같아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한방울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집에 올땐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모두가 우산을 쓰고서 뛰어다녀도, 우산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우산 대신 풍선을 잔뜩 사고 집으로 와서는 그 풍선들을 마구 불었다. 너를 좋아한다는 전하지 못할 말을 가득 담아 넣었다. 여보세요? 민규야, 나 차였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 순영에게 전화가 왔다. 네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였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순영이 차인건 안타까웠지만, 나였으면 했다.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였으면 했다. 누군데? 여주가.. 너 좋아한대.. 손에서 불고 있던 풍선을 놓쳤다. 너를 좋아한다고 담아놨던 말이 메아리처럼 울리는 것 같았다. 좋아해, 널. 그 말이 방안 가득 찬것 처럼 내 심장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미안해, 위로해주지 못해서. 나도 알아, 네가 여주 좋아하는 거. 난 한심한 놈이야. 잘 됐으면 좋겠다. 순영의 말에 전화를 끊고선 무작정 너의 집으로 달려갔다. 순영은 한심한 놈이 아니였다. 나였다면 하지 못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순영은 했다. 여주야. 민규야, 무슨 일이야? 이 풍선들은 다 뭐고? 풍선을 내 손에서 놓았다. 네게 좋아해. 하고 말했다. 넌 웃으며 풍선을 후- 하고 불고선 손에서 풍선을 놓았다. 나도, 좋아해. 풍선이 쪼그라들면 널 향한 내 마음 너무 커 감당하지 못한 풍선들이 몰래 빠져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네게 내 마음 전한거라 믿어. 더 이상 풍선을 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풍선을 불 일 조차 없다. 난 네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분홍색 풍선 그 안에 가득하게 네게 해주고 싶은 얘기들을 담아놓고 잡아놨던 풍선을 손에서 놓으면 사랑해란 말만 메아리처럼 퍼지겠네. 매번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달빛천사님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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