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마치 어떤 사물이 있는 것처럼 지각함.
춥다. 온 몸이 마비된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여 눈꺼풀 하나 들어올리기도 힘들다. 불쾌하고도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린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를 스윽 움직여보았다.
나 살았네.
시간은 얼마나 지났는 지 모른다. 여기가 어딘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몸을 추스려 눈을 떴을 때는 조그만 창문 사이로 비치는 달빛,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내 앞에 놓인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아, 꽁꽁 묶인 내 발목도 포함해서.
아득히 멀어지려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써 눈에 힘을 주었다.
또각- 또각-
달빛이 비춰지지 않는 어둠 한 가운데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쩌면 나 자신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상황 속에서 저 사람은 위험하다 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았으면 눈을 다시 감아야 된다는 생각따위 하지 않았을테니까.
내 앞에서 통화를 하는 걸로 보아, 어둠 속에서 나온 그는 내가 아직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는 듯 했다.
어디야? 너 쉬는 날도 오랜만인데 마침 나도 시간되고 하니까 술 마시러 갈래?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한다고?
괜찮아. 하루쯤인데 어때. 너 좋아하는 양꼬치 사줄께. 자주 가던 데로 와. 금방 갈께. 응.
혹여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깰까봐 확인이라도 한듯이 다시 한번 내 몸 위에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고,
이 곳에 원래부터 나 혼자였던 것처럼 가느다란 숨소리와 천장의 물 떨어지는 소리만이 남았다. 단지 그뿐이였다.

" 하아. 오랜만에 재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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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애슐리 가자는데 좀 정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