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열종/엘우] 그대의 지구에게 안녕을 문체 맛보기...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5/2/f52c08576052a61bded02cfe1100a990.png)
표지 제공해주신 여신님 감사드려요ㅠㅠㅠㅠ
내년부터 쓸거에영엥영
멍하게 앉아서 빗질을 하다가 티비의 버튼을 눌렀다. 꾹 하고 탄력있게 들어간 손가락이 이윽고 검은색 배경을 전환시켰다.
나는 음료수잔을 집어들어 탁자에 놓았다. 그리고 베이지색 패드릭 소파에 편안히 몸을 기대었다.
일정한 주파수가 반복되는 아나운서의 말소리가 들렸다.
유리컵에 담겨진 오렌지주스를 한모금 들이켰다. 여자 아나운서는 표정 변화 하나없이 뉴스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자그마한 종이가 몇장 들려져 있었다.
"2044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이...."
"현재의 NASA와 국제 UNEP(국제환경기구)은 비상사태가 걸려져 있으며, 학자들은 이 현상을..."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와서 이마를 찌푸렸다. 듬성듬성 구멍난 상태로 들려져 오는 말을 들으려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 댓바람에 입에 댄 주스를 몇방울 흘리고 말았다.
나도 참 칠칠맞다, 나이가 몇인데 이런 새삼스럽지도 않은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는지.
휴지를 몇장 뽑았다. 너무 새하얗기 때문에 만지면 주먹진 손금에 바스라져 사라질 것 같은 그런 휴지를.
맨투맨 후드에 묻은 주황빛을 없애려고 손 스냅을 몇번이나 들썽거리며 휘둘렀는지 모른다.
우씨, 우씨. 짜증스러운 말투가 흘러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옷이 더러워지는 건 질색이었다.
세탁기에 세제를 푸는 건 정말 귀찮기 때문이었다. 독한 냄새가 나고, 또 실제로도 옷이 독해지고 냉정해지는 느낌이었다.
간만의 외출이었다. 문을 열자, 끼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숨을 뱉자, 뭉글뭉글한 입김이 하늘로 올라갔다. 겨울이었다.
내 눈의 조준경에는 남자 한명, 그리고 배가 아픈지 혹은 노망이 들었는지 컹컹거리는 개새끼 한마리가 눈에 포착되었다.
나의 시신경은 옆구리살만 뒤룩뒤룩 찐 개를 지나 남자에게 돌아갔다.
앞에서 환경 미화원인지, 그냥 동네 이장인지 인상이 좋은 아저씨 한명이 빗질을 하고 있다.
아, 아마도 동네 이장은 아닌 듯 싶다. 동네 이장이라기엔 남자는 꽤나 젊은 얼굴에, 젊은 패션감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남자를 민망할정도로 응시했다.
허나, 남자의 손은 반응이 없었고 시선처리는 깔끔했다. 땅바닥에 눈을 고정한채 쓰레기가 보배로운 물건이라도 되는냥 조심스럽게 쓰레받이에 담았다.
빗자루 끝에서 먼지바람이 올라와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푸엣취이이잉!"
".....?"
몇초의 정적이 흘렀다. 내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재채기를 할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빗질을 하던 남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남자를 민망하게 하려고 했는데 도리어 내가 민망해진 상황에 광대의 온도가 올라갔다.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히 용광로에 달구어진 철처럼 빨갛게 물들었을 것이다. 분명히.
나는 볼을 비볐다. 창피했다. 나는 잔기침을 토해내고 후드집업에 손을 집어넣었다.
남자에게 말을 걸기로 결심하였다.
"저기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빗질을 하던 남자의 손길이 멈추었다.
반복되는 템포에 약간의 쉼표를 준 느낌이었다. 남자는 대답을 했다.
"왜요?"
나의 말에 입이 부드럽게 반응하며 웃었다. 이번에는 아예 나를 바라보면서 빗자루를 쥔 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하얀 먼지바람이 올라와서 나는 코가 근질거렸다. 나는 호기심반, 아니면 나에게 민망한 재채기를 안겨준 남자에 대한 원망반으로 토해내듯이 말했다.
"지구 멸망한다는데 이러는 이유가 뭐에요?"
이것을 좀 더 깊게 풀이하자면 니가 지금 하는 행동은 부질없어, 걍 관둬.
이 말이었다. 내 나름대로 우회적으로 돌려말하려니까 혓바닥이 구부러지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그렇잖아.
지구 멸망하면 이 초록색 지구도 사라지고, 남자도 사라질텐데, 남자는 왜.
"그 책 제목이 혹시 파란 하늘의 여자인가요?"
생뚱맞은 질문이었다. 하는 말의 요지에 적당히 맞는 답변을 둘러대듯이 말해주면 한숨이나 쉬고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남자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 말이 무시된 듯한 느낌에 속에서는 약간의 짜증이 밀려왔으나 얼굴에 볼멘스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건 내 소심한 성격상 할수 없었다.
나는 그 점을 인식하고 다시 대답했다.
"아, 네."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책 한다발을 꾹 누르며 겨드랑이 품속으로 가져다댔다.
그 덕분에 파란 하늘에 연을 날리고 있는 여자 한명이 내 겨드랑이 속에서 구겨졌다.
남자가 내 책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그 책 작가가 미완결 내고 죽었다면서요?"
"네 맞아요."
"그럼 왜 보세요? 어차피 결말도 나지 않았는데"
나는 당황했다. 솔직히 나는 지금 얼른 도서관을 가야했다.
내가 숨을 뱉는 순간에도 야속하게 시계 초침은 도서관의 폐문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질문의 골자를 깊게 파고드는 남자도, 그리고 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얼른 이 상황을 무마하려 모든 사람들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답변을 펼쳤다.
"제가 좋아서 보는거고, 또 결말이란 건 상상에 맡길수 있잖아요."
그 말에 남자가 다시금 숨을 들이켰다. 나는 이제 남자의 입모양의 미세한 움직임만 보아도 등근육이 긴장하고 있었다.
"저도 좋아서 합니다."
"....."
"저도 제가 있는 공간이 깨끗해지는 것이 좋아서"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투명한 눈동속의 검은색은 참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눈빛을 보자, 뭔가 심장이 저릿해지면서 이상하게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깨끗해졌으면 좋겠다는 남자의 소박한 바람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발걸음을 돌리자, 남자는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등 뒤에서 남자의 희망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상상을 합니다."
"...."
"지구가 저 때문에 다시 깨끗해지는 상상을요."
***
PART. 2
내가 그 여리디 여린 소년을 만난 건 그 이상한 환경미화원을 만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다.
맑은 날이었고 겨울임에도 햇볕때문에 추위를 즐길수 있는 날이었다.
나는 하드 아이스크림 막대를 입에 물고 있었고 약간 후줄근한 차림으로 아스팔트를 걷고 있었다.
근처 편의점에 삼각김밥을 사다 나온 길이었으며, 두 손은 검은색 봉다리를 꼬옥 쥐고 있었다.
먹을게 들어있으니, 보물단지 모시듯이 해야했다.
혓바닥이 질릴정도로 달콤한 감각을 즐긴 뒤 입에 삼각김밥을 물었다.
나는 근처 공원 벤치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광대가 미어져라 볼 안쪽에 삼각김밥을 들이미니 터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여전히 김밥을 문 채 도서관에서 가져온 '태양이 없는 땅' 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그 날의 기억은 내게 선명했고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나보다.
손에 집히는 책들마다 영 내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주제였음에도 나는 책뒷면에 바코드를 찍는 사서 누나를 발견하였다.
책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갑자기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약간은 거친듯하고 바위를 긁는듯한 숨소리가. 나는 소리에 민감했으므로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남자 아이 한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꽤나 먼 거리였으나 나의 명품눈은 남자아이가 얼굴의 무슨 근육을 일그러트리는지 느낄수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약간의 분노와 짜증이 담겨 있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며 커지는 아이의 그림자. 나는 당황스러움에 붙었던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들려졌다.
책이 덮어지고 음료수에 가져다댄 입술이 떨어졌다. 낡은 운동화를 신은 발이 주춤거렸다.
아이는 어느새 내 앞에 서 있었다. 왼쪽 얼굴의 빨간색 스크래치가 약하게 나 있었다.
누군가와 싸웠거나, 넘어진 모양이었다.
앞머리가 펄럭거리면서 아이의 눈이 보였다. 깊은 눈동자와 마주하자, 블랙홀에 빠진듯 머리가 아득해지고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채 9살도 안되어 보이는 여린체구에 저런 눈빛을 가질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이는 약간 헐렁한 브랜드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요새 청소년들이 많이 입는 노스페이스를 입고 있었다.
예쁘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아이는 멍한 눈동자로 나를 흘끔 쳐다보았고 나는 그 소년을 관통할만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왕자 같았다.
당장 내게 양을 한마리 그려달라고 해도 만년필을 자연스럽게 꺼낼수 있을것 같았다.
그만큼 눈동자가 예뻤으며 비웃음인지는 몰라도 슬쩍 올려진 입꼬리가 아름다웠다.
"안녕? 꼬마야?"
나는 그 어린왕자같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는 나의 인사에 눈꼬리가 곡선으로 휘어졌다. 정식으로 웃는 눈은 더더욱 예뻤다.
나는 무엇인가에 홀려 아이가 다친곳에 내 손을 갖다대려 팔을 뻗었다.
그 때, 남자아이는 웃는 표정으로 팔을 거칠게 쳐냈으며 나는 당황했다.
나는 그 때 이게 무슨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냐며 어린아이를 나무랐어야 했다.
아니면 그냥 음료수 빨대를 다시 입에 꽂은 채 집에 돌아가던가. 그런데,
"씨발, 야. 내 얼굴에 손대지마."
".....?"
"못생긴게."
내가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독자 여러분은 상상이 갈까 모르겠다.
나는 순간적으로 음료수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땅바닥에 직선으로 향하는 행로에서 방향이 변경되어 아이의 옷에 주황색 방울이 튀었다.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 씨발!!! 이게 얼마짜린데!"
***
허헠ㅋㅋ.....봐주실진 모르겠지만.....
댓글 하나도 없으면 저 민망하옵니다ㅠㅠㅠㅠㅠㅠ
이 글속의 남자들의 이름을 모두 맞추신다면
그대들은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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