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세훈
달도 부끄러워하는 꽃
[북한어]매우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길라잡이(길을 인도하는 사람;길잡이) 같은 녀석의 굽은 등을 바라보며 하늘과 연결된 것처럼 끝없는 계단을 바라보다 길섶(길의 가장자리)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녀석의 마르고 또래보단 넓은 등을 쳐다봤다.
"언제까지 올라가야 되지?"
나의 말에 녀석이 마른 웃음을 짓더니만 '저기 톳나무(큰 나무) 보여요?' 그 말과 함께 뼈만 있는 거 같은 다리가 움직인다. 그에 맞춰 나도 한걸음,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그 톳나무(큰 나무)까지 올라가야 해요"
녀석이 말한 그 나무는 맨 꼭대기에서 이 하늘을 향해 있는 집들을 다 감싸주는 것 같았다. 결국은 끝까지 올라갸아하네… 점점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다, 서로 맞닿는 좁은 골목길의 집들 중 칠이 다 벗겨진 청록의 문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눈자라기(아직 꼿꼿이 앉지 못하는 어린아이)정도 되려나?"
내 말에 선선한 초저녁의 바람을 타고선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니요, 저 집 아이는 이미 5살인걸요.' 하는 작은 녀석의 목소리가 조용히 스며들었다. 곰삭은 옷(오래되어 올이 삭고 품질이 약해진 옷)을 입고선 마치 서울 바닥나기(토박이의 고유어)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이 신기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나무에서 시선을 떼고선, 녀석이 뚫어질 정도로 바라봤다.
"세훈아, 내가 곱새겨봤는데(되풀이해 곰곰 생각하다.)…"
내 말이 다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골목의 들머리(들어가는 맨 첫머리)부터 계속해서 등만 보여주던 녀석이 드디어 나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직 말도 다 끝내질 않았는데 조금씩 붉어지는 녀석의 눈동자가 꼭 토끼 같았다. 이렇게 보면 또 괜찮은데…
"알았어요. 선배…다, 없던 일로 해요"
붉어진 눈과는 달리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끝낸 녀석이 코를 한번 훌쩍이더니 '오늘은 그냥 우리 집에서 주무시고 가세요. 날이 늦었으니까요…' 하며 동기 년들이 좋아죽겠다는 마르고 넓은 녀석의 어깨가 조금은 처졌다. 이것도 나름 괜찮고…
"그래, 사귀자…세훈아"
녀석의 삼백안이 순간 커졌다가 다시 작아진다.그리고선 그대로 등을 돌아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젠 저 등도 괜찮은데?
"장난 아니야, 세훈아"
저 조그마한 입이 나에게 고주알미주알(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해주면 좋겠다. 괴괴(쓸쓸할 정도로 아주 고요하고 잠잠하다)정도로 쓸쓸해보이는 세훈의 그 모든 게 다,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다 나에겐 괜찮아 보였다.
"한번 네가 말한 그 연애, 해보자"
그러니까, 다시 날 봐줘…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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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험에 나오는 순수한 우리말이란 프린트를 받고 쓴 글 ㅋㅋ....☆
이름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저 선배는 종인이가 확실합니다
오늘 나온 단어들
길라잡이(길을 인도하는 사람;길잡이), 길섶(길의 가장자리), 톳나무(큰 나무), 눈자라기(아직 꼿꼿이 앉지 못하는 어린아이),
곰삭은 옷(오래되어 올이 삭고 품질이 약해진 옷), 바닥나기(토박이의 고유어), 곱새기다(되풀이해 곰곰 생각하다.), 들머리(들어가는 맨 첫머리),
고주알미주알(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괴괴하다(쓸슬할 정도로 아주 고요하고 잠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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