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눈물에 곤란해 하던 검은 수트의 남자는 내 손을 잡고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다.
어느새 하늘은 내 맘과 같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예고에도 없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뛰어가는데 내 앞의 남자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수트의 색과 똑같은 검은 우산을 꺼내어 들었다.
나와 그 사이에는 세차게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하얀 입김, 내 눈물만이 가득했다.
어느샌가 빗소리가 잦아들 무렵 아무 말 없이 우산을 들고 있던 그는 내게 물었다.
“다 울었어요?”
들고 있던 우산을 접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곤란하다는 듯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자신의 가방에서 그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손수건을 꺼내 내게 건네었다.
멍하니 그의 손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그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눈물 범벅인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내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었다. 받아든 손수건 구석에는 앙증맞은 포즈의 고양이 캐릭터가 수놓아져 있었다.
뭔가 그와 어울리지 않아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 웃었다! 많이 놀랐죠? 신고하려고 했는데 놓쳐버렸네요. 미안해요.”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할 쪽은 나였다. 곤란하던 나를 구해준 건 그였으니까, 그를 곤란하게 만든 건 나였으니까.
“아, 아니예요. 죄송합니다.”
“웃는 게 이쁘니까 많이 웃어요. 근데.. 대학생이신 거 같은데.. 지각하지 않았어요?”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 7건과 미확인 문자 5건이 찍혀 있었다.
[야! 오고있지? -밉둥이김준수-]
[너 전화 왜 안 받아? 야! 늦지말라니깐!!!! -밉둥이김준수-]
[야!!!!!!!! 심창민!!!!!! 오늘은 대출 안해줄꺼야!!! -밉둥이김준수-]
[....이생키....너 오늘 밥 사!!!! 대출해줬으니까! -밉둥이김준수-]
그리고...
[오랜만이다. 잘 지내니? -정윤호형♥-]
정윤호, 그의 문자였다. 그는 애칭 같은 건 낯간지러워서 못 하겠다며 절대로 이름으로 저장하게끔 하였었다. 그런 그가 모르게 소심하게 붙여놓은 하트.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하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어떤 말로 답장을 해야할 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많이 늦었어요?”
아, 깜빡했다. 정윤호를 알게 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정윤호와 관련된 일이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몰두하곤 했다.
“아.. 아니요. 저.. 성함이..?”
“아, 저는 김재중입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심창민이예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사례를 드려야 할 지..”
“사례는요. 괜찮아요, 정말루-................아, 그럼, 그 손수건 빨아서 주세요.”
내 왼손에 들려져 있는 핑크색 손수건을 가리키며 두 눈을 반달로 포개는 그였다.
그러곤 사실은 회사에 늦었다며 찡긋 한 쪽 눈을 감으며 웃던 그는 내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하였다.
“정말 미안해요. 늦어서 먼저 가야할 것 같아요. 나중에 봐요-”
급하게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징-하며 울려오는 핸드폰 진동에 통화버튼을 누르자 들려오는 목소리.
“창민씨.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우리 담에 만나면 그 때 데이트해요. 거절할 생각말아요. 이게 내가 받고픈 사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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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작한 글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쓰렵니다...하핫...
사랑을 주셔요 여러분 ㅠㅠㅠㅠ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