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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 

"잘못봤어요. 죄송해요." 

"눈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야." 

 

째려보며 "어우 싸가지."라고 중얼거리지만 문현아가 잽싸게 내 입을 틀어막는다. 

 

"다 들려, 멍청아." 

"선생님, 화장 지워져요." 

"싸가지." 

"잘 아시네요." 

 

얜 수학선생님인데 3년 내내 우리반 수업이다. 뭐 그 중 2년은 담임선생님이기도 하고. 

 

"수업이나 들어가." 

"네." 

 

항상 반에는 늘 친구가 없었다. 있어봤자 작년, 제작년에 안면 튼 애들이 전부였다. 그냥 반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 원래 친한 친구들이 더 편하고,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싫었다. 물론 지금도 싫고. 하지만 학교 내에서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꼭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바로 우리 담임. 

 

"책 필까?" 

"샘, 공부해요?" 

"시험 끝났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냐, 얘들아." 

"또 시작이시네. 그냥 하루만 놀게 해주세요." 

"놀고싶지?" 

"당연하죠." 

"영화 가져왔어?" 

"아니요." 

"그럼 공부해야겠네. 책 펴." 

"아, 너무하시네. 박민하, 영화 없냐?" 

"야동은 있는데." 

"그거라도 틀으삼." 

"안 돼. 책 펴." 

"아니, 선생님, 저희 19살인데 뭐 어때요." 

"학교에서 보여주면 나 잘려." 

"아, 아까워라." 

 

결국 선생님이 자기 돈 주고 다운로드 해서 영화봤다. 사실 다들 본 영화였지만 선생님이 못 본 영화라길래 모두 숨죽이고 봤다. 중간에 깜짝깜짝 놀라는 담임 덕에 우리는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어느 새 종이 쳤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사랑합니다." 

 

우리 학교의 인사말은 '사랑합니다'이다. 솔직히 고등학생이나 돼서 초등학생 때나 쓰던 인사말을 쓰나 싶었지만 익숙해지면 학교 밖에서도 툭툭 튀어나올 때 나름 웃기고 재미있기도 하다. 

청소당번인 박경리한테 한껏 미소를 뽐내는 문현아를 보고 질투가 아닌 화가 났다. 

청소가 다 끝나고 문현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박경리가 그렇게 좋아요?" 

"어?" 

"박경리가 그렇게 좋냐고." 

"무슨 소리야." 

"아까 박경리한테 웃어줬잖아요. 그것도 세상 다 가진 것 같이 함박웃음을 그냥..." 

"야, 학생한테 웃어준 게 뭐." 

"그게 누가 학생한테 웃어준 거라고 알겠어요? 선생님 표정만 보면 아무도 모를 걸요?" 

"아이고, 별 게 다 질투난다." 

"이게 별 거인가."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우리 민하." 

 

솔직히 더 화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문현아 그 말투가 좋으니까. 그냥 문현아 자체가 좋으니까. 

우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현아의 집으로 향했다. 

 

"'샘." 

"응?" 

"샘은 저 싫어요?" 

"아니?" 

"그럼 좋아요?" 

"당연하지." 

"사랑해요?" 

"응!" 

"근데 왜 사귀자고 안 해요?" 

"뭐가..." 

"왜, 왜 아무말도 안 하냐고요." 

"민하야... 너 나이가 지금." 

"그게 중요해?" 

"그니까..." 

"그거네, 나이가 어려서? 근데 우리 4살 밖에 차이 안나요. 4살 차이가 뭐 어때서? 미성년자라서? 난 괜찮아요. 그거 나만 괜찮으면 되잖아요." 

"민하야..." 

"나랑 한 번 자는 게 뭐가 어렵다고, 너무 예뻐서 뽀뽀 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안해요. 나도 사람이고 감정도 있고 선생님 좋아해요. 아니 심지어 사랑도 하는데 왜 티를 안내요 사람 헷갈리게." 

 

선생님은 한참동안 당황한 표정으로 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발 나에 대해 좋게 받아들여주길 기도했다. 내가 문현아를 너무 좋아하니까. 

 

"나,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에 내 심장은 마구 뛰기 시작했다. 동공도 심하게 흔들리고 기분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별이 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정신이 멍했었다. 돌로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제정신은 아니었다. 

 

"내가 너랑 한 번 자보겠다고 매일 우리집 데려오는 거 아냐." 

"..." 

"내가 너한테 뽀뽀하고 싶어서 자꾸 술 먹고 들이대는 거 아니냐고." 

"..." 

"내가 니 입술 너무 이쁜데, 한 번 먹어봐도 되냐고 묻고 싶은데 참는 거 아니냐고!" 

"선생님..." 

 

선생님은 내 목덜미를 감싸며 키스를 했다. 진하게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뭐가 부족한지 계속 얼굴을 들이대며 키스해댔다. 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뒷걸음질 치며 입술을 먼저 떼어냈다. 

 

"그..." 

"말하지마요, 말하지마요." 

 

그 야릇한 분위기에 취하고 싶었다. 아무 말 없이 콩닥거리는 가슴과 함께 얼굴이 달아오른 이 상황에 취하고만 싶었다. 이 설렘을 계속 간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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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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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어머어마ㅓ너 문밥이라니 새로운 조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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