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었다.
죽기 위해서 사는 거였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동안은 엄마도, 선생님도, 형도 내게 단비를 내려주지 못했다.
바라기만 했다.
무언가를 해 주기를 기다렸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등학교를 입학했다.
별생각 없이 일 년이 지났다.
가뭄이 더 빨리 오는 거 같았다.
목이 말라비틀어지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선뜻 내게 단비가 되어 주겠다는 손길을 내밀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고개를 들어 멋쩍게 웃어 보였다.
비가 내렸다.
나무가 자랐다.
비를 찾기에 바빠 잡을 생각도 못 했던 연필을 들었다.
고마웠다.
다 하나하나 다시 시작했다.
그냥, 어..
조금 그랬다.
앞자리에 앉은 뒷모습이 왠지 익숙했다.
한숨을 쉬며 내려가는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야,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근데"
"아니다."
혹 하나를 달고 왔다.
보기 싫었다.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우지호 역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나만 울상이었다.
아니다, 울상은 아니었다.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경아."
"어."
"쟤 괜찮지. 엄청 착하더라."
"그러냐"
이럴 땐
눈치도 더럽게 없었다.
아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경아."
".."
"경아."
".."
"야, 박 경."
"아, 뭐 말해. 하라고"
"뭐냐."
"뭐"
"삐져쬬?"
이럴 땐
더럽게 빨랐다.
민망했다.
"삐지긴 뭘 삐지냐."
"우리 경이 왜 삐져쬬."
"미쳤냐, 소름 돋는다."
"아, 어 미안."
그냥 웃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 박경. 단순하다 진짜."
"조용히해라."
듣기 싫었다.
방에서 들리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반기는 소리는커녕 울음소리만 들렸다.
몸으로 느껴지는 통증은 없었다.
난 아프지 않았다.
뻘쭘했다.
그냥, 귀를 뜯어버리고 싶었다.
그게 편할 거 같았다.
나 때문인 거 다 아는데, 그랬다.
괜히 짜증도 냈다.
운다고 상태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미안했다.
짜증 났다.
싫었다.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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