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 엄지 사랑합니다^&^
*
“17번 고객님,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한 잔 나왔습니다.”
“잠깐, 잔이 왜 이렇게 쪼매나냐.”
“고객님, 에스프레소는 원두를 진하게 농축한 것이 특징으로-,”
“아니, 거 아가씨. 그러니까 내가 삼천 육백원이나 냈는데 말이야. 잔 크기가 이게 뭐야. 지금 나랑 장난하냐고.”
아, 시발. 왜 커피숍에서의 평화는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는 걸까. 마감 시간을 딱 십 오분 앞두고 찾아온 개저씨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내 인내심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를 처음 시켜먹는 사람 중에서 간혹 가다 적은 양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종종 있기는 했지만, 원래 이 음료가 이런 거다, 라고 설명을 해주면 겸연쩍어하며 납득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나는 기도했다.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진상의 스멜이 강하게 나던 이 중년의 아저씨가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고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죄송하지만 에스프레소라는 음료가 원래 양이 적은데다, 저희는 또 프랜차이즈라 회사에서 정해진 적량밖에 드릴 수가 없거든요.”
“이 씨벌, 뭐 그딴 변명이 다 있어? 야 이년아, 내가 이젠 너같은 꼬맹이한테도 우습게 보여야겠냐? 어?!”
“저기 고객님, 진정하시고-,”
“진정은 니미, 진정같은 소리하네! 점장 나오라 그래! 이 좆같은-”
기도는 개뿔, 이래서 내가 신을 안 믿는다니까.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진상 손님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한숨을 깊게 쉰다. 시계바늘은 어느덧 11을 가리키고 있다. 야호, 폐장시간이다. 근데 왜 이렇게 신이 안 나냐. 아, 맞다, 지금 내 앞에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온갖 쌍욕이란 쌍욕은 다 씹어뱉고 있는 아재가 갑질을 하고 있지. 하필이면 오늘 전정국이가 결근을 할 게 뭐람. 보통 진상 퇴치는 걔 몫이었는데.
“죄송한데 저희 영업시간이 끝나가서요. 컴플레인 있으시면 내일 점장님 계실 때 다시 찾아와주세요.”
“허, 이년이 미쳤나. 야, 손님이 왕인 거 몰라? 이거, 어? 이거 빨리 환불해주던가 더 주던가 해. 어디서 손님을 쫓아내려고, 이 썅년이-”
빡침의 게이지가 상승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댔다. 아무리 내 평소에 쫄보로 소문이 났어도 이런 폭언을 잠자코 듣고만 있는 건 상등신이다.
주먹에 힘을 주고 고개를 치켜드는 순간,
딸랑-,
“안녕하세요, 카페 아직 열렸나요?”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손님이 하나 더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폐장 준비 중이라…,”
아마 잔뜩 기어가는 목소리였을 것이다. 나는 인상은 마동석, 성격은 개좆같은 이 갑질남 하나 상대하기가 벅찼고, 때문에 지금 갓 카페에 발을 들인 손님마저 잔뜩 투덜대며, 구원을 갈구하는 내 눈빛을 무시하고 떠나버리는 것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제발, 나가시는 길에 112에 전화라도 좀 해주세요, 나는 유리문을 어정쩡하게 붙잡고 있는 남자를 향해 지을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런, 따끈하게 내린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가 아쉽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기며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저 언행불일치는. 보통은 저런 말을 하면서 카페를 나가지 않냐고. 폐장 시간에 이상한 사람을 둘씩이나 상대할 바에야 차라리 이 자리에서 일을 때려 치우겠다고 결심했다.
“이 새끼는 또 뭐야-, 이년 기둥서방이냐?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게.”
“보아하니 곤란하신 것 같아서.”
남자가 생긋, 웃으며 가죽장갑을 벗었다.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훈훈하다. 곱상한 얼굴에 곧고 비율이 좋은 몸이었지만 도드라진 턱선이라던가, 뼈 마디 마디가 툭 툭 튀어나온 마른 손이라던가, 지나치게 곱고 하얀 피부결, 모든 게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병약 미청년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된다. 진상 손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마감 알바생을 구하러 온 정의롭고 훈훈한 이 시민의 결말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아니, 상대가 거의 마동석이라니까.
“나이도 제법 있으신 것 같은데, 죄 없는 아가씨를 괴롭히면 쓰나.”
“이 씨벌놈이 지금, 반말-, 허, 지금 반말했냐?”
“점잖지 못한 발언은 자제하시는 게 좋을 텐데. 언어폭력도 협박으로 적용 되거든. 거기서 주먹이라도 들었으면 폭행미수로 형사소송까지 갈 수도 있는데 말이야.”
“이, 어린 새끼가-!”
“선택해. 나온 음료 잠자코 받고 꺼질래, 아니면 경찰차 타고 서에서 밤 한번 새볼래. CCTV 확인해보면 백발백중 그쪽 잘못일 텐데.”
“이 씨발, 두고 보자. 내가 니들 다 고소 먹일 거다.”
열한시 이십 사분. 거의 사십분 동안 진상을 떨던 개저씨가 유리문을 박살낼 기세로 밀며 떠났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남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세상에, 정의로운 병약 미청년이 마동석을 이겼다. 거의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 같은 충격이다.
“가…감사합니다.”
“당연한걸요. 아니, 그나저나 이 시간에 혼자 일합니까? 그것도 여자 혼자?”
“아니 원래는 파트너가 있는데 사정이 있어서…, 그나저나 정말, 진짜, 감사드려요. 사례라도-,”
“괜찮습니다.”
싱긋, 깔끔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돌아섰다.
몸짓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주제에 흘러내리는 듯한 말투를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퇴폐미가 뚝뚝 떨어지는 주제에, 그런 나른한 눈빛을 가진 주제에, 똑 떨어지는 엄숙한 정장을 차려 입고 있는 모순이 나를 잼처럼 발리게 했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유리문을 잡은 그를 불러세웠다. 갈라지는 목소리가 볼썽사나웠다.
“저기, 잠깐!”
“…?”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만들어드릴게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사양하지 않고,”
장갑을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은 그가 짙은 회색 머플러를 풀며 스툴에 걸터앉았다.
+)사담
요즘 보기 드문 젠틀맨 민윤기 X 카페알바 너탄
민슈가씨 저래 봬도 올해 100세십니다. 예. 100세요.
사연이 궁금하다면 다음편도 기다려주시는 걸로(찡긋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민윤기] 옴므파탈 젠틀맨은 100살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22/23/aa3f80f58e2b66dc12f89d385f057fe8.jpg)
![[방탄소년단/민윤기] 옴므파탈 젠틀맨은 100살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12/21/03bb432a0ee859e3647df618e3f82c4f.gif)
현재 난리 난 AAA시상식 이이경 수상소감..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