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결혼을 앞두고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은 터라 피곤한 상태였던 나는 어질러진 방바닥을 대충 치워가며 짐을 챙겼다. 그래, 분명히 피곤했다. 너를 까마득하게 잊고 지낼 만큼 바빴으니까.
방안을 뒤적이니 어릴 적 쓰던 물건들이 속속히 나왔다 각종 기념일의 우정 편지와 문구용품들…, 이제는 어색한 기억들이지만, 오랜만에 흐릿한 기억을 되새기며 추억에 빠지는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때 여느 것들과 다름없이 먼지 쌓여있던 상자를 열었을 때,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까마득하게 잊고 나 혼자 잘 살겠다고 결혼 준비를 하고 있던 내 앞엔 변백현 네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 너는 나이만큼 앳된 얼굴을 하고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꽃은 너무 빨리 시드니까 화분 속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겠다던 너였다. 그런 행동과는 다르게 너는 너무 빨리 시들었지. 짧은 시간만큼 반짝이던 너는 떠나고 이제 내 곁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 미안해 백현아.
오빠가 방문을 두드리며 무슨 일이냐고 들어오겠다고 하는걸 보니 나도 모르게 울었나보다.
"ㅇㅇ야 왜 그래? 응? 무슨 일… 아-"
사진 속 백현이를 알아본 준면오빠는 굳어진 표정을 이내 풀어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빠가 삐졌을까 걱정하는 예상과는 다르게 준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팔로 감싸줬다.
"…인사가 늦었네요. ㅇㅇ남편 김준면입니다. 아직 ㅇㅇ에 비해 부족한 게 많습니다. 그래도 많이 사랑해요, 앞으로 더 아껴줄꺼구요. 그니까… 걱정 말고 ㅇㅇ 맡겨주세요."
결혼을 앞두고 딴 남자사진에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에 속상할 만도한데 오빠는 오히려 의연한척하며 사진 속 백현이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다.
"…고마워 오빠."
"…힘들다."
"미안."
"아니, 그거 말고. 우리 ㅇㅇ, 벌써부터 이렇게 울려서 내가 어떡하지? 장인어른, 장모님한테 너 안울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쩌나~"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가만히 안아주는 준면에 ㅇㅇ도 준면의 허리에 손을 감고 말없이 안겼다.
'축하해'
액자 속 웃고 있는 백현의 입술이 달싹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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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아마 단편을 쓰지 않을까 해요.
조각으로 생각해둔건 여러개인데 뭐하지..........
귀여운 경수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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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얼굴 진짜 너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