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느림보 진도를 어찌해야 할까요. 아니 왜 이렇게 요즘 사람이 게을러터졌을까요.
대형견 썰이 썰임에도, 편수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오래 연재된 이유는 제 게으름도 한 몫한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
열어놓은 창문과 베란다 창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잠시 켜둔 환풍기로 인해 약간 서늘한 실내에서 윤기는 긴 소매의 옷을 입은 채 손가락 끝만 삐죽 내보인 채로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똑같이 얇은 긴소매의 상의를 입고, 발목에 딱 떨어지는 편한 바지를 입은 남준이가 자리하고 있었으면.
남준이의 얼굴 위에는 예전에 윤기와 같이 샀던 렌즈 없는 안경이 자리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티비화면에 보이는 드라마의 장면에 집중하면서 윤기처럼 손 끝이 삐죽 나온 소매를 만지작거렸으면.
드라마가 금방 끝나버리면 채널을 조금 돌리다가 멈추고는
계속 웅웅대는 환풍기를 끄고 다시 자박자박 윤기의 옆으로 걸어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 다음에는 살짝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가,
그 다음에는 윤기의 목덜미와 어깨에 얼굴을 부볐으면.
제 뺨을 간질이는 남준이의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귀에 윤기는 절로 웃음이 나와 남준이의 머리를 슥슥 제 손으로 부볐으면 좋겠다.
사르륵,
윤기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밝은 색의 남준이 머리카락이 흐트러졌으면 좋겠다.
윤기는 핸드폰 메모장에 내일 마트에 가서 사와야 할 목록들을 적고 있었으면 좋겠다.
하나하나. 중간에는 손가락을 꼽아보면서 사야할 것들을 천천히 적어내려가고 있었으면.
내일 우리 마트 가?
응.
어, 여기 강아지 간식이라고 써 있어.
응. 네 간식.
많이 사도 돼?
하루에 조금씩 먹으면.
사과 식초? 사과식초는 사과맛이 나?
식초맛 나.
남준이가 윤기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로 잠시 꼬리를 흔들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고개를 올려서 윤기의 뺨에 갑자기 입을 맞췄으면.
윤기는 힐끗 남준이 보다가 다시 머리만 슥슥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그게 시작인지 그 때는 몰랐으면.
남준이는 그 뒤로 윤기가 어딘가에 있으면 쪼르르 다가와서 허리를 꾹 끌어안고 뺨이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으면.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던 윤기도 계속 남준이가 따라오면서 입을 맞춰오니까 왜 이러나 싶어 꾹 밀어내기도 하고,
일해야 된다고 문을 닫고 들어갔다가 문 앞에서 어느새 강아지로 변해 낑낑대면서 문 아래를 긁어대는 남준이의 행동에 결국 다시 나오기도 하고,
잠시 소파에 앉아있는 사이에 계속 낯간지러운 소리를 울리며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는 남준이에 손을 들어 남준이의 입술을 꾹 눌러 막아내기도 했으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리광이야, 준아.
음, 오늘따라 입술이 간지러워.
간지러운 게 뽀뽀로 해결이 돼?
뽀뽀하고 싶어.
아까부터 계속 했잖아.
그래도 더 할래.
입술이 윤기 손에 눌려 웅얼웅얼거리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윤기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 끝에 입을 맞추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처음은 윤기의 손가락 끝에,
그리고 남자답게 튀어나온 손가락 마디에,
다음은 널찍한 손바닥에,
마지막은 손목에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윤기 너는 간질간질거리는 감촉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가 피고는
남준이가 자신의 손바닥에 얼굴을 부비며 내려오는 사이 제 손 끝에 걸린 안경이 보여 그대로 남준이의 얼굴에서 벗겨내었으면 좋겠다.
아슬하게 검지와 중지로 안경다리 하나를 잡은 채로
남준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두 시선이 맞붙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먼저 고개를 살짝 돌려 남준이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피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싫어, 주인아?
나 오늘 해야할 작업이 많은데.
싫어?
많다니까, 준아.
주인아.
김남준.
윤기야, 싫어?
자신의 손바닥에 닿는 말캉한 입술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감촉만으로도 간질거려 죽겠는데,
그 입술이 이번에 이름까지 불러오기 시작하자 윤기는 입술을 꾹 깨물었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보채는 제 강아지의 행동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여지없이 흔들리는 자신이 너무 여실하게 느껴져서 순간 헛웃음을 보였으면.
윤기는 손을 움직여 남준이의 뺨을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엄지로 느릿하게 부드러운 볼을 쓸어내리고는 살짝 몸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소파에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으면 좋겠다.
헐렁했던 소매가 손목 아래까지 내려가 윤기의 양 손목을 드러내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먼저 남준이의 한쪽 빰에 짧게 입을 맞춘 뒤에 이번에는 남준이의 목을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키스 진하게 하고 건들지 말기.
그게 가능해?
가능하게 만들어. 나 진짜 슬슬 일 시작해야 돼.
급한 거야?
미리 하면 좋지.
남준이의 꼬리가 느릿하게 살랑였으면 좋겠다.
윤기의 허리를 끌어안은 남준이가 천천히 윤기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도록 이끌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한 손은 소파 등받이에, 다른 한 손은 남준이의 어깨에 자리잡았으면.
그대로 두 하얀 손이 각각 쥔 것을 꾹 그러쥐었으면.
남준이가 고개를 올려 윤기의 턱에 한 번 입을 맞추고 고개를 살짝 틀어 윤기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으면.
윤기 너도 같이 남준이의 윗입술을 가볍게 깨물었으면.
느릿하게 입을 맞추고, 혀를 굴려 상대의 입안을 부드럽게 훑어내면서 살짝의 호흡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긴 듯, 짧은 듯. 입맞춤이 끝나고 떨어지는 윤기의 입술이 아쉬운지 남준이가 혀를 내어 젖은 아랫입술을 훑어냈으면 좋겠다.
부벼지는 코 끝의 간지러움을 느끼면서 느릿하게 눈을 뜬 윤기가 이번에는 두 손으로 남준이의 어깨를 잡았으면.
아쉽지.
…아니.
정말?
일, 해야된다니까.
입맞춤이 끝나고 나서는 남준이가 윤기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목덜미나 볼에 연신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입술과 윤기의 살결이 닿는 소리가 연신 울렸으면 좋겠다.
슬쩍, 윤기의 입술에도 짧게 입을 맞추는터라 윤기는 아무 말 없이 남준이를 내려보고만 있었으면.
윤기야.
갑자기 들린 이름에 윤기가 작게 몸을 떨며 놀랐으면 좋겠다.
또 한 번 입술을 꾹 깨물던 윤기가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양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으면.
항복.
그리고 다시 금방 남준이의 목을 감싸안으면서 남준이의 아랫입술을 먼저 깨물었으면 좋겠다.
일 안 해도 돼?
남준이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묻는 말에 윤기의 눈이 세모꼴로 떠졌으면.
네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냐는 듯한 모습에 남준이는 입꼬리를 올려 더 크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안 해도 되니까,
더 진하게나 하자고.
키스.
남준이의 뒷목을 잡고 당겨 입술이 거의 맞붙은 거리에서 그렇게 속삭인 윤기가 눈을 감지 않고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 시선에 대답하듯 남준이도 눈을 뜬 채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 다음 이어진 입맞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본 채 느릿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서로가 보이는 눈동자가 조금씩 짙은 감정으로 물들기 시작할 즈음에서야
천천히 눈꺼풀이 내려가면서 오로지 입술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온기만을 느끼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구겨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오늘도 제 강아지에게 휘둘렸다고, 짧게 한숨을 내쉬는 윤기가 보고 싶다.
제 옆에서 드렁드렁 잘 자고 있는 남준이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고 그 옆에서 같이 잠을 청하는 그런 윤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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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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