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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서강준/박보검] 도곤도곤 01 (심장이 도곤도곤) | 인스티즈[배우/서강준/박보검] 도곤도곤 01 (심장이 도곤도곤) | 인스티즈

 

서강준 93년생, 박보검 93년생. 넘나 잘 어울려서 써봅니다.

망상은 자유니까요 .ㅎ

 

 

 

도곤도곤 01
*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없어졌다.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니다. 어느날 갑자기 귀띔없이, 종이쪼가리 하나없이 없어졌다. 당시에 아버지는 화물차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집에 검붉은 얼굴의 아저씨들이 찾아와 들쑤셨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내 찰흙 도자기, 엄마가 아끼던 꽃병, 작디작던 텔레비전. 모두 박살나거나 빚쟁이들 손에 들려나갔다. 덕분에 나와 여동생, 그리고 사라지기 전의 엄마는 한여름에도 모든 문을 꽁꽁 닫고 지냈다. 혹시나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면 제일 먼저 나와 여동생의 입을 막았다. 그리곤 한 시간이던 두 시간이던, 바깥의 사내들이 없어질때까지 입을 막은 손을 풀지않았다. 추억아닌 추억때문에 나는 지금도 노크 소리와 비슷한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종소리만 들으면 침을 질질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렇게 목숨 부지하다가 아버지가 먼저 사라졌고 며칠을 울던 엄마도 우릴 외할머니댁에 데려다놓더니 아버지처럼 사라졌다. 나도 그렇고 여동생도 그렇고 피는 있어도 눈물은 없어서 그닥 슬프진 않았다. 어린 나이에 모진 풍파를 겪고 자라서인지 떠나버린 제 부모를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이해했었다. 고등학교때까지 잘 사는 것 같다가 피는 못 속인다고 여동생도 아버지,엄마처럼 사라졌다. 다른 점은 쪽지 쪼가리는 남겨놓고 갔다는 점이다.

 

 

[보란듯이 꼭 성공할게. 미안해 할머니. 오빠]

 

 

뭐가 미안하단걸까. 제 성공을 찾아 떠난 사람인데. 외할머니는 그 쪽지를 보자마자 가스불에 국냄비 올려놓은 사람처럼 기겁을 하더니 제일 먼저 텔레비전 옆 어항 밑 서랍을 뒤졌다.

 

 

'아이고! 빌어먹을 가시내!'

 

 

여동생이 미안했던건 남겨진 나도 아니고 키워준 외할머니도 아니었다. 두툼한 외할머니의 쌈짓돈이었다. 할머니는 그 후로 일주일간 앓아누웠고 외할아버지는 나만 보면 끌끌 혀를 찼다. 그땐 내가 집을 나가는게 오히려 도와주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고. 여동생이 사라진지 4년 조금 지났을까? 나도 짐을 부렸다. 잘 알던 여동생친구에게 몇번이고 찾아가 애절하게 여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아이,진짜로 보은이가 말하지말랬는데...'

 

 

서울. 보은이가 있는 곳은 서울이었다. 그때만 해도 시골사람들에게 서울은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도시로 생각했다. 여동생은 17살때 집을 나갔으니 지금은 21살. 예쁜 여대생일 나이였다. 난 옷가지들을 챙겨 새벽에 몰래 집을 나왔다. 솔직히 '몰래'는 아니었다. 물 마시러 나온 할아버지가 살금살금 나가는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셨으니까. 

 

 

*

 

'나도 적어놓은지 꽤 오래된 주소야. 내가 말해줬다고 하지마. 걔 성격 지랄같으니까'

 

왜 찾아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세지려는건 아닌데 그래도 여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니, 살아는 있는지 확인은 해야겠으니까. 태어나서 처음타본 지하철을 물어물어 찾아가며 어느덧 여동생이 산다는 동네에 점점 가까워졌다. 밤 11시. 너무 늦었나? 그것보단 여동생을 보면 뭐라하지? 왜 찾아왔느냐고 화를 낼까? 그럼 난 뭐라고 할까. 그냥...

 

 

[이번 역은 XX, XX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op is xx...]

 

 

가족의 품이 그리웠다고 해야겠다.

 

*

 

손에 들린 쪽지는 너덜너덜해지다못해 흥건한 손땀으로 축축해져버렸다. 맴맴. 서울 매미는 시골 매미 못지않게 시끄러웠고 한여름밤의 공기는 언제느껴도 최악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허름한 빌라 숲 사이를 연신 두리번거렸다. 열대야라그런지 평상이란 평상마다는 죄다 사람들이 나와 맥주를 먹거나 의미없는 손부채질을 하고 있다. A동 202호, A동 202호... 

 

 

“…찾았다.”

 

 

그리 좋은 빌라가 아니라는건 멀리서부터 알아봤지만 자세히 볼수록 험난하게 생겼다. 쪽지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심장은 덜렁덜렁. 구슬땀은 후둑후둑. 2층에 다 와서는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았다. 그냥 다시 내려갈까. 아니면 나도 보은이처럼 서울 한 가운데로 사라져버릴까. 그래. 얼굴만 보고 가자.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누렇게 변색된 플라스틱 초인종을 꾸욱 눌렀다. 삐리리 리리…삐리리 리리… 요상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땀에 젖은 머리를 매만지고 누추한 옷차림을 애써 가다듬었다.

 

 

“…”

 

 

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들리지않는다. 시간이 지나 복도 불이 꺼지고 현관문 틈새로 미약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게 보였다. 안에 누가 있긴 있구나.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삐리리 리리… 삐리리 리리… 또 한번, 그리고 또 다시 한번…

 

 

“…아무도 없나…”

 

 

외시경에 눈을 가까이 가져다댄 순간, 현관문 너머로 쿵쿵쿵쿵 온세상 바닥은 다 부술듯한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보은이가 살이 많이 쪘나? 나도 모르게 얼른 문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씨, 어떤 새끼야!”

 

 

문을 열고 나온 건 벌거벗은 근육질 사내였다. 하반신만 수건으로 가린게 꼭 제우스같았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건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씩씩 거리면서 화를 내고 있어서 화난 제우스같다. 짐가방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꼬옥 들어간다. 나도 모르게.

 

 

“여,여기 박보은씨 집 아닌가요?”

 

 

순간 번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오빠 누구야.하면서 여동생이 똑같은 반인반수, 아니 반전라의 모습으로 마중나오는 끔찍한 상상.

 

 

“여기 없어요.”
“…예?”
“박보은이라는 사람,여기 없다구요.”
“…아, 어…저, 이 주소 여기 맞지않나요?”

 

 

병신마냥 더듬더듬 어버버거리다가 문득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쪽지가 떠올랐다. 남자는 짜증 잔뜩한 표정으로 물기 가득한 손을 하반신 수건에 대충 문질러 닦고 내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었다.

 

 

“주소는 맞는데 여긴 제가 살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
“그럼 고생하세요.”

 

 

쾅! 부셔질듯이 문이 닫히고 오도가도 못한 채 멍하니 그자리에 서있었다. 사고회로가 모두 멈춘 기분이다. 난 무슨 자신감으로 저 주소만 딸랑 들고 서울에 올라왔을까. 무식한 놈. 잠시 숨을 가다듬고 짐가방을 챙겨나왔다.

 

 

“…….”

 

 

갑자기 눈물이 났다. 부모님이 사라졌을때도 안 나던 눈물이었는데 고작 서울에서 길잃었다고 눈물이 난다. 참나... 땀으로 범벅졌는데 눈물까지 흐르니 얼굴이 따끔따끔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모르고 갈 곳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할 수 있는건 그냥 그자리에 철퍽 주저앉아 멈추지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는것뿐이었다. 십분이 조금 지났을까. 쭈그려앉아 코만 들이마시고 있는데 바로 등 뒤에서 칙칙 - 라이터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

 

 

제우스였다. 아까완 다르게 편한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아, 여기 남의 빌라 앞이구나. 나는  얼쩡대지말고 다른곳으로  꺼지라는 의미로 알아듣고 얼른 짐을 챙겨가려는데 그 남자가 다시 나를 불러세웠다.

 

 

“아니,잠깐, 잠깐 서봐요.”
“…”
“이름이 뭐예요?”

 

 

지금 완전 시골촌놈처럼 생겼을텐데. 물론 시골촌놈이 맞지만. 티셔츠 밑단으로 얼굴을 대충 닦아낸뒤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박보검이요.”

 

 

다른 쪽으로 담배연기를 뱉은 남자가 날카롭게 생긴 눈으로 나를 천천히 노려봤다. 서울은 눈감으면 정말 코를 베어가나보다. 뜨거운 여름 밤바람이 미세하게 내 코로 담배연기를 집어넣었다. 내가 기침을 해대자 남자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화단으로 휙 던진 후 내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한데 주민등록증 좀 보여줘봐요.”
“제,제 주민등록증은 왜…”
“일단 줘봐요.”
“…싫어요.”

 

 

9시 뉴스에서 몇번 봤던 장면들이 자꾸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콩팥은 합쳐서 300g인데 1억 5천에서 2억까지 간단다. 시골에서 올라왔죠? 남자의 물음에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나저나 서울 사람들은 다 저렇게 번드러지게 생겼나. 잔뜩 경계를 풀지않자 남자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어떻게 아셨어요,그걸?”
“그렇게 생겼거든요. 됐고, 빨리 안 보여주면 도움 못줘요.”
“…도움이요?”
“네. 박보은이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어서요.”

 

 

그 말에 난 얼른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이래서 시골사람들이 사기를 많이 당하는가보구나. 순진해서...남자는 주민등록증과 내 얼굴을 무섭게 천천히 살펴보더니 다시 나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여동생?”
“!”
“따라들와요.”

 

 

남자가 손짓을 까딱해보이더니 빌라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한 줄기 빛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

 

 

다음화에 계속~

[배우/서강준/박보검] 도곤도곤 01 (심장이 도곤도곤) | 인스티즈[배우/서강준/박보검] 도곤도곤 01 (심장이 도곤도곤)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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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7.119
아 정말.... 아ㅠㅠㅠㅠㅠㅠ 진짜 최애 둘로 글이 써져있어서 헐레벌떡 들어왔쓰빈다ㅠㅠㅠㅠㅠㅠ비록 비회원이지마뉴ㅠㅠㅠㅠ강주니랑 보거미 넘넘 잘 어울리구요....글 넘나 잘 쓰시는것....살짝 울뻔했네여(감격)후......사랑해요ㅠㅅㅠ♥
8년 전
독자1
엉엉엉....박보검 서강준이라니 넘나 좋네여ㅠㅠㅠ 재밌게 볼게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와 조합 넘나 발리는 것...ㅠㅜ 다음 기대할게요!
8년 전
독자3
두..두근!
8년 전
독자4
으앙ㅜㅜㅜ담화ㅜㅜㅡ못기다려유ㅡ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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