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저년들 뭐야? 야 김너봉 너는...! 그런 얘기를 듣고만 있어..? 처음 보는 새끼들이 저 지랄인데?" 부승관의 갈굼에 문득 아까 들었던 그 여자애의 앙칼진 짜증이 떠올랐다. 약간 일진 느낌도 나고, 나름 영향력과 권력 있게 생긴 애가 그런 얘길 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의 생활도 순탄치는 못 할 것만 같아 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미련하게도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고 나는 결국 울어 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너봉아. 니 잘못 아니야, 진짜로." 그 날 유난히 서러워서 입학 기념 외식에서도 밥을 깨작깨작 먹었다. 옆에서 내 기분을 좋게 해주려 재잘대는 승관이를 대충 받아주며 멍을 때렸고,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자각하지 못하듯 정신없이 하루를 마무리해 어느덧 등교 첫 날이 되었다. 옆 동 사는 승관이 덕분에 새 학교에서 홀로 등하교하는 처참한 일은 면제받았지만 다시 어제가 떠오르자 뭔가 앞으로 친구는 승관이밖에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날 덮쳤다. 사실 먼저 다가가는 것을 안 해 본지 정말 오래됐다. 내가 좋아서 다가오는 애들은 먼저 진심을 보여줬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지만 내가 먼저 다가갔을 땐 맞춰주는 척 하면서 뒤에서 날 씹을 것만 같아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 세상을 왕따시키는, 자발적 아웃싸이더. 나나 승관이의 경우 전에 다니던 중학교와 집은 가까웠지만 고등학교는 집에서 좀 먼 편인데, 이 고등학교 근처 중학교에서 같이 올라온 애들이 많은 건지 반에는 나만 혼자인 느낌이였다. 혼자 조용히 엎드려 있었는데 반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어제 본 이석민과 친구들이 들어왔다. 역시나 이석민 주위에는 눈에 띄게 학생이 많았다. 양아치 과는 아닌 것 같이 생겼는데, 성격 좋고 잘생겨서 그런가? 다행히도 어제 그 여자애는 우리 반이 아닌 것 같았다. 이석민은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애들과 눈을 맞추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석민은 내게도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행여나 이석민 주위에 또 어제 그 여자애와 같은 아이가 어제처럼 나한테 뭐라 할까 두려워 그냥 다시 힘없이 엎드렸다. 이 얼굴 이 몸이면 공부라도 잘 해야지, 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난 뒤쪽 자리였는데 교실 저편이 소란스러웠다. 소리가 나는 쪽을 흘깃 보자 장난치며 웃는 남자애들과,
칠판과 책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집중해서 필기하는 이석민이 보였다. "야 거기 둘 나가." 결국 둘은 불려 나갔다. 그나저나 이석민, 공부도 열심히 하네. 수업시간엔 조용히 수업 듣고 쉬는 시간엔 존재감 없이 엎드려 있으니 다가오는 친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급식 먹을 시간이 됐고 친구도 없으며 입맛도 없는 나는 급식을 먹지 않았다.
"김너봉!!!급식먹자!!!!왁!!!!!!!" 부승관이 급식 먹자며 우리 반에 왔지만 입맛이 없으니 너 오늘 사귄 친구들이랑 먹어, 하고 보냈다. 급식실에는 각 반 애들이 다 있을 뿐더러 선배들도 계실 텐데 그런 곳에 얼굴을 비춰 더 비호감 사기 싫었다. 분명 날 보면 반감이 들겠지, 분명.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있었을까, 하나 둘씩 밥 다 먹은 애들이 교실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석민과 친구들도 들어온 것 같았다. 다시 엎드리려 했는데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가 엎드려 있는 책상을 그늘지게 했다. 고개를 들어 누군지 확인하자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밥 안 먹었어? 쉬는 시간마다 엎드려 있더니. 어디 아파? 여기 밥 맛있는데. 먹지 그래..?" 이석민이였다. 걱정해주는 것 같은 다정한 목소리였다. 친절히 물어봐 준 건 정말 고마웠지만 난 얘한테 친절하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입맛 없어." "..그래, 알았어. 쉬어 너봉아." 차갑게 괜찮다 하자 조금 당황한 듯한 이석민은 알겠다 한 뒤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갈 챙겨 친구들과 나갔다. 칫솔과 치약을 챙겨 가는건가, 양치하나보다 싶었다. 아 그나저나 쟤가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란 의문점이 들 때쯤 내 책상 왼쪽 위에 붙어있는 작은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애들 이름도 훑어볼 겸 그냥 교실을 걷고 있었다. 책상 위 펼쳐진 교과서들을 보니 필기로 빼곡한 책도 있었고 깨끗한 책도 있었으며 낙서로 가득한 책도 있었다. 아까 장난치던 애들 책은 깨끗하네, 하며 보다가 글씨가 정갈하니 각진 필기로 가득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의 이름표를 보니, ...이석민..? 필기 열심히 하더니, 글씨도 예쁘네... 뭐야 얘.. 다시 자리에 가 엎드려 잠을 청하려 하던 그 때 부승관이 우리 반에 왔고, 부승관의 손에는 까만 비닐 봉지가 들려 있었다.
"김너봉~ 오빠 왔어~" "누가 오빠야 병신아." "야 내가 너 급식 안 먹어서 빵도 사왔는데! 우유도!" "나 진짜 괜찮은데," "야 교실에만 있으면 답답하지도 않냐? 여기 건물 뒤에 꽃밭에 벤치 있더만, 거기라도 가자. 어디 교실 답답해서 빵 목에 들어가겠냐, 목 맥히겠다 야." 하며 날 일으켜 어깨를 잡고 벤치로 데려가는 부승관이다.
"야 너 친구 없어서 안 먹은 거 맞지? 사람 많은 데 가는 것도 꺼리고." "....넌 진짜 날 너무 잘 알아."
"내가 너랑 몇 년인데. 얼른 먹어. 야 여기 학교 시설 좀 괜찮은 것 같애, 이런 곳도 있고. 여기 우리 아지트할까?" "넌 어째 입학하자마자 이런 데까지 다 찾아내냐.너 막 새로 사귄 애들이랑 이런 데 와서 나쁜 짓 하는 거 아냐? 담배 피고 막." "아니거든?난 담배같은 거 안 할거야!" "수상해~~너 미자 때 담배 손대면 죽어 진짜~"
"아!!!아니라고!!!나한테 왜 그러는거야?하..빨리 먹어..먹어!!!흥" "ㅋㅋㅋ알겠어 진정해...알게쪄 우리 승관이~" 내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부승관이랑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빵을 먹는데 예종이 울렸다. "야 끝나고 교실 앞에서 봐." 하며 각자 교실로 들어갔는데, 내 책상 위에 까만 비닐봉지가 있었다. 안을 열어보니 빵과 우유가 있었다. 누구지, 하며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다가 저 편에 있던 이석민과 눈이 마주쳤고
이석민은 늘 그렇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보니 진짜 잘생기긴 했네, 건치네.. 비닐을 열어 빵과 우유를 보자 메모지가 있었다. [맛있게 먹어, 입맛 없다고 그렇게 급식도 안 먹으면 쓰러진다.] 나 입맛 없다 한 거 아는 사람이며, 정갈한 글씨체. ..이석민이였다. 놀라서 이석민을 바라보자
웃으며 내 손에 들려 있는 비닐봉지를 가리키는 이석민이다. 입모양으로 [고마워] 라 말한 뒤 끝나고 승관이와 나눠먹으려고 가방에 비닐봉지를 넣었다. 내 고맙다는 입모양을 알아 들은 건지 흐뭇+뿌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이석민이다.
..볼수록 괜찮은 애인 것 같네, 이석민.
| 카팝 사담! |
카팝입니다! 빨리 진도 빼 주고 싶어서 하루만에 돌아와써욬!훠우~ 석민이는 건치다정보스죠...움짤들 고르는데 진짜 석민이 건치미에 새삼 놀랐습니다ㅠㅠㅠ넘예뻐요ㅠㅠㅠㅠ 석민이가 밥 먹고 가방에서 뒤적거린 건 칫솔치약이 아니라 매점 갈 돈이 들어있는 지갑이였던 걸로...! 승가니 너무 귀엽죠ㅠㅠ하 1학생1부승관 필요해요ㅠㅠㅜ승관이같은남사친 필요합니당ㅠㅠ퓨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빨리 3편 써서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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