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은 손으로 그 목을 잡아 올렸다가, 한 번 놓아보았다. 기절해 있는 경수의 몸이 힘 없이 떨어졌다.
제 손에 묻어났던 피들이 굳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밤은 그렇게 빨리도, 찾아왔다.
재미가. 재미가 없어. 온통, 다 지루해. 종인의 표정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종인은 제 옷을 다 벗고, 경수의 교복을 벗겨 입어보았다. 상체는 잠기지도 않고, 어깨선이 마구잡이로 들어가 있었다.
바지는 7부를 맞춰 입은 것 처럼 짧았다.
제가 아무리 미쳐 날뛰고 , 기어도 절대 도경수가 될 수 없다는걸 종인은 알고있다.
경수는 죄가 없다. 그를 죽여봤자 아무것도 얻어지는건 없었다. 아, 하나 있겠네. 변백현의 살기 가득한 그 눈빛.
태생부터가, 자라온 환경이. 그 속이 안된다면 겉이라도 닮아보고 싶었는데…
백현아, 나는 왜 너보다 큰걸까. 나는 왜 너보다 까만 피부가 된거지? 왜 사람들은 까만 피부를 섹시하다고, 남성적이라고 생각할까?
종인은 휴대폰을 꺼내 백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학교 창고]
5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에게 문자 한 통 보낼 수 없었다. 평생, 저는 그의 앞에 나설 수 없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변백현은 제 친구가 될 수 없다.
문자를 날리고 돌아보니, 피투성이에 , 처참하게 옷까지 벗겨진 도경수가 있었다.
이런 그를 보고 백현이는 날 때릴까? 날 죽일지도 몰라. 내가 싫겠지? 이젠 친구도 아니라고, 여태까지 친구로 생각해주던 시간들을 후회하겠지.
이런 쓰레기 같은 나를, 백현이는 평생 봐주지 않겠지.
종인은 자신의 모습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날 이렇게 만든건 백현이 너잖아. 변백현. 백현아.
3일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10분의 시간만에 변백현은 달려와 창고문을 열었다.
올려 깐 머리카락에선 피가 굳고, 짧은 바지를 입은 종인은 영혼 없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 쯤 입혀지다 만 교복에는 [도경수] 익숙한 세 글자의 명찰이 달려있었다.
붉게 물든 종인을 따라 눈동자를 내리면. 그 누구보다 아끼는 저의 사랑이 .
백현의 눈동자는, 한 참을 경수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헤매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눈 앞의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ㅡ
3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동안 , 경수의 마음이 완전해지길 , 굳어지길. 자신을 기다리고,자신의 사랑을 바라고 있어주길.
정말로, 백현은 내일은 꼭 학교를 나가려 했다. 그 간 마음 고생 시켜서 미안했다고, 종인에게 뭣도 모르고 흔들리는 네가 얄미워 그랬다고.
그러니, 다시는 종인에게 가지말고 항상 제 옆에 머물러 달라고.
사실 저는 처음부터였다고, 인사하던 그 순간부터, 제 마음은 시작이였다고 꼭 말해주려했다.
성격이 급하다느니 욕심이 많다느니, 어렵게 둘러서 한 말들의 진심도 풀어주리라 마음먹었다.
저는 아무짓 하지 않고 조심히 지켜만 봤음에도, 저보다 먼저 종인에게 안긴 경수가 미웠지만.
저를 봐 주지 않음에 다급해졌었지만.
그랬어도
경수는 제 것이였다.
단 한 번의 다정함으로, 돌아설만큼. 경수가 종인을 생각한 마음보다 내게로 향한 마음이 더 컸으니. 뭐가 어떻든 상관 없었다.
사실, 더 못보자니 이젠 백현이 먼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계속 종인의 옆에 붙어 산다고 해도.
저가 없는 시간을 자유롭게 즐겼다고 해도 그런 경수를 놓을 수는 없었다.
제게는 하나의 사랑이였다. 유일하게 제 마음을 흔드는 존재였다.
어떤 의미였던간에 커다란 눈에 방울 맺힐 눈물들을 닦아주고, 또 다시 누구보다 다정하게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백현아."
하고 처음으로 저를 애달프게 찾던 경수의 목소리를 3일 내내 그렸다.
어깨를 감싸던 그 하얗고 부드러운 팔의 감각을 3일 내도록 느꼈다.
그러나 , 밤이되어 울린 문자에 백현은 눈을 의심했다.
보내는 이 - 김종인.
김종인...? 다시 , 또 다시 확인했다.
김종인.
메세지의 내용을 보기도 전에, 백현은 불안감을 느꼈다.
메세지를 보자마자, 숨이 헉헉 거릴 정도로 뛰어 온 곳에는.
내 사랑이.
나의 사랑이.
내 마음보다 더, 붉게 물들어져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다.
"아…"
고작 백현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저게 다였다.
백현은 제가 기억이라는 걸 알았던 나이부터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눈물이 그렁 그렁 맺혀 눈 앞이 흐려지는 경험을 했다.
백현의 감정은 , 분노도 슬픔도 그 어떠한 것도 아니였다.
그저, 멍했다.
도저히 이 상황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만약 종인이 그를 강간하고, 막대하며 폭행했다면 처음부터 그를 끊어냈을 것이다.
허나 그는 경수에게 다정했다.
따듯했다.
경수 스스로가, 그를 찾았다.
나의 사랑은 스스로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랬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대체 이건 …
덜덜 떨리는 얼굴을 경수의 가까이 묻었을 때, 희미한 그의 숨 소리에 백현은 안도했다.
아무렇게나 잡히는대로 입고 온 겉옷을 둘러주고 그를 끌어안아 올렸다.
종인은 멍청하게 그런 그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제 나는 , 다 잃었어.
백현이도 잃고. 그리고. 저 병신같은 하얀놈도, 날 좋아하진 않을거야.
내 곁엔 아무도 없어.
나는, 혼자야.
종인의 정신은 백현만큼이나 위태로웠다.
눈 앞에 펼쳐진 피들이 어둠속에서 꼭 저를 부르는 것 같았다.
백현은 그런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백현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던 정신을 다잡았다. 병원을 가야했다. 달려야 했다.
"김종인."
낮은 목소리에도 위압감이 없었다.
두 사람 다 너무, 지쳐있었다.
"내. 친구."
백현의 목소리는 떨렸다.
"너도 날 그렇게 생각할 때 … 연락해."
위태로운 그를 위한, 백현의 마지막 배려였다.
종인은 갈피를 못잡던 제 마음이 날라다니다가, 그대로 땅으로 박히는 느낌을 받았다.
"내. 친구."
초점 없던 눈동자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쓰레기보다 더 , 더럽고 역겨운 . 미쳐버린 저를 백현은 친구라고 불렀다.
종인은 주저앉았다.
ㅡ
경수의 퇴원까지의 시간동안에 , 백현은 그의 부모님께 얼마나 고개를 조아렸는지 모른다.
매우, 험한 말들이 돌아왔다. 부모도 없는 것들이.. 보고 배운 게 없어서 … 더러운 새끼들이. 저런놈들은 다 죽어버려야해.
다시는 그를 만나지 말아야한다. 경수에게도 얼마나 그 사건이 큰 상처가 될지 알았다.
백현은 그렇게 3일의 시작으로, 영영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ㅡ
퇴원하고 난 이후의 경수는 ,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종인이 제게 왜 그랬는지 아무도 말 해주지 않아 답답했다.
학교 애들은 그 꼬여버린 시점을 알 리가 없었다. 백현은 사라졌다. 종인도 없었다.
경수는 몸이 아팠던 것 보다, 정신이 위태롭다고 느꼈다.
저는 그 모든걸 풀어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 백현이 보고싶었다.
모든걸 풀고 백현을 만나,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ㅡ
"나, 기억해?"
피투성이가 된지 꼭 5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나 종인은 경수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경수에게 , 번호가 적힌 종이만을 건네고 유유히 사라졌다.
미안하다, 사랑했다. 사실 그때의 일은 …
그 어떠한 경수가 상상했던 말도 하지 않고서.
멍청하게 서있던 경수는, 그 번호에 무심코 전화를 걸었다가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제 감정이 ,
열심히 막아놨던 제 마음이 한꺼번에 터짐을 느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가 그리는 사람은 하나였다.
"…? 여보세요?"
다시 한 번 되물어 오는 백현의 목소리에 경수는 울음을 꾹꾹 참으려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 흐느낌에 백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안거지?
저의 존재만으로도 그를 상처입힐까 두려웠다.
하지만,
[백현아. 백현아 제발 나 한 번만 . 한 번만.. 만나줘.]
단 한 통의 경수의 문자로, 그들은 다시 5년전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5년 하고도 3일의 전으로 돌아갔다.
경수의 부모님의 반대에도 , 둘은 동거를 시작했다.
경수는 그렇게 그려왔던 백현이 이번에도 사라진다면, 정말로 죽을 것 같다고 느꼈다.
백현은 그 날의 일들을, 종인과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지만 상관 없었다.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있어도
여전히, 두 사람은 사랑스러웠다.
ㅡ
그로부터 또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제 두 사람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다정했다.
카트 손잡이 위에 엎드린 경수가 동그란 눈을 굴렸다.
"백현아~ 우유는 챙겼어?"
"어어! 당근이랑 우유랑, 또 뭐?"
"그거.. 아 뭐였더라?"
"멍충이. 내가 그럴 줄 알고 휴대폰에 …"
보내는 이 - 김종인
[친구]
ㅡ
네.. 주말에나 온다던 작가는 급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질러내었습니다.
열린결말을 하고싶었지만 또 뭔가.. 그건 더 망하는 길이 될거 같았어요.
제가 픽을 쓰면, 하루종일 그 픽만 생각나거든요 ㅜㅜ 다음 내용은 뭐고, 또 뭐고. 어떻게 하는게 좋고. 이 장면 대사는 뭐고.
이러면서 꿈에서도 막 나오려하고 ;ㅇ;... 24시간을 그 픽만 생각하고 있어서.
빨리 끝내야만 제가. 살거 같았슴다 ;ㅇ;..
그럼,좋은밤되세요 제 사랑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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