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하염없이 걸었다. 제 키만한 커다란 장총을 질질 끌어대며 지호는 목적없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 언젠가 마주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아무렇게나 끌린 총구는 이미 닳고 닳아있었다. 제것이 아닌양 헛되게 허비하는 지호의 시간처럼. '내가 다 죽이게 해주세요.' 신께 빌었던 소원이 닿은 것인지, 목적없이 걷던 지호는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신고식을 하듯 자신의 눈에 띄이는 모든 사람들을 손쉽게 죽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유없이 희생했던 모든 고통을 무고한 사람들의 피로써 보상받으려는 것처럼, 지호의 얼굴, 손과 발에는 붉은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나라의 모든 사람을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마구잡이로 살인을 서슴치않는 지호에 의해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는 최대한 많은 병력을 투입해 그를 검거할 것을 명령했다. 정부는 S그룹 연구소가 붕괴된 이유가 현재 살인마로 변해버린 생체실험자의 폭주에 의해서라고 확신했다.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상부에서는 자진한 경찰과 군인들 사이에서 적절한 신체를 지닌 사람을 선별하여 극 비밀리에 살인병기, 통칭 'ZICO' 에게 대항할 최대한 비슷한 인간 병기를 만들어냈다. 방탄 피부와 자기 재생 유전자, 비이상적으로 강한 신체 능력을 결합한 젊은 남성. 실험 성공 확률 0.02%. 장시간을 두고 실행해야할 불가능한 실험을 단시간내에 강행하여 모두가 부작용으로 사망한 가운데 완벽하게 결합에 성공한 남성체 코드네임 'P.O' 가 정상적으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되자 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바로 그를 임무에 투입시켰다. 'P.O' 에게 주어진 임무는 한가지. 현재 폭주하고 있는 살인병기를 어떤 방법으로든 생포, 혹은 사살할 것. 'P.O'. 선명하게 찍혀있는 손목 안쪽 제 코드네임 위의 수많은 흉터들을 무심히 바라다보며 지훈이 입술을 달싹였다. 계속해서 머뭇거리는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어설픈 몽타주. S그룹 생체 연구소가 모조리 박살나면서 남은 데이터라곤 사진 하나 없는 이 시점에서, 시야 내의 모든 기계의 파장을 제멋대로 혼선시키는 ZICO의 특성상 남길 수 있는 기록이란 이따위 허접한 몽타주 뿐이었다. 창백한 피부, 찢어진 눈매, 두툼한 입술. 큰 키. 마른 몸. 제 키만한 총기를 항시 소지. 이것이 전부였다. 그를 관찰하거나 촬영하러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엉망이 되어버린 영상과 죽음을 알리는 총성만이 남아 돌아왔으므로. 지훈이 찢어질듯 너덜너덜해진 종잇자락의 끝을 닦아내듯이 문질렀다. 제가 '병기'로 거듭나는 긴 시간동안에 겨우 만들어낸 살인병기의 몽타주였다. 종이 속의 잔인한 피의 얼굴을 바라다보며 지훈이 총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밖에 나가 총을 다루면 항상 저에게 달겨드는 것은 모두 같은 제복을 입은 경찰이나, 커다란 방패를 앞에 둔 검은 옷의 군대들이었다. 재미 없어. 지호가 시체가 가득한 곳에서 몸을 여유있게 움직이며 마지막 남은 경찰 한명에게 소총을 조준했다. 타앙-. 망설임도 없이 발포된 총알이 정확히 그 경찰의 머리를 뚫었다. 피를 밟는 차분한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찰박거리는 소리가 뼈와 살이 뚫리는 비명과 섞여들어 지호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지호가 쓰러진 경찰들의 무기중 탄창이 가득찬 소총 너댓개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시끄러워야할 광장 근처가 쥐 죽은듯 조용했다. "...뭐해?" "예?" 지호가 걸음을 옮기던 도중 건물 입구 근처 벤치에서 이어폰을 크게 틀고 핸드폰을 만지던 사람에게 말했다. 살아있네. 피가 튀긴 무미건조한 얼굴로 지호가 총을 장전했다. 총을 본 여자가 눈을 크게 뜨며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는 몸을 벌벌 떨었다. 내가 바라고 바라왔던 눈빛. 두려움. 지호가 눈을 빛냈다. 울음을 터뜨린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 대다가, 지호는 문득 여자의 핸드폰에 켜져있는 화면에 관심을 보였다. …심리테스트? 세상과 이제 막 접촉한 아이는 갓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꼬마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게 뭐야?" "히익, 이, 이거요? 드릴게요. 살려주세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울어대며 저에게 핸드폰을 넘겨주는 여자에게 지호는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작고 납작하고 네모난 것. 핸드폰을 처음 보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던 지호가 여자에게 다시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이 기계가 나 알아?" "흐윽. 으…. 네…?" 심리테스트. 나 아냐구. 어떻게 심리 테스트해? 기술이 더 발전했어? 이렇게 작은 기계로 심리도 알 수 있어? 오물거리며 잔뜩 튀긴 피와 아이러니하게도 천진난만한 아이의 표정을 지은 지호가 기계를 내밀며 물었다. 어디 해봐. 덜덜 떨며 대답을 잇지 못하는 여자에게 지호가 말했다. "이, 이거. 이름을…. 알아야…." "이름?" 이름? 이름의 정의는 타인이 저를 부를때 이용하는 호칭. 생소한 단어에 머리를 굴린 지호가 다 닳아버린 총구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ZICO." 지코. 나의 아름다운 '고향'인 실험소 안에서는 나를 항상 그렇게 불렀으니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애써 핸드폰을 두드리는 여자를 바라보며 지호가 자꾸만 총알을 장전했다. 탄피가 쇳덩어리에 부딪히는 소리는 지호의 무미건조한 눈빛만큼이나 잔인하고 차가웠다. "아직 멀었어?" "됐, 됐어요." 히끅거리던 여자가 몸을 덜덜 떨며 핸드폰을 지호에게 넘겨주었다. … '사랑받고싶음' ? 사랑? 사랑의 정의는 누군가를 애타게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고개를 갸우뚱, 움직인 지호가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핸드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고마워." 타앙-. 붉은 피가 촤악, 튀기며 앉아있던 여자가 시체가 되어 뒤로 쓰러졌다. 지호가 얼굴에 튀긴 피를 문질러 닦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받고싶음' . 나 사랑받고싶은가? 지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리고 항상 그랬듯 지호는 커다란 총을 바닥에 질질 끌며 목적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내릴것같은 하늘이었다. - 진도 쭉쭉 나가봅시당~ 안바뀐거같아도 함 읽어바바여 쪼금씩 달라졌다니까여! ㅜㅜㅠㅠ그리구 댓글너무너무 감사해요 특히 몇줄 넘어가능 긴댓글들 읽을때면 너무 벅차서 어떡해야할지 모르게써여ㅠㅠ 하나하나 다 읽구있구.. 암호닉은 다 신청받구여! 암호닉 메모장에 하나하나 다 저장하고있긔 그냥 물어보지마시구 막 찌르시면 됩니당! 댓글에 답글은 못달아드려서 죄송해여...제가시간이 없긔...☆ 그렇다고 대충달기엔 너무 미안하자나여ㅠㅠ...죄송해여지짜...♥ 주말엔 달아드릴수잇을지도! 다들 너무너무사랑해여♥ 뒤늦게돌아왔는데도 환영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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