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빙의글] 나쁜상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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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내장탕
"다시 해와"
툭. 눈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하나하나 장수를 세워왔건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내 앞에 떨어진 두툼한 종이뭉치에 바보처럼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중고등학교때 시험공부할 때처럼 형광펜으로 중요한 내용도 그어놓고 혹시 팀장님께서 모를까 단어뜻까지 포스트잇에 정성스럽게 써 붙여놓았던 나였다. 항상 서류를 낼 때마다 '정성이 부족하다', '내용이 별로다' 등 별 개같은 근거로 까였기 때문에 최대한 트집이 잡히지 않도록 옆에 앉은 사원에게 커피까지 사주며 오타검사와 내용검사 다 검토했건만.. 시발 저걸 본 체도 하지 않고 던지다니! 불금을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파는 스누피 커피도 몇 잔 들이키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느라 고3때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삭신이 다 쑤셨다. 대학생 때 과제 낼 때보다 열심히 집에서까지 노트북을 두드려 하마터면 안구건조증까지 와 안과를 가야할 뻔했다. 이번에는 칭찬 받을 줄 알았건만 쌍그리 개무시하고 다시 해오라는 팀장의 말에 설마, 생각하며 최대한 이를 악물고 다시 읽어보라고 권유하기 위해 입을 열기도 전, 나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다른 직원들이 가져온 셔류를 한장한장 읽는 팀장에 진심으로 씨발의 '씨'자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뭐해? 다시 가야지"
"...네?"
"다시 해오라고. 나 두 번 말하는거 싫어하는데"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는 나를 잠시 바라본 팀장이 '왜 아직도 여기있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심이야? 경악하며 슬랙스 자락만 꾹 쥐자 피식 웃으며 다른 사원이 준 서류를 탁, 하고 내려놓은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치가 없으면 좀 키우던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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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딴걸 서류로 줬으면 죄송하다고 말해야하는거 아닌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나를 직시하는 팀장의 눈빛이 매서워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방금까지 '오늘은 칭찬 받을 것 같아요!'라며 엄지척을 날려준 사원에게 칭찬받으면 오늘 저녁사주겠다고 손을 꼭 잡은 게 5분 전 같은데, 내가 회사에 막 들어왔을 때와 다름없이 눈빛에 조롱을 깔고 나를 바라보는 팀장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이건 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일까? 마음같아서는 눈깔달렸으면 다시 보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확실히 갑을관계이고 개기면 죽음이기 때문에 팀장의 말에 그대로 개처럼 깨갱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엄마보고싶네 시발.
"ㅈ...죄송합니다!"
"..."
"다시 해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억울해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최대한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폴더폰처럼 허리를 굽혔다. 그런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팔짱을 낀 팀장이 흐음, 콧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다시 앉아 의자에 허리를 기대었다. 마치 말을 잘듣는 개를 바라보는 주인의 눈빛같아 급격히 기분이 내려갔다. 오늘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문자나 보내야지. 빨리 이 지옥구덩이에서 빠져나가고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푹신한 의자에 허리를 기대고 나를 바라보는 팀장의 눈치만 살짝살짝 보았다. 언제즈음 나가야할까... 눈만 도르륵 굴리며 나갈 타이밍을 살펴보는데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 팀장에 진심으로 뛰쳐나가고싶다는 욕구가 솓구쳐올라오기 시작했다. 허리에 쥐가 난 것마냥 저려올 때즈음, 다시 다른 서류를 살펴보는 팀장이었다. 에이포용지를 넘기는 팔랑팔랑거리는 종이소리만 팀장실을 가득 채웠다. 식은땀으로 가득찬 손만 슥슥 문지르며 분명히 립밤을 발랐는데도 쩍쩍 갈라지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가고싶다, 나가고싶어...!! 빨리 이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나를 도와준 최사원의 멱살을 움켜잡으며 저녁 사내라고 울부짖고 싶었다. 오늘은 이슬톡톡이나 까야지. 아, 야근이라 못먹으려나. 거의 멘탈붕괴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여갈 때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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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허리 숙이고 있네"
"아..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이제는 진심 울고싶어질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쩌라는거지..? 말장난인가 싶어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진심 장난끼를 찾아볼 수 없는 미소가 없는 무표정을 지은 팀장에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이 가시방석같은 분위기와 상황이 나의 몸을 옥죄이는 것 같았다. 아주 이제는 서류를 손에 놓고 재미있는 장난감을 바라보듯 턱을 괴고 나를 쭈욱 지켜보는 팀장에 다 때려치우고 이 문을, 아니 회사를 나갈까 생각이 들기까지 시작했다. ... 엄마 미안. 나 이 회사와는 도저히 맞지 않는 것 같아. 응? 회사가 아니라 그 개같은 팀장 때문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기를 빨아들이는 이 곳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 싶어 두 주먹을 꽉 쥐고 겨우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입을 열었다.
"다시 해오겠습니다.! 오늘 야근이라도 해서..!"
"아니야. 됐어"
"네?"
"이거 오늘까진데 언제해서 언제가져오게"
시발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던가.! 진심으로 저 맨들맨들한 면상에 주먹을 꽂아넣고 싶은 심정이 나를 감싸안기 시작했다. 거의 기가 다 소멸한 상태에서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이는 팀장에 턱, 하고 긴장이 풀려 하마터면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을 뻔했다. 정말 구라 1도 첨가하지 않고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다시 야근하면 어쩌나, 이대로 상무에게까지 혼이 나면 어쩌나 온갖 생각에 휩쌓인 채 불안해했던 지라 내 심정도 모른 채 미소를 짓고있는 팀장을 보니 볼케이노 치킨을 콜라없이 먹은 것마냥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허리 아프겠다. 나가봐. 손을 휘저으며 나에게 나가라는 제스처를 하는 팀장을 멍하게(거의 체념한 표정으로)바라보며 뒤를 돌자 마우스를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라스트 콤보로 뒤에서 들려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아, 나가기 전에 내가 던졌던 서류 좀 다시 가져다주고"
아...개새끼. 처음으로 직장상사를 찢어죽이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감싸안았다.
나쁜상사
01
![[방탄소년단/전정국] 나쁜상사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8/14/5/0/3/5034d9bdba6bd692c807970b00ac5f4b.jpg)
"통과했나봐요. 빈 손이네"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빨리는 팀장실에서 나와 푹 꺼진 눈으로 의자에 턱하니 앉자 나와 같은 동기이자 일을 평탄하게 잘해 꽤 칭찬을 많이 받는- 아무튼 성격이 좋은 사원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유일하게 이 회사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악마 - 팀장이 나를 밥 먹듯 갈군다는 것을 알고 항상 같이 까주고 심지어 서류작성까지 도와준 고마운 최사원에 하마터면 그녀의 작은 어깨를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릴 뻔했다.
"진짜 죽을 뻔했어요.. 저기 들어가는 순간부터 지옥이야"
"얼마나 갈궜으면.. 하긴, 찬바람이 쌩쌩 불긴 하더라구요. 저도 들어갔다가 저 쳐다보지도 않고 서류 내놓고 나가라는 말에 쫄아서 구두 소리도 못냈어요"
겁먹고 턱 하니 풀린 긴장은 사람의 몸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킥킥거리며 최사원과 떠드니 이제야 그 지옥에서 빠져나온거구나 실감이 났다. 쉬라는 말과 함께 커피를 타주겠다는 최사원이 일어섰다. "고마워요..."거의 울먹인 말투로 말하자 뭘요, 다시 웃으며 뒤를 도는 최사원의 나풀거리는 플레어스커트를 바라본 내가 다시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름 전정국. 현 직장 팀장. 그리고 나를 갈구는 엄청난 개새끼.
집안이 빵빵한 덕분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전정국은 첫날부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그 날 들어온 신입 한 명을 개처럼 갈궜다고 했는데, 그 불쌍한 신입이 바로 나였다. 시발 복사기 좀 잘못 만졌다고 삐뚤하게 복사된 종이를 나에게 집어던지며 소리지르던 전정국에 진심으로 그 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쇼파 끌어안고 펑펑 울었었다. '첫날부터 개같이 갈궈지니깐 어때요, 기분 나쁘지? 지금 내 심정이 그래요'라는 둥, 내가 복사를 잘못해서 윗사람에게 혼날 뻔했다며 내 유리멘탈에 툭툭 금이 가게 해주던 그에 엄마에게 전화하며 힘들다고 눈물콧물 쏟아낸게 엊그제 같았다. 그때 엄마가 당황해서 지금 서울로 올라가냐며 같이 울먹이던 게 생생했다. 덕분에 이제는 멘탈이 단단해져 누군가 나에게 소리를 질러도 '전정국만큼은 아니네'라고 생각될 정도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이 점은 고마워해야하는건가..
> 팀장 (전정국) : 일해야죠. 왜 떠드시는건지?
> 나 : 죄송합니다.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 팀장 (전정국) : 탕비실에서 커피 좀 가져다주세요.
> 나 : 네?
> 팀장 (전정국) : 뭘 잘했다고 쉽니까. 탕비실에서 커피 좀 가져다주시라고요
아 씨이발.. 앉은지 5분도 되지않았는데 저 멀리있는 탕비실에 가 커피를 타오라는 지시에 짜증이 공존한 스트레스가 뜨겁게 내 몸을 감싸안았다. 왜, 그런 기분 있지 않은가. 가슴이 부글부글 끓고 미칠 것만 같은데 주위에는 막상 부실 것이 없어 미칠 것만 같은 그런..개같은 감정. 사춘기 시절 나를 키웠을 엄마의 심정을 대신하며 신경질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의자를 미는 소리에 주위 사원들이 나를 뒤돌아봐 '또 어디 가?'라는 표정이 드러났다. 앉은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퉁퉁 부을 듯한 다리를 통통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저 망할 팀장 전정국이 나가지 않는이상, 내 예상으로는 아마 직급이 올라가기 전 원형탈모가 생기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바라라라라ㅏ라랄"
고장난 로봇처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내가 슬랙스 주머니에 손을 꽂고 탕비실로 향할 때마다 아까 오바하며 숙인 허리가 찌잉,하며 저려왔다. 정말로 이 회사 퇴사하기 전에 신체 하나는 망가지겠어.. 불쌍한 내 신세만 한탄하며 후우 낮은 한숨을 쉰 내가 투명한 탕비실 문을 끼익, 열었다. 미니수저로 커피잔을 열심히 휘젓던 최사원이 인기척에 뒤를 돌아 나를 발견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엥? 왜 왔어요? 커피 내가 타준다니깐?"
"팀장님이 타오래요"
"헐. 엄청 부려먹는다"
허리를 퉁퉁 두드리며 맥심커피를 열심히 휘젓는 최사원 옆에 서자 그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커피가 묻은 수저를 분홍빛 입술에 쏙, 집어넣는 그녀였다. 괜찮아요? 약간 들어본듯한 연예인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풀죽어있는 나를 조금 치얼업 해주기 위해 자신이 탔던 커피잔을 전해주라며 나에게 건네주는 그녀였다. 아.. 정말 천사다, 천사. 숟가락 움직일 힘도 없었는데.. 여려모로 고마운 일이 많아 언젠간 꼭 밥 한 끼 사줘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 진짜 스트레스 받겠어요.."
암울한 기운이 느껴졌는지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최사원의 손길에 물기젖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 팀장님이 좀 너무하셨어요"
"좀? 아니 존나지, 존나!"
"..."
"아 진짜 오늘 서류까지 집어던지고.. 개같아 진짜. 개팀장이야 개팀장."
서류까지 집어던졌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최사원에 이저까지 꾹꾹 눌러담았던 설움이 터져나오듯 이제야 내 감정에 동요하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기쁨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어쩜.. 맘고생했겠다. 어느새 나를 타주기 위해 만들었던 커피를 홀짝이던 최사원이 더 말해보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자 봇물이 터진 듯 방정맞은 입이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사이코라니깐 사이코? 아니, 그래서 다시 해오겠다고 말하니깐 시간이 안된다고 다시 가져다놓으래"
"어머.."
"내가 진짜 그 자리에서 직급 떼고 주먹 날릴 뻔했다니깐? 아니 무슨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곤 센척만 드럽게 세서..
"풉"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빵 터진 듯 커피를 홀짝인 그녀가 콜록거리며 입을 막았다. 나도 말하고 좀 웃긴 것 같아 그렇지 않아요? 완전 여자처럼 생겼어 킬킬거렸다. 새하얀피부에 강아지처럼 추욱 늘여진 눈꼬리 그리고 고운 손. 내 서류를 검토할 때마다 나보다 여성스럽고 긴 손가락에 항상 눈길이 가곤 했는데, 아무튼 같이 동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속이 조금 뚫리는 것도 같았다. 회사에 친한 사람이 없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속에 꾹꾹눌러담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이라도 조금 들어주니 뚫어뻥으로 변기를 뚫는 것마냥 속이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아 진짜 기생오라비가 뭐야.. 그래도 팀장님 꽤 인기 많으세요"
"정말요?"
"꽤 신데렐라 신드롬에 빠진 여사원들이 많아서.. 그정도 잘생긴 팀장이 어디있냐며 막 저들끼리 수군거리던대요"
미쳤어. 결혼하고 스트레스 가득찬 생활을 하고싶은건가. 최사원의 말로는 팀장님의 수트 입은 모습에 반해 가슴앓이하는 사원도 있고 짝사랑하는 다른 팀의 팀장도 있다고. 와우... 외모지상주의 우리나라를 한탄하며 씁쓸하면서 달달한 맛이 나는 커피를 한 입에 머금은 채 허공을 주시했다. 설마요.. 중얼거리며 조롱이 담긴 웃음을 짓자 어지간히 싫어하세요 팀장님을, 중얼거린 채 다시 탄 커피를 홀짝이는 최사원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얼굴은 괜찮지 않냐며 물어보는 최사원에 성격을 보면 깨진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차라리 대머리의 상무님과 결혼을하겠어.. 아무리 나를 갈구며 스트레스를 주는 잘생긴 팀장보다는 매일 회사 일 어떠냐며 볼 때마다 힘내라고 초콜릿 쥐어주는 상무님이 훨 나았다.
"그런데.. 커피 식겠다"
"네?"
"우리 너무 탕비실에 오래 있었어요"
"...아"
"저야 쉬는시간 겸 온거지만, 팀장님께 가야한다면서요."
아, 맞다. 전구가 뿅! 하며 내 머릿속에서 빛을 밝히는 것 같았다. 대학생 때 이후 한 번도 이렇게 신나게 누군가를 까본 적이 없어서인지 시간개념을 완전히 까먹고 말았다. 최사원의 고급스러운 가죽시계로 10분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아... 죽었다 체념했다. 괜찮겠어요? 누구보다 시간약속에 까다로운 팀장을 같이 알기에 걱정하는 말투로 나에게 말하는 최사원에게 고맙다고 말한 내가 최사원의 배웅을 받으며 탕비실의 문을 열었다. 또 갈굼받을 게 뻔했지만 아까 더 말하라는 듯 최사원이 채근했으니 그때 또 이 설움을 말해주면 조금 괜찮아질 것 같았다. 아 이 맛에 회사에서 친구를 사귀는거구나. 오..드디어 회사 아싸 될뻔한 내가 말을 했어! 그것도 상대방과! 팀장에게 까이고 또 까여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사원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기죽은 채로 회사를 다니곤 했는데.. 흠 알고보면 회사를 들어온 이후 전정국 팀장 덕분에 항상 꼬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무언가 가뿐해지는 마음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애써 상기되는 팀장의 얼굴을 지운 채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내가 여자처럼 생기긴했지. 그쵸?"
들려오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와 향수냄샌데.. 시발. 설마..? 귀신이 뒤에 있고 여주인공이 뒤를 돌아보는 장면의 공포영화 브금이 어울릴법한 이 상황에 에이 설마,라는 말만 중얼거리며 정면을 응시한 나였다.
"나 무시당하는건가?"
화가 났다기보다는, 살짝 어이없다는 감정이 담긴 말투에 요란하게 펌프질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팔짱을 낀 채 탕비실 문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익숙한 자태가 보였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나쁜상사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8/14/0/6/7/0671ba2f8f6edb2f0443b5f1747e320d.gif)
"재미있네. "
....시발 좆됐다.
"커피 타오라고 하니깐 뒤에서 내 칭찬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오, 하느님 정말 이게 실제 상황인건가요? - 팀장의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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