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내 인생은 우중충하다.
***
[두준아 어디야?]
[보고싶다. 언제와?]
오늘도 난 답이 없는 널 기다리고있어. 언제올까. 시곗바늘만 쳐다봐.
[곧 가. 나 기다리지말고 자]
[응. 알았어]
내가 너무 보채는 건 아닌지, 눈치없는 건 아닌지. 그렇지만 두준이랑 나는 연인이야. 연인이니까 이런건 물어볼 수 있는거겠지? 두준이가 나를 지겨워하는게 눈에 보이지만, 내가 독하지 못해서, 여려서 놓지 못했어. 미안해, 두준아. 이게 욕심인건 아는데, 내가 너무 독하지 못 해서 그래. 오늘은 안 우는줄 알았는데, 아니네. 내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진다, 두준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와. 입을 막고, 눈을 감았다 떠. 손을 들어 눈물자국을 지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막힌 입에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삼켜. 그러고는 침대에 누워서 네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 그렇게 기다리다가 나는 또 잠이 들어. 이게 내 일상이야. 하루 종일 널 기다리다가 울고. 그러다가 잠이 들지.
눈을 뜨면 다신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해가 떠 있다. 오늘은.. 내 옆에 네가 있네. 내가 몸을 일으키자, 너는 내 손을 잡아왔다. 두준아, 너 갑자기 왜 이러니. 내가 강하게 손을 빼냈다. 이거 봐. 네 마음과 내 마음은 너무 달라. 이제 알았어.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걸. 늦게 알아서 미안해.
"현승아"
"응, 두준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준아."
네가 이렇게 말하는게 거짓말인걸 알지만, 너의 목소리가 너무나 달아서 거짓말이 아닌거같아. 이런 나를 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미쳤다고 생각하려나? 내가봐도 그런데, 너도 나처럼 생각하겠지? 이제 그만하고싶다, 두준아. 나 너무 힘이 들어.
***
너는 나에게 3시, 자주가던 그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얘기했어. 시간을 보니 2시. 도서관까지는 십 분정도 걸리니까 지금 미리 준비해야겠다.
두준이가 사 주었던 목도리, 우리가 시내에 나갔을 때 샀던 커플 후드티, 두툼한 패딩. 다 입고 보니 2시 30분. 시간이 남아서 TV를 봤어. 멍하니 TV를 보았는데 벌써 시간이 3시를 향해 가고 있었어. 늦었네. 두준이가 싫어하겠다.
울상을 지으며 운동화를 신고 TV를 끄고 두준이가 기다리고 있을 도서관으로 뛰어갔어. 도착해서 보니까 너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더라. 내 사과는 들리지도 않는지 너는 나를 지나쳐갔어.
날 지나쳐간 너는 집에 온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어디를 갔는지 너는 보이지 않았고, 네 글씨가 쓰여진 종이 한 장만 남아있었어.
[현승아, 넌 이제 나에게서 멀어진 것 같아.
뭘 말하는진 너도 잘 알겠지?
넌 참 똑똑하니까.
음.... 현승아. 장현승
사귀는 동안 재밌었고, 좋았었어.
너도 분명 그럴거야.
직접 네 얼굴 보면서 말 못해서 미안.
우리 헤어지자
장현승. 이제 너랑 나랑 남인거다?
나 만나면 아는 척 안 해주면 좋겠어.]
***
[두준아. 지금 나 어디있게?]
[먼저 날 밀어낸건 너였고, 난 당했을 뿐이야.]
[존나게 고마웠다 시발놈아]
[잘 살아봐라]
휴.. 이제 다 끝날거야. 잘 참았어. 기특하다.
하늘을 보고있던 고개를 떨구었다. 아래를 쳐다보니,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내 몸을 바람에게 맞기고, 나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내 인생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두란] 둘 중에 하나 (Runaway)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