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깊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방안을 둘러보았다.캄캄한 어둠속에서 어스름한 달빛에 비쳐 눈에 들어오는건 책상하나와 급히 깔아둔듯한 매트릭스가 다였다.
남자가 말했던 대로 침대니 뭐니 가구가 없다고 해서 불편한것은 전혀 없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다른 무엇보다이곳의 분위기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편하게 있다고한들 자신은 편한 입장이 아닐뿐만 아니라 일단 나쁜 사람이 아닌것같은 호원의 집이라고는 하나 조폭의 집이지않은가.
호원의 집까지 오면서 겨우겨우 추슬렀던 감정이 혼자 이렇게 남게되니 다시 북받쳐온다.다시 눈물이 나올것같다.사춘기 여고생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제 어쩌지....?"
털썩 매트릭스위에 주저앉았다.불은 켜고 싶지않았다.불을 키고 이곳에 있으면 자신의 처지가 더 와닿을거같아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더욱 더 절망감을 느낄것만 같아서,원래 눈물이 많은 타입이 아니였고 혼자 살게 되면서 더더욱 강하게 살려고 노력했었기에
좀처럼 울지않으려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시 눈가가 아려왔다.두렵다.침착함?그건 자기합리화에 불과했을뿐이다.처음보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조폭임을 잊게 만드는 다정한 목소리에 내 자신을 숨겼을뿐.두려움은 사라지지않았던거다.어두운 방안,혼자 남게 된 이시점에서 그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흐으.........으...."
쭈그려앉은 채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었다.으으 하고 앓는 소리에 좁은 방안에서 울렸다.집으로 돌아가고싶다.
이곳보다 훨씬 좁고 추운곳이더라도 맘편하던 집으로 돌아가고싶다.매일 싸우듯이 놀았지만 항상 즐겁던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어쩔수없는 피붙이라는 건가.이런 사단이 나게 한 장본인인 원망스러운 아버지마저도 보고싶었다.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이 집 방음이 잘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소리없이 엉엉 울었다.
그때
"일단 뭐라도 먹자.하루종일 배고플텐........?"
어둡던 방안이 바깥의 밝은 빛으로 인해 환해졌다.그 환한빛을 등지고 호원이 제 앞에 서있었다.씻고 나온건지 어깨엔
수건을 걸치고 딱딱한 양복 대신 편한 옷차림새의 호원이 하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그자리에 멈춰서서 자신을 바라보고있었다.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어보았지만 스위치를 켜는 호원의 손이 더 빨랐다.
"......"
"......"
환하게 방의 불이 켜졌다.폭 파묻은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소리죽여울던 자신의 울음소리로 가득하던 방안이 순식간에 적막으로 휩싸였다.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고개가 들어올려졌다.울었을뿐만 아니라 갑자기 밝아진 실내 탓에 눈을 찡그렸다.
뿌얘진 시야너머로 무릎을 구부린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호원의 얼굴이 보였다.
"우는거 싫어한다고 했는데 또 우네"
"......아저씨...."
아 진짜,이 사람은 조폭주제에 왜 이렇게.....
"집에 가고싶어?"
"........"
".......집에는 못보내주는데...."
"....무서워요......무서워죽겠어요...아저씨..."
"원래 살던 데 보다 훨씬 좋지않나?너...내가 무서워?"
"흐......나 아버지랑 얼굴 못보고 산지 오랜데...정말...."
"기껏 달래놨더니 또 왜 그렇게 울어."
"집....보내줘요....흐으.....으...허...읍....여기싫어요..."
왜 이렇게 다정한거야........
말하다말고 설움이 북받쳐서 다시금 터진 울음보에 엉엉 눈물을 쏟아내었다.
어째선지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호원에겐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힐것같다는 생각과 극심한 불안감에 눈물은 주체없이 터져나왔다.
그때 볼에 차가운 호원의 손이 닿았다.아마 추하게 번져있을 눈물을 차가운 손으로 슥슥 닦아낸 호원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부탁은 들어주겠는데 집은 못보내주겠다."
"......"
"일단,일단은 뭐라도 먹자.안그럼 너 쓰러져"
차가운 호원이 손이 닿자 놀라서였을까.주체없이 흐르던 눈물이 뚝 멈췄다.
제 팔을 잡고 일으켜세우는 호원의 손길에 얼떨결에 자리에 일어나 호원이 이끄는대로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원은 아무말없이 자신을 이끌어 식탁에 앉히고는 싱크대 앞으로 걸어갔다.다시 적막한 공기가 집안을 덮었다.
"......"
어쩐지 싱크대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호원의 모습이 이질감이 넘친다.
요리와는 담을 쌓은 듯 왔다갔다 허둥대는 모습이 뒷모습을 바라보는것만으로도 당황했다는것이 느껴진다.
그 모습이 왠지 웃겨서 나는 방금 엉엉 울던것도 잊어버린채 계속 그 모습을 바라보고있었다.어쩐지,조금 귀엽다.
"미안.먹을게 이거밖에 없네"
호원이 내 온 것은 라면이였다.조폭과 라면...어쩐지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나저나 라면 하나 끓일려고 싱크대앞에서 그렇게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허둥댄건가?라는 생각에 호원을 쳐다보았고
호원은 자신도 어이가없는지 피식 웃었다.어쨌든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어쩌다보니 꼬박 하루를 아무것도 못먹었더니
맛있는 라면 냄새에 배에서는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친다.본능이 먼저 앞서 젓가락을 집어들고 라면을 먹으려하는데
맞은편 식탁의자에 호원이 앉는것이 보였다.응?나 혼자 먹으라는거 아니였나?라는 생각에 반대편의 호원을 쳐다보았다.
"아......저녁을 못먹어서"
호원이 작게 말했다.어쩐지 쑥스러운듯한 얼굴빛으로,그러고는 제 앞에 놓인 그릇에 라면을 퍼 담는다.어쩐지 그 손길에 조급함이 느껴진다.
조폭과 라면.상상했던것처럼 호원과 라면은 역시 더럽게 안어울리는 조합이다.그나저나 배가 많이 고팠나?시선을 라면에 고정한채
라면을 먹고있는 호원의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이미 방금 엉엉 목이 찢어져라 울었다는것은 잊은지 오래였다.
울었다 웃었다 감정기복이 심한게 정말 사춘기 여고생이 된듯한 느낌이다.
"아저씨...."
"....응?"
계속 라면에 꽂혀있던 호원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았다.
딱딱하기 그지없던 옷차림에 한치의 오차없이 깔끔히 정리되었던 머리가 편안한 옷차림에 방금 씻고 나와
자연스러운 머리로 바뀌어서 그런가 바라보는 호원의 눈빛이 달라보였다.맹수의 눈빛이 아닌 고양이의 눈빛이다.아주 조금 날카로운.
"아버지를 찾으면 저 보내주시는거예요?"
"...아마.."
"...그럼 아버지를 못찾으면요?"
"........아직 계획된 바가 없는데.."
"....."
"아,그래도 니가 생각하는 그런일....안시켜"
그말을 끝으로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아마 19살 평생을 살면서 가장 어색한 저녁식사인것같다.
"아저씨....그럼 저 여기서 한발짝도 못나가는거예요?"
"......뭐?"
"아버지 대신 인질인 격이잖아요.저 잡혀온거니까...."
"그...그건...."
"근데요 아저씨...궁금한게 있는데...아저씨 원래 성격이 그래요?"
"내 성격이 어떤데?"
"저같이 잡혀온 사람한테 너무 잘 대해주시는것같아서...다정"
"크흡!!!!!"
원래 성격이 직설적인 편이라 생각했던 바를 곧이곧대로 말하는게 직성인 탓에 이상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신세치고
너무 좋은 대접에 대해 물었더니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호원이 사레가 들린듯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로 가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신 호원의 얼굴이 사레가 들린 탓인지 약간 붉어져있었다.
"난 다...다먹었으니까 대충 올려놓고 들어가 쉬어"
어쩐지 말하는게 어색하다.하나 둘 하나 둘 걷는데 손발이 같이 나가기도 한다.저 아저씨 왜저래?
"아 맞다"
혼자 원맨쇼하는 느낌이다.혼자 중얼중얼 거리더니 이불과 베개를 한아름 안고와서 내방 매트릭스위에 놓아두고는
다시 걸어나온다.사레가 심하게 들렸던건가.얼굴이 아직도 꽤 붉다.조금 안정을 되찾은듯 차분히 다른 방문앞으로 걸어가던
호원이 무언가 생각난듯 다시 식탁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너 또 들어가서 엉엉 울지마"
"네?"
"나 우는거 진짜 싫어해.너 들어가서 또 울고 그러지마"
그러고는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듯 방금 그 방으로 쏘옥 들어가버린다.
한차례 폭풍이 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것같다.
사람의 온기는 물론이고 사람 사는 냄새도 안날것같던 이 차갑고 이질적인 공간이
갑자기 다르게 느껴진다.어쩐지 울적하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것 같다.
울었다 웃었다 사춘기의 여고생이 된것으로도 모잘라 조폭까지 귀여워보이다니...
극한의 상황이 되어서 내가 미쳐버린건가?........방금 호원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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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또 망글똥글이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쁜 야성 제가 다 망쳐놓고있는 느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번편에 댓글 달아준 그대들 정말 사랑하구요ㅠㅠㅠㅠㅠㅠ많은 관심 부탁드려요ㅠㅠㅠ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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