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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화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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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을 + 해보자.
Chapter 6♥ + ♥
이석민
* 네~ 또 늦게 왔어요~촤하하~
* 글쎄 개학을 해서 늦게 왔다지 뭐래요?
* 글쎄 핑계라 그러지 뭐래요?
* 승처리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인데 망친것 같다 그러지 뭐래요?
* 오늘은 끝까지 보기~
"…아."
새로 산 단화의 신발코로 애꿎은 땅만 쿡쿡. 찌르며 하염없이 이석민만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문득 핸드폰 창에 들어오는 날짜에 바보같은 소리를 입밖으로 내버렸다.
'야, 김여주 이번 생선은 향수.'
'…뭐래.'
'아 왜, 미진이가 담배냄새 난다고 싫어한단 말이야.'
바로 저번주, 모처럼 황금같은 주말에 본가에 내려와선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제게 부탁한 오빠의 협박이 생각난 여주가 짜증이 난다는듯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담배를 끊는게 개이득이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석민이 도착하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간에 따분했던 여주에겐 쇼핑은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였다. 어쩔수 없다는듯 입을 삐죽인 여주가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바로 옆에 놓인 화장품 가게에 헛웃음을 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기계스러운 직원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여주가 어색하게 진열대 앞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내 향수도 안사봤는데 뭐가 뭔지 알 수 있을까. 주춤거리며 가게 안을 활보하는 제게 쏟아지는 낯뜨꺼운 시선에 안되겠다 생각한 여주는 결국 아무 향수 앞에 서서 무작정 손목에 뿌려대기 시작됐다. 오, 이거면 담배냄새는 가려지겠다. 남은 따분한 시간에 쇼핑은 제격이였지만, 여주는 아쉽게도 현명한 쇼핑러는 아니였다. 잡히면 잡히는것이 답이다. 이것이 여주의 마인드였다.
"……"
볼에 바람을 빠르게 넣었다, 뺐다 하는 습관과 함께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은 석민이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가파른 호흡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야, 너는 무슨 이렇게 일찍 왔냐. 얼마나 빠르게 뛰어 왔는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뱉는 말에 그저 허허, 하고 호탕하게 웃어보일 뿐이였다. 일찍 나와버린 나때문에 밥도 못먹었다며 찡찡대는 녀석에 그럼 밥부터 먹자며 앞서 걸어가니 언제나 그랬듯 자연스럽게 조금 떨어져 나란히 옆에서 발을 옮겼다.
"…엄마야!"
"……"
"…뭐야, 안떨어져?"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뭐라도 먹이려고 떼어낸 발걸음이지만, 정작 녀석이 뭘 먹고 싶은지는 물어보지 않아 고개를 돌려 물으러하는 그 순간 갑자기 훅-. 평소엔 몸만 닿아도 질색을 하던 그 몸이 뒤에서 내 어깨에 팔을 걸쳐오더니 아예 어깨에 턱까지 받치곤 망부석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덕분에 빠르게 옮겨가던 둘의 발걸음도 길 한복판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확 그냥 팔꿈치로 쳐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와는 달리 한마디도 뱉지 않던 그 입이 갑자기 낮은 저음을 품은체 열었다. …누구야.
"…어? 뭐가?"
당최 말의 주제를 파악하질 못해 바보같은 소리를 내뱉는 내가 답답했는지 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를 조금 숙여 나의 눈을 마주한체 입을 열어왔다.
"…너한테 남자냄새나."
"뭐?"
"짜증나."
얘. 지금. 질투하는 건가.
…아니 뭐, 평소에 종종있는 녀석의 애같은 모습이였지만 이런 애(?)같은 모습은 처음이라 그저 눈을 껌뻑이며 허공에서 녀석의 눈을 계속해서 마주했다. 미동도 없이 지지않고 나의 눈을 쳐다보던 석민이가 이내 입을 삐진 아이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내민체 갑자기 나의 몸을 감싸 안아왔다. 너무 놀라 헉 소리가 입안을 맴돌았지만 그 몸을 밀어낼 힘 조차 지어지지 않아 그저 녀석의 품안에 갇힌체 당황스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갑자기 왜그래?"
"……"
"……"
"내냄새가 더 좋아."
"…그러니까 그 남자 말고 나랑 사귀자."
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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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응?"
"자기한테 내 냄새나."
"좋냐?"
"응."
진심인듯 제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석민에 여주는 못말린듯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 맞아. '냄새' 얘기에 무언가가 생각났다는듯 웃음을 잔뜩 머금은 여주에 궁금한지 눈을 동그랗게 뜬체 저를 쳐다보는 석민의 눈빛에 여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석민아. 너가 나한테 고백했었을때 기억나?"
"응, 당연하지."
남들 같았으면 그 얘기를 왜꺼내냐고 얼굴을 붉히기 일쑤였을텐데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여오는 석민에 여주는 역시 보통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떨떠름한 미소를 얼굴에서 얼른 지웠다. 너 그때 나한테서 남자냄새 난다고 했었지. 해맑게 웃던 얼굴은 어디갔는지 외간남자 얘기에 석민은 언제 웃었냐는듯 순식간에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그런모습이 무섭기는 커녕 너무 사랑스러운 제 애인의 모습에 여주는 웃음이 터질뻔했지만 애써 눌러넣은체 큼.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우리 오빠 향수냄새야."
"…어?"
이제서야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것인지 깨달은 석민이 곧바로 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새빨게진체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보고 여주는 카페가 떠나가라 웃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