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멀뚱하니 서있지만 말고 들어와."
"아 미안... 실례합니다아..."
미안은 뭐야 ㅇㅇㅇ, 쫄지마 쫄지마.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있게 될진 모르겠지만 초반부터 이렇게 쫄면
평생 저 무서운 얼굴에 설설 기며 살아야 할거야.
혼자 앞으로의 다짐을 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김종인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표정이 이상해서"
니 표정도 만만친 않아. 니가 나를 지적할 만한 처지는 아니지. 눈은 어디서 자다 왔나 잔뜩 풀려가지고.
아니 쟤 운전하면서 졸았나? 그래서 아무 말도 없었나? 나 완전 죽을 뻔한거 아니야?
젠장. 기왕 보내줄거면 잘생긴 애 있는 곳으로 보내줄 것이지 하필이면 저 눈 팅팅 부은 애네 집으로 보낸거야?
지호... 지호가 보고싶다...흑......흑흑....... 잘하면 삼학년때 같은 반이 되서
짝꿍도 하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손장난도 치고 흐흐... 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내 인생의 방향이 많이 잘못된 쪽으로 틀어진 것 같아. 엄마.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어.
"엄마!"
문을 열고 들어서가자마자 짧은 외마디로 자신의 엄마를 부른 김종인은 내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쌩하니 자기 방으로 보이는 문으로 들어갔다.
거참, 너 참... 그렇구나...
"어머, 니가 ㅇㅇㅇ니?"
그리고 2층에서 굉장히 아름다우신 아주머니 한분이 계단을 내려오셨다.
뭐야.. 아들이 엄마를 좀 닮았어야지
"아 안녕하세요! 제가 ㅇㅇㅇ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싹싹하네. 오는데 안 피곤했니? 엄청난 장거리 비행이었을텐데."
"네, 정말 정말 예상치 못한 장거리였어요. 비행기에서 진짜 허리 아픈데 일어서지도 못하고 뒤에서는 어떤 남자애가 자꾸 의자 발로 뻥뻥차고
양 옆 사람들은 저한테 기대서 잠자고 있고..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어이구, 듣기만해도 내가 피곤하다. 빨리 짐 좀 풀고 쉬어야 하는 거 아니니?"
"지금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아요. 차에서 오면서 계속 졸았어요."
"알만하다. 저거 김종인이 아무 말도 안시켰지? 으이구, 남자애가 저리 무뚝뚝해서는..."
그러게 말이에요, 아주머니..
저 오면서 죽는 줄 알았어요ㅠㅠ....
"그래도 속은 은근 다정한 애니까, 힘든 일 있으면 종인이한테 얘기하고 고민상담도 하고 그러렴.
아무래도 미국에서 더 오래 살았고, 또 너보다 오빠니까 없는 것보다는 의지가 될거야."
다들 속은 다정하다고 합디다, 하지만 제가 겪어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줌마...
저는 김종인이 조금 무서워요.. 아주 조금만... 아 근데 나보다 오빠라고?
"네? 오빠요? 저랑 동갑 아니었어요?"
"어머, 얘는! 너 종인이 아예 기억 못하니? 너보다 두살 많아. 지금 여기서 대학교 다니고 있고"
"어 근데.. 엄마가 소꿉친구라고 했는데요..?"
"소꿉친구지, ㅇㅇ이 니가 종인이 바지다리 붙잡고 안놔주고 계속 꼭 붙어다녔던거 기억나니? 어찌나 귀엽던지.
김종인 저것도 귀엽게 느꼈는지 한번도 귀찮은 내색 없이 너 엄청 챙겨줬었는데. 하긴 그때가 몇살인데 니가 기억하려구"
수치다. 내가 저 남자 다리를 붙잡고 기어다녔다니. 어렸을 때의 나, 정말 모자랐구나.
보는 눈도 없어서. 좀 잘생긴 남자를 쫓아다녔으면 어디가 덧나냐.
나중에 하하호호 하면서 진짜로 잘됐을수도 있었는데. 에휴... ㅇㅇㅇ 니가 하는 짓이 그렇지 뭐... 왜 니 인생에 도움되는 짓 하나를 안하냐...
"아줌마! 종인이 안에 있어요?"
"백현이 왔니? 종인이 방에 있다. 참, 인사해. 여긴 ㅇㅇㅇ.
앞으로 우리집에서 학교다니고 할거야. 오늘 한국에서 왔어."
"아 얘가 ㅇㅇㅇ에요? 안녕, 반가워. 난 변백현이야."
오늘 너 온다는 얘긴 종인이한테 들었어. 어떤 앨지 궁금했는데 귀엽게 생겼네.
새로운 한국인이 나타났다. 뭐야 여기 한국인 많은가? 공항에서는 동양인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어쩌면 내 또래 여자애가 있을지도 몰라!!! 이따 아줌마한테 물어봐야지
"저기? ㅇㅇㅇ?"
"으헉! 헐, 죄송해요. "
이런, 딴 생각하다가 그만 인사를 한귀로 흘려버리고 말았는데 갑자기 이사람이 내 얼굴 앞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깜짝 놀랐잖아 이사람아! 매너가 없어!
"딴 생각 좀 하다가... 안녕하세요 전 ㅇㅇㅇ에요."
그렇다고, 첫만남부터 소리를 지를 수야 없지.. 김종인씨가 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 제가 바로 김종인씨가 말한 ㅇㅇㅇ입니다.
"귀엽다 너, 우리 마을에 우리 또래 여자애는 없었는데. 드디어 여자애가 나타났어!"
"그렇다고 ㅇㅇ이, 너무 괴롭히지는 말고. 잘 챙겨줘. 이제 가족이랑도 떨어져서 타지에서 살아야 하는데.
ㅇㅇ야, 아줌마는 드라마를 보다가 내려와서... 그만 올라가볼게. 이따가 저녁은 나가서 외식하자~"
"아, 네.. 드라마 재밌게 보세요!"
"아줌마, 이따 나도 따라가도 되요?"
"그래, 괜찮아."
내 또래 여자애가 없다니... 정말 절망적이다. 이렇게 외톨이 생활 확정이구나
"하하, 니 또래가 없다고 걱정하지마! 우리가 있잖아!"
독심술하세요? 저 눈 팅팅 부은애랑 어떻게 놀으란겁니까? 그리고 당신도 썩 내 타입이 아닌 것 같아요... 전 좀 내성적인 편이라...
"어? 뜨끔한 표정이다! 내가 맞췄나봐!"
"변백현! 왔으면 들어와!"
"그래요, 들어가보세요. 저는 조금 피곤한 것 같아요"
당신 목소리가 제 귀를 조금 아프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갑자기 졸음도 쏟아지는 것 같아요. 김종인 눈에 붙어있는게 내 눈으로 옮겨 왔나봐요.
진짜 너무 졸립다. 근데 아줌마 앞으로 내가 쓸 방이 어딘지도 안 알려주시고 들어가셨어...
그렇다고 김종인한테 물어보기는 싫은데,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방으로 쌩하니 들어가버렸겠지.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이니까 그때까지 쇼파에 누워서 자야겠다.
"어? 종인아. 쟤 쇼파에서 쭈그려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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