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부녀
w.희익
윤기는 사무실에 앉아 어울리지 않는 아기자기한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렸다. 며칠전 퇴근하고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주연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대뜸 내밀길래 얼결에 받았는데, 반대손에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것을 들어보이며 '짠, 커플!'하고는 흔들어보였었다. 그에 대충 고개 끄덕이고 넘어갔는데 주연이 몰래 들어와서 양복자켓에 넣어둔건지 출근하고 보니 손에 집히더라. 어이없음에 허,하고 웃으며 손에 들린것을 내려다봤다. 이내 사무실 문에서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손에 종이뭉텅이를 들고있는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오늘 결제하실 서류…입니다."
"큼, 어어, 이리줘."
피식하고 웃고있는 (비서의 눈에는 실실 웃고있는) 상사의 모습에 비서는 멈칫하고는 제자리에 서서 서류를 들어보였다. 윤기는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비서는 서둘러 그에게 냉큼 쥐어주고는 꾸벅 인사하더니 빠르게 사라졌다. 윤기는 머리를 짚었다. 동료들에게 시끄럽게 떠들어대겠네, 사장이 미쳤다고.
그래도 나쁘지않은 기분이 낯설었다. 진짜 미쳤나보다.
지루할정도로 결제만 주구장창하다가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윤기는 휴대폰을 집어들어 익숙하지 않은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들려오는 신호음에 끊을까, 하고 화면 액정을 바라보기 무섭게 받았다는 표시가 떠 하는수없이 다시 귀에 갖다대었다.
[여보세요?]
"어."
[어머, 웬일이세요 서방님? 보고싶어서 전화했어요?]
"…끊는다."
[죄송합니다.]
윤기는 주연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실소를 흘렸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윤기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척 말했다.
"점심 먹었나?"
[아니요, 이제 먹을려구요. 민윤기씨는 드셨어요?]
"먹어야지."
그리고 대화가 끊겼다. 윤기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않아 애꿎은 책상만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건너편에서 푸스스,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기분에 귓가가 뜨거워졌다.
[같이 먹을래요? 저 밖에서 먹고싶어요.]
"…그래 그럼. 태우러갈게."
[네~]
전화를 끊기전 주연의 아줌마,저 밖에서 먹을게요!!!라며 걸걸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연의 눈치있는 센스에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일어서 자켓을 입었다. 슬쩍 문을 열어 밖을보니 비서라는 놈들이 배를 부여잡고 앓는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밥먹지,하고 툭 던지자 맛있게 드십쇼!하며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윤기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야근을 시키든가 말든가 해야지.
**
윤기는 앞에 놓인 음식물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주 맛있게 흡입하고 있는 주연을 바라보았다. 다시 시선을 돌려 허름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깍두기를 한입 베어문 주연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윤기를 바라보았다.
"뭐해요, 안먹고?"
"어, 많이 먹어."
"흠."
주연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리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윤기를 바라본다. 대충 시선을 돌려 숟가락을 들고 국을 휘휘 저었다. 순대국이라는게 비주얼이 왜이래. 윤기는 이런 곳이 처음이었다. 항상 집 밥, 미팅이 있는 날엔 고급 호텔 레스토랑, 연회같은 행사는 뷔페. 고급지게 기름칠 된 윤기의 입이었다. 반면 주연은 이상하게도 능숙하게 양념을 국안에 넣고 밥을 말아 먹는다. 겉으로만보면 비싼것들만 먹었을거 같은 그녀인데. 주연은 국을 휘젓는 윤기의 모습에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니, 음식갖고 뭐해요!"
"…."
"에휴, 이런거 처음이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허허하고 웃어보인 주연은 먹는법을 알려줬다. 일단 떠먹어보고, 좀 싱겁다 하면 이거 새우젓인데 넣어서 조절해요.그리고 이건 밥에 말아먹어야 인지상정.오케이? 설명하며 윤기 얼굴을 바라본 주연은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는 윤기의 표정에 웃음이 터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순대국을 내려다보던 윤기는 물음표를 띄우고 주연을 바라봤다.
"뭐야 왜 웃어."
"아니요. 민윤기씨 되게 큐티하네요."
나이많은 아저씨같은 주연의 말에 대충 흘려듣고 윤기는 그녀가 가르쳐준대로 차근차근 숟가락을 놀렸다. 한입 떠먹은 그는 몸안에 퍼지는 따뜻함에 눈썹을 들었다 올리고는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 사이 다먹은 주연은 턱을 괴고 윤기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뜨거운 시선에 윤기는 슬쩍 주연을 바라봤다.
"벌써 다먹었어?"
"그럼요. 민윤기씨가 가게 구경하고, 음식 구경하고, 저 먹는거 구경하고, 그럴때 다 먹었죠."
"…가자."
"다 안먹고요?"
"지금 회사 들어가야해."
"에이, 진짜? 부끄러워서 도망가는거 아니고?"
"닥…후.일어나."
깐족거리는 주연에 험한말 나올뻔한 윤기는 호흡을 가다듬고 자켓을 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주연은 충격먹은듯 헐 방금 닥치라 할라 그랬죠.대박. 쫑알거리며 쫓아온다. 카드를 긋는 윤기의 모습에 주연은 후다닥 놀라 그의 팔을 붙잡았다.
"헐, 나중에 돈줄게요."
"뭔 돈."
"밥값! 아무리 돈벌이가 변변하다해도 낭비벽은 노노해."
"됐어. 이거나 먹어."
쫑알대는 주연의 입에 눈에 띈 큰 통에 들어있는 사탕을 쑤셔넣었다. 주연은 정말 말이 많았다. 잔소리가 가장 많고, 별 재미없고 이상한 개그도 가끔씩 쳤다. 차타고 집에 가는 내내 쉬지않고 쫑알거렸다. 조용한걸 좋아하는 윤기지만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주연이 오죽 심심할까 싶어 내버려뒀다. 손까지 써가며 열변을 토하는 그녀에 힐끔 눈을 돌려 왼손에 감긴 아대를 바라봤다. 최근 붕대를 푼 그녀는 이 찜통여름에 긴팔을 계속 고집하길래 뭔가했더니 손목에 남은 흉터때문이란다. 결국 회사 근처 상점에 가서 하나 사 그녀에게 툭 던져주니 성실하게도 끼고 다닌다. 윤기는 착잡한 기분에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켰다.
주연을 집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도착한 윤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내리자마자 두 비서가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사장님 어디갔다 오세요!"
"설마 지금까지 밥드시다 오신거예요?"
"대박 너무하시다. 어떻게 저희보다 늦게 오실수가 있으세요!"
"오늘 되게 이상하시네요, 아침부터!"
주연과 다른 귀를 찌르는 시끄러움에 윤기는 머리가 아파왔다. 비서라는 놈들이. 사무실로 걷는 그 짧은 시간 내내 양옆에서 잔소리 하는 그 둘에 걸음을 우뚝 섰다.
"시끄러."
"넵."
그제야 조용해지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자리에 털썩 앉은 윤기는 까만 컴퓨터 화면을 보며 머리를 손에 받쳐기댔다. 요즘들어 오주연에게 신경이 쏠렸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었다. 좋은 쪽으로의 관심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사고 이후로 주연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치 다른 사람인것처럼. 신경을 안쓸래야 안쓸수가 없었다.
잘 지내기로 생각을 바꾼건지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지 초반엔 크게 경계하여 멀리하였던 윤기였다. 그녀에게 받은 충격은 너무 치명적이라 쉽사리 믿을수가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자신을 밀어대는 윤기에게 친한척하는 그녀의 노력에 조금은 쉽게 받아들일수 있었다. 초면에 좋은 감정을 갖고있었던 윤기라 더 괜찮았을수도 있다. 최근 유리컵을 깨트린 그녀를 보고 믿어볼까 싶었다. 사고 전에는 날카로운 조각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달려들던 그녀인데, 그날은 멀쩡했다. 오히려 윤기의 눈치를 더욱 보았었지.
윤기는 눈을 돌려 산더미로 쌓여있는 서류를 보며 기댔던 머리를 떼고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그보다 쓸데없이 성실한 망할 비서들은 오늘 야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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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익입니다. 헷 3일만ㅇ..이죠? 사실 요즘 조큼 심란하네요.,,,미래가 걱정되는 나날들입니다 오늘은 ☆민사장의 하루☆를 적어봤어요. 사실 제 머릿속 구상과 전혀 달라요. 이렇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아,안돼,,내 손가락아..! 멈춰..! 그래서 제 의식의 흐름을 즐기기로했어요. 그 결과 재벌2세의 서민밥 체험기. 순대국밥이 얼마나 맛있게요~! 사실 이거 제 취향이 다분해요. 제가 순대국밥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국밥먹고 현타온 민사장의 고뇌와 비서들의 야근하는 과정을 담아봤어요. 룰루랄라..! 나중에 진짜 제대로 번외편으로 민사장 시점으로 써야겠어요.. 지난편 댓글을 봤는데 좋아해시는분이 너무 많아서 행복해써요. 그리고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들도...(우럭) 아 그리고 내일이랑 내일모레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일요일 월요일은 쉬어요! 1박2일로 마음의 힐링하러 갑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수요일부터 연재가 느려지고 힘드러지고..,,, 그럴거같아요..,,,사실 9월달이 제일 절정. 왜냐구요? 전 수시하는 고3이니카요. 빨리빨리 연재해야겠네요 우리 사랑하는 독자여러분 안기다리게 하려면...♥ 그럼 다음에 만나요 안뇽~! |
암호닉호닉호닉 당신의 마음을 암호닉호닉호(수정했어요..♥) |
0103님/항암제님/지민꽃님/란덕손님/열원소님/소년정국님/92꾸이님/뿌뿌님/즌증구기일어나라님/침탵님/긍응이님/구가구가님/비븨뷔님/망개야님/사랑둥이님/ /뉸뉴냔냐냔님/민빠답님/미늉기님/슙기력님/누삐님/장작님/배고프다님/압솔뤼님/삼월님/윤기윤기님/꽃오징어님/세이쓰님/눈꽃ss님/찌몬님/민슈프림님/베릴님/꾸꾸님/가위바위보님/자몽님/단미님/쫑냥님/룬님/74님/청록님/●달걀말이●님/달콤이님/검은여우님/컨태님/쟈가워님/고무고무열매님/즁이님/개나리님/복숭아잼님/딸기빙수님/윤기어빠님/♥계란말이♥님/망개똥님/숭늉님/chouchou님/융태태님/그므시라꼬님/뜌님/현질할꺼에요님/슈가나라님/ |
암호닉 수정했어용...죄송하고 사랑합니다..........저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