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 팀장님 여기서 뭐하세요? (부제: 2편이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a/d/aad2c8963ad4a01877851921f9914787.jpg)
며칠째 손현 대리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팀원들 한명씩 암묵적으로 순서를 정해 팀장님께 물어보았지만 확답을 얻지는 못했다. 손현 대리는 뚜렷한 존재감은 없었어도 은근히 주위를 챙겨주었던 사람이었
다. 동기였던 찬열씨는 가끔씩 아련하게 자신의 옆자리를 쳐다보곤했다. 이곳에서 팀장님을 의심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혹시 극심한 감기에 시달리는 것이 아닐까? 요즘같이 대설주의보가 발효중인 마당에 내려지는 추측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있는 나로서는 저렇게 멀쩡한 팀장님이 감
기 환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저 먼저 퇴근할게요!"
6시쯤이었나. 노트북을 재빨리 덮은 찬열씨가 가방을 챙기고 후다닥 뛰어갔다. 그 모습에 팀장님도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아까부터 주섬주섬 가방에 뭘 넣던데, 아마 손현 대리에게 갈 것임이 분명했다.
찬열씨를 기점으로 직원 한두명씩 팀실을 빠져나갔다. 나도 슬슬 눈치를 보며 컴퓨터를 껐다.
가방 지퍼를 내리고 소지품들을 소리나지 않게 조심조심 넣었다.
"안녕히 계세요."
"도주임."
"네?"
야근해. 변백현 팀장님의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있었다. 그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말씀이세요?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어깨에 둘렀던 백팩을 의자에 다시 걸었다.
일개 주임이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다시 컴퓨터 스위치를 누른후 두손을 모아 머리를 기댔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늘 혼자서 영화를 볼 참이었는데 팀장님 덕분에 흥이 다 깨져버렸다.
"도와줄 일이 있어서 그래."
팀장님의 말투는 뭔가 달랐다. 쌀쌀맞았다. 예전에는 부들부들하고 폭신폭신했다면 지금은 사포마냥 까슬까슬했다. 그 거친 표면에 얼굴이 갈린 기분이었다.
미뤄났던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모을겸 포털사이트를 돌아다녔다. 팀실에 나와 팀장님의 타자기 소리가 번갈아 났다.
잠이왔다. 밖은 깜깜하고 팀실은 조용해서라는 원인이 작용한 것이었다. 야근하는데 졸면 쓰겠나. 나는 잠을 깨울겸 벌떡 일어나 인쇄할 자료들을 챙겨 팀장실 문을 두드렸다.
대답없음을 긍정으로 알아듣고 A4 용지를 팔랑이며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복사할것 있으시면 주세요."
변백현 팀장님은 자고 있었다. 의자에 머리를 정중앙으로 기대고 새근새근. 팀장실 안이 밖과 달리 너무 따뜻해서 담요를 덮어줄 배려까지는 필요없어 보였다.
자기 편하게 불을 꺼드리기 위해 전등 스위치가 있는 책상 옆으로 다가갔다.
"이게 뭐야."
컵 안에 액체가 눈에 들어왔다. 밑층은 반투명한 노란색, 윗층은 빨간색을 이루는 이상한 액체였다.
고개를 내밀어 냄새를 맡으니 비린내가 났다. 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역한 느낌에 토기가 올라왔다.
"욱."
괴상망측한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동시에 반짝하고 변백현 팀장님의 눈이 떠졌다.
나는 입을 막았던 손을 풀고 뒤로 물러섰다.
"차라리 장어를 드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뭐?"
"아무리 보양식이라도."
나는 컵에 담긴 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한손을 코 양사이를 눌렀다. 팀장님이 픽 웃었다. 그리고 컵을 와인잔 돌리듯이 빙글빙글 움직였다.
유리가 플라스틱 테이블을 스치는 소리가 섬뜩했다.
"이만 가봐."
"예? 팀장님은요."
"따로 할게 있어. 알다시피."
팀장님은 마지막 네 단어를 강조하며 눈을 치켜올렸다. 눈꼬리가 쳐진 사람이 그런 얼굴을 하니까 더 무서웠다. 뻣뻣한 몸짓으로 팀장실을 나와 허겁지겁 가방을 꾸렸다.
팀장실 블라인드가 빛을 차단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온 근육이 풀렸다.
옷새무새를 정리하고 백팩을 매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3통 연달아 찬열씨에게 온 문자였다.
'손현 대리 며칠째 집에 안들어왔대.'
'주인 아주머니가 문 따줬어.'
'집에 아무도 없어.'
나는 답장없이 홀더를 눌러 화면을 닫았다. 팀장실을 쳐다보았다. 비싼 블라인드 탓에 내부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관계만 하는 파트너라 쳐도 걱정이 되지 않을까. 친하지 않은 직장동료의 부재는 내 상관할바 아니었다. 정년때까지 탈없이 월급 받아먹는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팀장실로 다시 향하고 있었다.
"팀장님, 손현 대리 어디갔습니까?"
"휴가 보냈어요."
노크는 내 정신없는 행동으로 생략했다. 완벽히 빛을 차단한 팀장실은 암흑이었다. 어둠속에서 답이 들려왔다.
"피곤하니까 나가줄래요?"
"죄송합니다."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른 것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하는것을 분명히 들었었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이 팀장님 버릇이라면 아랫것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팀장실 문을 쾅 소리나게 닫았다. 바람 때문이라고 핑계대면 그만이었다.
누구는 안피곤한가 싶었다.
'찬열씨 알아냈어요.'
'뭔데요?'
키 하나하나 누를때마다 진동이 웅웅 울렸다.
'휴가 까지 쳤을때였다. 난데없이 팀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다 비운 컵이 내 손에 쥐어졌다.
"부탁해요."
피로 물든 입술을 소매로 닦은 팀장님은 미소를 띤채 먼저 내 앞을 지나갔다. 뉘앙스가 왠지 이것만을 부탁한다는 말이 아닌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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