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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 센티넬버스 + 각인 세계관










W. 愛정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내 온몸을 휘감아온다. 마치 나무 한 말뚝을 내 배에 무자비하게 꽂아넣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하얀 이불보를 꽉 쥐었다. 손톱을 세워 베게를 긁어대도, 침대 위를 구르며 배를 움켜잡은 채 짐승같은 울음소리를 내어도 그 어느 한 사람도 나에게 팔을 뻗지 않는다. 도와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다. 아, 입이 마비된건가 아니면 말을 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건가. 총을 맞은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가는 기분이었다. 참, 그때보다도 더 아플 수는 없겠지. 내장이 꿈틀거리는 기분나쁜 감촉에 피를 쉴새없이 뱉어내어 온갖 비린내를 내는 입 때문에 총 보다는 칼에 맞고 죽는 것이 훨 낫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1%의 가능성이라도 저 남자가 나를 죽여줄 의향이 있다면 그냥 옆에 놓인 얇은 칼로 내 배를 쑤셔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저 손에 들린 주사기로 내 목에 꽂아넣으면 될텐데. 몇 번을 경험해보아도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이 고통은 절대로 나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가져다줄 내성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차라리 죽는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는 고통에 이제는 진저리가 날 것만 같았다. 어느새 또 눈물로 인해 희미해진 시야 속에서 내 팔에 꽂힌 튜브에 흘러가는 선명한 피를 보인다. 괴기스럽기만 해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실험하기 위해 저렇게 많은 양의 피를 뽑을 리는 없었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공급하기 위한 의도로 흘러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나를 힘빠지게 하는지 모른다. 이렇게 고통에 허덕이게 하는 것도, 나의 DNA를 추출해내어 시험관에 담아 복제를 하는 것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이미 수백번 들어봤기 때문에 그저 나의 새빨간 선혈이 튜브를 통해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오늘은 잘 못 버티네"


진정제가 투입된 주사기를 든, 차트를 바라보는 하얀 가운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하얀 가운만큼 새하얀 손에 들린 펜을 휘휘 돌린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눈썹을 살짝 찡그린 그의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정한 모습에 소름이 돋을 것만 같았다. 핏기로 서늘한 눈을 최대한 부라리고 짐승처럼 손톱을 세워 주먹을 꽉 쥐어 나를 아무감정없이 차가운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그를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려보았다.

 

죽여,버리고 싶다.

 

수만 번이고 그를 갈기갈기 찢고는 상상을 했다. 몇 년을 나를 이 하얀 방 안에 가두어놓고 하나의 '인간'을 실험체로 만든 그를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러워 고통에 허덕이는 와중에 위 안에 남아있는 소량의 음식물이 역류할 것만 같았다. 하얀 방 안에 갇혀 사는 것부터가 이미 미친 짓인데 내가 정말 인간이 맞을까? 라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를 바라보는 저 감정없는 고요하기만한 차가운 눈빛이었다. 눈빛만으로 살기를 흉흉하게 띄우는 나를 마치 실험을 거절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실험자마냥 가소롭다는 듯 아무표정을 비추지 않은 그가 머리를 털며 입을 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내일 또 할 수밖에 없어"


"좆까"


바들바들 떨리는 입꼬리를 최대한 올리며 비웃자 그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 정도만 해도 나에게 엄청난 쾌락을 안겨다주었기에 일부러 그와 눈동자를 마주하며 미친것처럼 실실 웃었다.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에 귀찮음이 역력해보여 배알이 꼴렸지만 곧 진통제가 담긴 주사기를 바닥에 가볍게 내던지는 그에 순간 심장이 철렁, 아래로 떨어졌다.

 

"뭐하는..!"

 

파삭.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함께 말을 끝내기도 전, 그의 발짓 하나로 처참하게 부서진 주사기였다. 스믈스믈 멀건 액체가 카펫에 스며드는 장면을 바라보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팔짱을 끼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는 마치 화형을 당해도 마땅한 폭군처럼 비추어졌다. 아니, 인간계로 내려온 악마라고 해야하나. 입꼬리는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살짝 빛나는 저 눈동자는 사이코마냥 지금 이 상황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잘 견뎌봐"

 

"윽...개새끼야...!"

 

잘 견뎌보라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를 짓누르던 통증이 이제 점점 가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흉부를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 찢는 것같은 소름끼치는 감각에 나를 바라보는 그를 등진 채 몸을 웅크리며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비명을 지르며 입을 막았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쉬며 침대기둥을 붙잡고 눈물을 터뜨렸다. 살려줘, 살려줘. 메아리처럼 맴도는 말들을 집어삼키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 기둥을 꽉 붙잡은 나의 머릿속이 점점 새하얗게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기둥을 꽉 쥔 오른손이, 마찰로 인해 새빨갛게 부어오른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동앗줄이라도 된 것마냥 꽉 잡으며 최대한 고통을 견뎌내는 나의 몸 안에서 무언가 터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나의 입 안에 폭탄을 쑤셔넣고 불을 붙인 것같았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계다.


삐 - 날카로운 이명소리가 귓가에 울리더니 거짓말처럼 누군가 조종하는 것마냥 곧 나의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금이 간 기둥을 놓게 된 내가 힘없이 큰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로 나가떨어지게 되었다. 쿵 - 스프링이 대량으로 튕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위로 나가떨어지는데 몸 전체에 아릿한 통증이 퍼져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게 되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새 팔 다리가 마비되었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밧줄로 피가 통하지 못하게 꽉 묶어놓은 듯한 기분나쁜 감촉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 시발.. 입 안이 터지도록 여린 살을 깨물며 몸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힘만 빠져 머리가 더 어지럽기만 해 좆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시야와 더 거칠어지는 숨결에 가까스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심장박동수가 현저히 낮아졌음을 뜻하는 빨간경고등, 그리고 그런 나를 아직도 내려다보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같은 놈.. 도대체 얼마나 내 몸을 혹사시켰으면.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을 보고도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는 그의 행동에 동정심을 바라는 내가 비정상인건가,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 없는 그 하얗고 말간 얼굴에 허, 차가운 조소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관자놀이로 흘러오는 눈물 한 방울에 이를 악물고 다시 눈을 감게 되었다. 차단된 시야와 점점 희미해지는 주변의 기계소리들. 충분히 내가 곧 정신을 놓을 것이라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이 완전히 놓기 위해 몸에 힘을 다 뺄 때 즈음 밖에서 우당탕탕- 소음이 들리더니 곧 벌컥,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여기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건가..? 이 방에 갇혀있으면서 실제로 한 번도 누군가 이 하얀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형!"


"태형아"


그리고 곧 들려오는 앳된- 하지만 충분히 남자다운 낮은 목소리, 그리고 그런 아이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정말 거짓말같게도 소름이 온 몸에 올라왔다. 정말 몇 년만에 처음 들어보는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정녕 이건 꿈이 아닐까,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실로 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에게는 역겹게만 느껴져 제발 빨리 정신을 잃기를 바라며 이미 손톱자국과 피로 엉망인 손을 다시 꽉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런 나의 바램과 무색하게 쉴새없이 침대 옆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뜬 눈 사이로 하얀 가운을 입은 그의 옆에 서있는 남자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름이 태형이라고 불리는 남자아이의 머리색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희미했다. 눈에 뛰는 연한 붉은색의 머리를 가진 태형은 침대 옆에 서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식은땀으로 흥건된 채 허덕이는 허연 몸뚱아리 그리고 방금 고통에 허덕이느라 미친듯이 물어뜯어 피를 흘리는 입술을 가진 내가 뭐가 그리 신기한지 눈을 감으며 정신을 놓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잠시 바라본 태형이 차트를 바라보는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얘가 나랑 정국이 가이드 해 줄 사람이야?"


"응. 근데 좀 부족한 점이 많아서 보완 중이야"


"빨리 보완되었으면 좋겠다. 정국이 많이 아프단 말이야"


"정국이 또 아파?"


"응. 근데 태태는 오늘 하나도 안아파"


"잘했어"


가이드? 정국?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그저 턱을 괸 채 침대 위에서 도마 위로 올라온 물고기마냥 가파르게 숨을 쉬어대는 나를 웃으며 바라보는 태형을 곁눈질로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아쿠아리움에 갇힌 물고기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턱을 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나를 바라보는 그 행동에 비웃음만 터져나왔지만 속으로 마음껏 웃어주기로 했다. 그런 태형을 바라본 그가 주위에 놓인 차가운 아이스팩을 집어 태형의 손에 안겨다주었다. 아, 땡큐하는 소리와 함께 으뜨뜨, 뜨거워라고 말하는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스팩을 들고 뜨겁다고 말하다니. 저 아이도 역시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가보다.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이 공간에 정상적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잠시 그 생각을 한 내가 이질적으로 느껴져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아직도 그래?"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응. 아직 자유자재로 다룰 수가없어"


"..예정대로면 내일 모레 즈음 너희들 각인을 새기게 될거야"


"진짜?"


"이제 어느정도 PPW를 견뎌낼 수 있는 것 같아"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잘됐다"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말 투성이를 가볍게 흘러듣는 동안, 이제야 고통의 후유증이 찾아왔는지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수면제를 몇 알 먹은 듯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같은 소름끼치는 감촉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매번 잠에 빠져들기 전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어렸을 때 했던 짓인데 아직까지 고쳐지지가 않아 습관처럼 남아있는 것이었다. 가끔 너무 심한 고통으로 완전히 기절하기 전 이런 나의 습관으로 간간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그였다. 그렇게 의식을 놓고 몇 일은 일어나지 않을 완전히 잠에 빠져드려는데 부드럽게 나의 손을 잡는 낯선 손길이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타인의 손길은 익숙치가 않아 싫다는 뜻으로 잠시 신음을 흘렸지만 그런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더 꽉 붙잡는 손길이 꽤 고집스러웠다. 마치 불덩이에 손을 담구고 온 것처럼 손이 기름을 부은 활활 타오르는 석탄같이 뜨거웠다.


"좋아?"


"응! 나 완전 기다리고 있었어"


마치 장난감을 품에 안겨다주기 전 묻는 것같은 그의 질문과 동시에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리고 이어서 나의 곁으로 다가와 느껴지는 따뜻한 숨결에 잠시 어깨가 움찔, 움직였지만 나는 눈을 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그런 나의 식은땀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넘겨준 그가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옅은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였으니 얼마나 가까웠는지 추측이 되었다.


"잘 부탁해"


상냥한 그 목소리를 끝으로 머릿속이 서서히 새까맣게 변질되더니 곧 밤하늘이 되어 수많은 별들을 새기기 시작했다.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잠에 빠져들고 항상 전에 있었던 일을 다 지워버리던 나였는데 왜인지 모르게 그 상냥한 목소리의 잘 부탁한다는 말은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았다. 불안해서일지 아니면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던 타인의 상냥함 때문인 지는 나조차도 몰랐다. 언젠간 깨어나면, 그때 알게 되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은 그 목소리와 함께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각인

01















깨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누군가 나를 흔드는 바람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익숙하지만 나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보는 것만이라도 나의 숨을 옥죄어오는 하얀 천장이 나의 시야에 희미하게 잡혔다. 한 번 큰 고통에 허덕이면 지친 몸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한 번은 일주일 넘게 잠에 빠져든 적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오래 잠에 빠져들어 보다못한 그가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이었는데 자는동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주일 넘게 내 옆에 앉아있었다고 했다. 깨우지 말지, 이 말이 입안에까지 머물렀지만 무서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 때문에 답답하게 꾹꾹 가슴 속에 꺼내고 싶은 말을 억누를 뿐이었다.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잠에 빠져드는 사이에 죽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 그가 검사를 한 번 해보자, 할 정도로 나는 한 번 잠에 빠져들면 시체같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죽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루에 몇 백번은 더 하기 때문일까. 언제는 너무나도 죽고 싶어 식사를 걸러도 링겔로 영양제를 투여하고 손목을 긋고 싶어 주위에 날카로운 도구를 찾아봐도 이미 눈치챈 그가 온갖 위험도구를 다 치워놓은 뒤였다. 언제는 한 번 나의 피를 뽑아내는 링겔의 날카로운 바늘로 손목을 무자비하게 찍고 기절을 했었는데 다음 날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완쾌된 내 손목을 보며 허망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죽으면 손해보는 사람이 있어. 안돼'라는 말만 하며 나에게 죽음조차 허락해주지 않았다.


"삼 일을 잤어"


"....?"


그리고 옆에 들려오는 익숙치 않은 목소리에 놀라 옆을 돌려보니 병자같은 하얀 피부에 대조되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남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가운을 입고 차트를 집고 있던, 그는 온데간데 없어진 채 나보다 조금 어려보이는 남자아이가 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전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그대로 그를 경계하며 우선 뒤로 상체를 내뺐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본 그가 어리고 우주같이 반짝이는 고동색의 깊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한 적이 없던 나는 당연히 이 상황이 어색해 얼마 가지 않아 그 눈을 피하게 되었다. 이저까지 받아본 시선이라고는 내가 고통에 허덕이거나 영양실조로 링겔을 맞을 때 그가 나를 내려다보았던 냉랭한 그 눈빛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저렇게 나를 빤히 바라보는 낯간지스러운 시선은 처음이고 또 어색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애꿎은 침대 시트만 꾹 쥐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나 누가 내 시선 피하는거 되게 싫어해"


"...."


"빨리 나 봐"


 꽤 대담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였다. 무언가 거스를 수 없는 위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괜히 겁이 나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마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나빴던 기분이 풀어졌는지 미소를 지은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나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끼익, 그의 몸을 받쳐주는 스프링의 낡은 소리가 들렸고 나와 한참 시선을 마주한 그는 가까이서 보니 성숙해보이면서도 앳된,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내 이름은 전정국이야"


"...정국"


"응. 정국. 앞으로 나 부를 땐 성 빼고 불러."


나는 누가 성 붙이는거 되게 싫어해. 뒷말을 중얼거리며 나를 바라본 정국이 눈웃음을 지었다. 애굣살이 돋보이는, 확실히 예쁜 눈웃음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이 상황은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같이 따라 웃어줄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상태도 모르고 그저 내가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데에 초점을 둔 정국이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완전히 한 마리의 강아지를 쓰다듬는 듯한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손길에 어깨를 움츠리며 피하자 살짝 굳어지는 그의 표정 또한 볼 수 있었다. 계속 웃고 있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표정을 굳히니 정국이라 불리는 이 남자아이도 되게 무섭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 위에 손을 내리지 않은 정국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내가 만족된다는 듯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나와 김태형 이렇게 셋이 지내게 될거야"


"....."


"아, 못들었나? 우리 가이드가 바로 넌데"


가이드?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를 바라보자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 더 다가오는 전정국이었다. 어라,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정말 몰랐나보네"


"...."


"여기, 너 팔에 각인도 되어있는걸"


그리고 곧 내 소매를 걷어올리는 그의 행동에 놀라 파드득 거렸지만 그럴수록 더 세게 내 손목을 쥐어오는 그의 손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나는 내 팔목에 그려진 버들나무 모양의 문양에 아...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여졌다. 각인. 그래, 내가 자고있는 동안 결국 내 팔목에 각인을 새긴 것이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전정국을 바라보자 그런 나와 눈을 마주하며 미소를 짓는 그였다.


"그러면...나..."


"응"


"...."


"여기서 못나가는거야"


각인. 센티넬과 가이드가 서로 종속되었음을 의미하는 영원의 표시. 온갖 실험을 빙자한 고통에 허덕이며 이것만 끝나면 돌려보내주겠지, 나갈 수 있겠지 살짝 희망을 가졌던 내가 병신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팔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버들나무를 바라보았다. 각인으로 센티넬과 가이드는 서로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가이드가 멀리 가지 못하도록 각인을 새겨 자신과 조금 멀리 떨어져있으면 바로 가이드의 생각을 조종해 자신의 앞까지 직접 걸어오게 하는 악마같은 존재가 바로 센티넬이었다. 정말 둘이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면 되도록 가이드가 각인을 새기는 것을 거절했고 그런 가이드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삐뚤어진 센티넬 덕분에 애정도 없는 각인을 새겨 영원히 지옥같은 삶을 사는 가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아아.. 저절로 탄식이 섞인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또다시 찾아와 내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여기로 끌려왔을 때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과 변함없던 그의 하얀가운을 붙잡으며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갈 수 있냐고, 나를 집에 돌려보내줄 수 있냐고. 그때 나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였지만 '지금 내가 하는 실험과 맞지 않으면 돌려보낼거야'라고 말하던 그의 말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오곤 했었다. 이렇게 심한 고통에 허덕이는걸 보면, 나는 실험과 전혀 맞지 않았으니깐. 일부러 더 크게 비명을 지르는데도 무표정으로 '잘했어'라고 말해주던 그였기 때문에 항상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얀 방, 하얀 침대에 9년이라는 세월을 이제는 지긋지긋하기만 한 고통적인 실험에 허덕이곤 했는데 그게.. 그게..

 

[방탄소년단/전정국/김태형] 각인 01 | 인스티즈


"그래도 명목이 가이든데"

 

"아...아.."

 

"잘 부탁해"


 곧 내 손목을 들어올려 버들나무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전정국의 행동을 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버들나무에 입을 떼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 그의 표정도 그의 쇄골에 새겨져있는 버들나무도, 다 이해가 되지 않아 울고싶기만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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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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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대박....작가님...필력이...분량이...와...진짜....ㅜㅜㅜ대박이에요 저 글잡에 댓글 잘 안쓰는데...너무 기대되요...진짜 소재부터...대바규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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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93
와..왜비회원일까요제가..진짜필력대박,.진짜진짜기대되요ㅠㅠㅠㅠㅠ감히제가암호닉신청해도될까여..?와지쮸ㅠㅠㅠㅠㅠ만약된다면[꾸3꾸]로신청하겠습니댱!!!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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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필력 진짜.. 와 장난아니네요 정국이 발려요ㅠㅜㅜㅡ 윤기도 저는 발린답니다ㅠㅜㅜㅜ 그런데 여주 너무 불쌍한거 아닌가요?.. ㅠㅜㅜㅠㅜㅜ 9년동안 희망만 가지고 살았는데 저렇게 되다니 으엉ㅠㅜㅜㅜㅡ 그런 의미로 [호석이두마리치킨]으로 암호닉 신청이욥!! 작가님 사랑한다구요 그럼 저는 이만 뿅-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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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와대박...진짜 대박..암호닉 신청해도된다면 [입틀막]으로 신청합니다. 신알신하고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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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암호닉신청( 우유) 입니당 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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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9.158
왠지모르게 비극으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여주가 스스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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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9.158
암호닉 신청하고 갈께요!!! [뉸뉴냔냐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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