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암호닉은 받지 않습니다! 나중에 받게 된다면 따로 페이지를 만들게요 ^&^ 댓글, 엄지 사랑합니당!*
*인물소개 먼저 읽고 와주세요!*
8월의 홍콩은, 박지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같이 더웠다.
타고나기를 더위에 약한 슈가는 천억불을 준대도 한낮에 해가 쨍쨍한 건물의 옥상에서 몇시간 동안 대기를 타는 짓은 못하겠다며 벽에 총을 갈겼고, 호석은 하는 수 없이 슈가의 대기시간을 약속시간과 가깝게 미뤄야 했다.
‘망치면 우리 전부 좆 되는 거야. 잘 알지? 이번 건이 얼마나 큰지.’
석진은 드레스룸에서 수트를 고르던 중에 다짜고짜 쳐들어와 상냥한 말투로 압력을 넣던 호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저런 협박을 격려랍시고 하고 나가다니, 친애하는 우리 보스는 생각이 있긴 한 걸까.
짜증스럽게 거울을 한 번 확인한 석진이 블랙 스톤 체리를 물고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우회전, 200미터 후 도착입니다. 네비게이션이 경쾌하게 울렸다.
‘오, 사, 삼, 이, 일. 타겟이 도착했다. 반복한다. 타겟이 도착했다.’
인이어를 통해서 전해지는 남준의 큐와 동시에 여주가 제 얼굴만한 크기로 불던 풍선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가죽 장갑을 낀 여주가 핸들을 거칠게 돌리며 브레이크를 냅다 밟자 뒷좌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석진의 몸이 앞으로 거칠게 쏠렸다.
“…뒤질래?”
“실수. 죄송해요, 부잣집 도오련님.”
“부잣집 도련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너 문 안 열어주고 뭐해? 도련님이 구질구질하게 자기 손으로 차 문까지 열어야겠어?”
여주를 잠시 노려보던 석진이 꽁초만 남은 담배를 검은 가죽 시트에 아무렇게나 지지며 여유롭게 받아쳤다.
포마드로 쓸어넘긴 머리가 오늘따라 더 재수없어 보인다고, 인상을 찌푸린 여주는 선글라스를 쓰며 운전석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작전만 아니었으면 진짜. 리무진의 뒷문을 다소 거칠게 열곤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투덜댄다.
“짭 주제에 잘난 체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우아하게 리무진에서 내린 석진은 여주의 날선 말투를 들은 체 만 체 하며 남준에게 건네받았던 인적사항 파일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훑었다.
*
려우훠룽, 34살, BT 컴퍼니의 거대 주주 중 하나.
회사의 실질적인 권력자지만 늘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로 최측근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얼굴을 모른다.
그는 주식의 지분 문제로 이번에 마카오에서 쥬얼리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홍콩에 들른 프랑스 사업가를 만날 예정이었다.
그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스케줄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순진하기 이를 데 없어보이는 이 프랑스인의 보석 사업이 밤에는 규모가 큰 마약 뒷거래처로 자리를 잡을 예정이었으며, 오래 전부터 마카오에서 마약업을 독점하고 있던 화룡당의 사업에 큰 타격을 줄 위험요소로 분류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프랑스인은 죽어야만 했다. 그녀도 그 암묵적인 위협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카오 대신 홍콩에서 비즈니스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제법 치밀한 그녀가 간과한 점이 한가지 있다면 화룡당이 전문 킬러들에게 일처리를 의뢰할 정도로 본인들의 사업에 위협을 느꼈다는 사실이었다.
“김남준, 진짜 려우훠룽은 처리됐어?”
석진은 소맷단을 정리하며 와이셔츠 깃에 부착된 초소형 마이크에 대고 마지막 점검을 시작했다.
다 식은 피자 한조각을 낼름 문 남준이 손에 묻은 기름을 트레이닝 바지에 닦으며 핸드폰 홈 버튼을 눌렀다. 6시 59분에서 7시 정각으로 바뀌는 순간 타이밍 좋게 핸드폰이 길게 진동했다.
지민에게서 온 문자였다.
[잠들었어. 세시간 안에 처리해.]
호텔 침대 위에 나란히 펼쳐진 네 개의 노트북으로 CCTV와 시스템 보안, 그리고 해킹 프로그램을 빠르게 확인한 남준이 경쾌하게 엔터 버튼을 눌렀다.
“응. 세시간 벌었으니까 그 안에 끝내.”
“라져. 시스템 정상 작동하고 있는 거 맞지? 내 아이디 카드 통과여부 좀 다시 확인해봐.”
“십초만 기다려.”
피자를 문 상태로 바쁘게 자판을 두드리던 남준이 석진의 가짜 아이디 카드를 보안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작동시켰다. 삐-, 소리와 함께 초록색 동그라미가 화면에 나타났다.
“클리어, 타겟이 후문 쪽으로 들어오는 중이니 서둘러. 와, 근데 경호가 삼엄한데? 사복을 입은 개인 경호원이 열 다섯명, 호텔 경비가 열명. 들었어, 슈가?”
“...여기서도 보이거든? 저 빌어먹을 덩치들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허름한 임대 아파트의 옥상에서 소음기를 장착하고 탄환의 개수를 확인한 슈가가 군용 담요를 덮고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렸다.
아무리 저녁이라도 이 좆같이 더운 날 담요를 뒤집어야 하는 신세라니, 대가리를 제대로 날려주겠어. 서
늘하게 읊조리며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대는 모습이 살벌했다. 불만이 큰 것도 당연할 법 한 것이, 애초부터 이 작전에 이의를 제기한 건 슈가였다.
굳이 석진까지 나서서 연극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크게 들었던 것이다.
*
'왜 그냥 약속장소에 여자가 도착하는 대로 죽여버리면 안되는 거지?'
길어지는 미팅 탓에 애꿎은 낮잠시간만 줄어들고 있었다.
탕, 타앙, 타앙. 소음기를 뗀 권총으로 마호가니 탁자에 총알을 박은 슈가가 소파 위로 길게 누우면서 으르렁댔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웃는 낯으로 조곤조곤 설득을 시작한 건 호석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일은 간편해지겠지.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기도 전에 죽이는 건 비생산적이잖아? 우리도 나중을 대비한 보험 하나쯤은 들어둬야지.’
호석의 요지는 간결했다. 남준의 정보에 의하면 려우훠룽과 프랑스인 사이에 오가는 것은 단순히 회사 주식 지분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청부를 받은 대로 프랑스인을 죽이기 전에 려우훠룽이 받기로 예정되어 있던 물건을, 려우훠룽으로 분한 석진이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이 호석의 전체적인 그림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려우훠룽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아야만 했다.
‘저요! 저요! 내가 처리할래!'
강아지처럼 신나 풀쩍 풀쩍 뛰어다니는 태형의 뒷통수를 하드커버 처리된 파일로 후려갈긴 여주가 호석을 향해 턱짓을 하자, 호석이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지민을 지목했다.
‘려우훠룽이 프랑스 여자를 만나기 전에 참여할 예정인 사교 파티가 있어.
남준이가 가짜 신분증을 하나 만들어줄 테니 지민이 너가 들어가. 죽일 필요까지는 없고, 몇시간은 확실하게 곯아떨어지게 와인에 약을 타.’
‘식은 죽 먹기죠.’
호석과 남준이 꼼꼼히 짠 계획의 골자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지민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리는 사교 파티에서 려우훠룽에게 약을 먹일 동안 려우훠룽인 척 약속장소로 나간 석진이 사업가와 만나 물건을 받고,
큐에 맞춰 다른 건물의 옥상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슈가가 표적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각 멤버는 초소형 인이어와 부착형 마이크를 통해 남준과 원격조종으로 의사소통을 할 예정이었다.
석진이 사업가와 만나기로 한 호텔의 CCTV와 보안시스템을 뚫는 건 남준에게 누워서 떡먹기였으니까.
*
“이제 들어간다. 너는 대기타면서 퇴로나 제대로 확보해 놔. 불편하다고 저번처럼 인이어 빼서 부수지 말고, 응?”
남준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은 석진이 롤렉스 시계를 확인하며 리무진에 삐딱하게 기대 있는 여주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은 여주가 상큼하게 가운데손가락을 내밀었다.
“또 운전기사나 할 마음은 추호도 없거든요? 이따가 너 태우러 오는 건 김태형이 할 거야. 심심한데 슈가나 구경하러 가야지.”
“야, 야!”
짜증을 참지 못한 석진이 인상을 쓰고 여주를 불렀지만 끼익, 소리를 내며 빠르게 사라지는 리무진의 뒷꽁무니만 보일 뿐이었다.
“형, 이제 집중하고 들어가. 레디, 고.”
남준의 시그널과 함께 석진이 발걸음을 뗐다. 바야흐로, 두뇌싸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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