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청춘
비가 내린다.
수능 전 날, 학교가 일찍 마쳤다.
수능 전 날이라 그런 것인지 비가 와서 그런 것인지 기분이 왠지 모르게 센치해졌다.
몽글몽글해진 마음을 들고 철거예정인 학교 뒷 건물, 나의 아지트인 구 도서관으로 향한다.
구 도서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동안 부모님의 압박에 시달려 공부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또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무릎에 고개를 박고 몸을 웅크렸다.
‘쿵’
도서관 구석에서 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언제 소리가 났냐는 듯 어떠한 흔적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다 책장에 꽂혀있는 무수히 많은 책 중에 한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의 청춘」
뭔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책을 꺼내 펼쳐본다.
책을 스르륵 넘길 때 마다 하얀 먼지가 뜨거운 물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공기를 어지럽힌다.
술술 잘 넘어가던 종이들이 어느 순간 멈춘다.
218페이지
거기엔 한 장의 쪽지가 꽂혀있다.
[안녕.]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려주듯 종이는 색이 바래져 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가방에서 노트와 필통을 꺼내들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노트 뒷부분을 주욱 찢어 글씨를 새긴다.
[나도 안녕.]
쪽지를 원래의 쪽지가 꽂혀있던 책 218페이지에 다시 꽂아놓는다.
그것이 원래 그곳에 있던 것처럼.
책을 원래의 자리에 꽂아두고 구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
수능이 끝이 났다.
가방을 싸들고 시험장을 빠져 나온다.
수능이 끝나면 압박에서 해방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보다 더한 압박이 목을 졸라온다.
시험으로 좌지우지 될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 더 겁이 난다.
도저히 발걸음을 집으로 옮길 용기가 나질 않아 나의 아지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 도서관으로 들어오자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시간의 청춘」
어제의 그 책을 꺼내들어 218페이지를 펼쳤다.
내가 어제 놓고 간 쪽지와 다른 낡지만 새로운 쪽지가 꽂혀 있다.
[드디어 읽었구나! 며칠을 계속 확인해 봐도 내가 쓴 쪽지가 그대로 있어서 이 사람이 거짓말 한 건가 싶었는데. 반가워. 난 1986년도에 살고 있는 이석민이라고해. 넌 2016년도를 살아가고 있니?]
황당한 내용의 쪽지에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은 궁금증으로 가득 채워진다.
먼지가 자욱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와 같이 노트와 필통을 꺼내들어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여긴 2016년이 맞긴 한데. 넌 누구야? 진짜 1986년도를 살고 있어? 장난 아니고?]
황당한 내용의 낡은 쪽지를 빼고 자신의 쪽지를 낡은 종이들 사이에 끼워 놓는다.
책을 원래의 자리에 놓고 시간이 흐른다.
1분, 2분, 3분, ... 10분.
다시 책을 펼쳐본다.
새롭지만 낡은 쪽지가 꽂혀있다.
[진짜야. 이 책이 30년 뒤의 미래와 연결 시켜준다고 해서 나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 번 해본 건데 진짜로 미래랑 연결되다니. 신기하다. 너는 이름이 뭐야?]
아까의 행동들이 다시 반복된다.
[나는 김칠봉이라고 해. 19살이야.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얼떨떨하다.]
[나도 19살인데! 우리 동갑인네~ 친하게 지내자. 무슨 펜팔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동들을 반복했다.
-------------------------------------------------------------------------------------------------------------
안녕하세요~ 처음 글쓰는 시청이라고 합니다~!
맞춤법, 오타 지적 환영입니다~
말투는 둥글게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