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벌써 그와 사귄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 잘 해 주었고, 나 역시 여전히 그의 사랑을 받았다.
나는 그의 사랑만 받았다.
그래.
그래서, 그의 한결같은 사랑이 이젠 지겹기 시작했다.
그도 그런 나의 시큰둥한 대답과 걸빗하면 무시해버리는 문자, 받지않은 전화에 초조했던지, 어느날엔 내게 술을먹고 전화를 걸어왔다.
"나한테, 왜그냐. 응?"
"… 오빠, 술 취했어."
"알어어─ 아흐─.. 너 내가 이젠 지겹지, 딴 새끼 만나고 싶지?"
이러면 이럴수록 더 짜증만 늘어나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것일까.
그의 초조한 마음을 몰라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해달라는 건 모두 해주는 정말로 '한결같은' 그가 지겨울 뿐이다. 새로운 걸 추구하고 싶을 뿐이였고, 그렇지만 온통 그의 사랑만 받아왔던 나로써 사랑 주기에는 아직은 너무 서툴었다.
나는 그런 그의 말에 작은 신음만 내뱉으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방안의 초심이 째깍째깍- 그의 입술 물어뜯는 잘근잘근- 지루함은 눈커풀이 스륵스륵-
"…자, 내일 말하자."
결국 못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그가 회피하듯, 전화를 끊었다. 나는 의미없이 정적만이 존재했던 지나간 2분 23초의 깜빡이는 전화시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 그건 정말 확실한건데, 왜 나는 그럴 수 없는지.
그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어떡해 그렇게 처음 서로 사랑햇을 그 풋풋했던 시절처럼 날 사랑 할 수 있느냐고.
그러자 또다시 울리는 휴대폰 소리.
"여보세요?"
"…안돼겠다. 나 오늘 그냥 집에 가려고 했는데. 밖이야, 잠깐 나와, 보고싶다."
그의 혀꼬인 말에 나는 방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꽤 쌀쌀한 날씨가 얼굴에 부딪하고, 가로등 밑에서 또르륵 돌맹이를 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야?"
그렇게 간신히 물어보자, 또르륵 돌맹이를 걷어찼던 움직임이 멈추고, 고갤돌려 날 쳐다보는 실루엣 하나. 나는 바로 얇은 가디건 하나 가지고 집을 나왔다. 꽤 많이 쌀쌀한 날씨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원룸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내려갈때마다, 센서가 깜빡 깜빡 하고 작동했다.
그리고 복도 창 너머로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
그의 뒷모습.
주머니에 찔러넣은 그의 자세.
"오빠, 추운데 언제 왔었어."
원룸 문을 열며 말하자, 그는 여전히 돌맹이를 또르륵 발로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는 돌맹이를 발로 굴리다가 날 쳐다보았다. 술에 취해 살짝 웃고있는 그의 얼굴에 나는 술 많이 마셨구나? 하며 웃어주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웃으면서도 일그러진 묘한 표정이 되었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
두꺼운 점퍼 주머니에 찔러넣은 그의 손이 빠져나온 동시에, 따듯하게 달구어진 그의 손이 내 목을 한움큼 쥐었다.
밖에 나온지 별로 안됬음에도 오랫동안 밖에 있었던 그의 손이 닿으니 따듯했다.
"으윽…!!"
순식간에 목이 막혀왔다. 등이 원룸 문에 부딪히고,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커다란 그의 손아귀에 쉽게 잡힌 목덜미로 그의 엄지는 목 중앙을 세게 짖눌렀다. 컥- 하고 내 목이 막혔고, 나는 소릴 지를 수 없이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 쳤다. 왼손은 그의 팔을 꽉, 오른손은 원룸의 손잡이를 꽉.
반쯤 들린 다리가 거의 허공에서 바동거렸다.
나에게 왜이래…?
윙윙- 귓속은 삐이이이- 하는 요상한 소리만 났고, 눈 앞은 새하얗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 밖으로 삼킬 수 없는 타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오빠?
오빠…?
한참 바동거리던 몸이 축- 늘어졌다.
뼈까지 파고들 듯 팔목을 세게 움켜 쥐었던, 원룸 손잡이를 실핏줄이 터지도록 꽉 잡은 예쁜 두 손이 떨어졌다. 됬다.
됬어.
이제 됬어…
이제 평생 내 옆에 둘 수 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 애를 쳐다보고 웃으며 꽉 끌어안았다.
[김주영]
"그만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내 동기 친구들과 이야기 하던 것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뭐냐는 듯이 웃으며 지금의 내 남자친구와 친근하게 이야길 하고있다. 도대체 왜이래? 나는 그렇게 물었고, 그는 여전히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남자친구의 표정 역시 그랬다.
나는 여전히 않좋은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목을 잡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아직까지 잘 이해가 안되었나 본데, 너 그냥 내 전 남자친구야.
않좋게 끝난 사이잖아 우리.
솔찍히 너 지금 이렇게 보는것도 놀랍고 황당스럽고 불편해.
왜 우리 대학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해.
너 이러는게 내가…
"뭐, 나 너 보러 아니야."
그는 벽에 아무렇게나 기댄 체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빛은 올곧이 나만을 쳐다보는게 조금 무서워 몸을 움츠렸다.
"아, 그래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겠다."
"… 남자친구랑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냐?"
뭐?
나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던 것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가 뭘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이 웃으며, 어깰 으쓱했다.
"내가 니 첫 남자잖냐. 너 여자 만들어 준 것도 나고."
"그래서 둘이 잤냐?"
"잤으면… 시발."
"진짜 잤냐?"
잤으면 어떡해 할건데, 아제 아주 질린다. 이러지 말라고. 너 그냥 전 남자친구라니까!?
하지만 그는 앞 문장만 들으며 앞에 있던 의자를 발로 차며 욕을 짓거렸다.
"밤길 조심해야 겠네, 그새끼."
너, 진짜 왜이래?
그러자 그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새끼랑 자면 너도 죽는다."
나는 잔뜩 충격먹은 얼굴을하며 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넌 정말 미쳤어, 미쳤어. 미친놈이라고!
무서웠다. 그는 애초에 대학도 다니지 않았다. 대학? 그는 그저 노는 그런 사람이였다. 그러자 클럽에서 우연히 만났고, 그때부터 시작된 관계에서 그는 나에게 잘 해 주었다. 평소 그의 친구들까지 놀라며 내게 잘 해주었다고 말했고, 사람이 되었다고 말했다.
차라리, 그의 친구들에게서 그의 본래의 모습을 알지 않았더라면 섣불리 그와 헤어지는 것이 아닌데, 오히려 그의 과거를 알고 섣불리 해어진 것이 독이되어 그가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돈을내고 대학을 들어왔다.
그리고 나와 남자친구의 사이를 방해하려 들어온 줄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남자친구와 사이좋게 친구가 되었다.
가끔 그의 웃는 얼굴을 너무나도 무서웠다.
전화…
나는 잠결에 침대위를 손으로 뒤적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아까 낮엔 미안해."
김주영.
나는 잠이 확 깨는것을 느끼며 머리를 긁적였다. 바꾼 번호는 어떡해 알았는지… 도무지 그가 나에대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으니까, 끊어. 지금 새벽이야. "
"얼굴보고 화해하자, 나도 사람인데 어떡해 하루를 죄책감으로 버티냐?"
어울리지 않게 애원조로 말하는 그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어딘데."
쌀쌀한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떨며 반짝반짝 빛나는 네온사인 아래에서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쓴 체 껄렁껄렁 하니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날 발견하며 웃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사귀었던 내가 좋아했던 그 순수했던 그 웃음 그대로 웃고있었다.
"술 마시러 가자. 거기 사람없고 좋아."
"여기서 그냥 끝내."
"… 둘이서만 마지막으로 잇고 싶어서 그래."
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뱉으며 그의 뒷 꽁무니를 쫓아 걸었다. 하지만, 네온사인은 점점 사라져가고, 구 건물이 나오고, 나는 조금 섬짓함을 느꼈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추고 날 돌아보았다.
"뭐야, 여기 어디야."
"너 이제 아무데도 못가."
뭐?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가장 안망가뜨리고 죽이나 생각해 봤는데, 이것밖에 없더라."
죽여? 누굴?
나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았고.
그의 커다란 손은 내 목을 쥐었다.
그래, 그냥 내 표현대로 그는 쥐었다.
"니가 좀 많이 아플지도 몰라, 그건 그냥 그러려니 하려고."
우득-
힘없이 뒤로 꺽이는 뒷통수를 감쌌다.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오늘따라 술에 쩔어 ma 술이 왜이리 단지
네가 떠나서 시린 눈이 시려서 단지
끝이 보이질 않는 외로움의 망치
길 잃은 아이같이 fucking the damn shit
버릇처럼 전화를 걸어 술김에
난 아직 설레여 너의 목소리에
아른아른한데 강렬해지는 말
다른말은 안해 기나긴 침묵만
아침마다 생각해 참 찡하다 생각돼
난 정말로 심각해 너의 마음에 집착해
미쳤다고 날 욕해 몰랐어 난 독해
널 사랑한 죄밖에 없는게 더 딱해
You gotta gone 네게 완벽한 사랑 찾아 가라고
내 앞에서 보인 웃음은 다 찢어버렸어
내 속에서 너의 사랑은 다 갈아먹었어
(그 새끼한테 전해 밤길 조심해라)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준비된 이름으로 네 주윌 서성여
내가 봐도 내 자신이 멍청혀
끊을듯 말듯 미련이 남을일 없다가도 없다가도 난 어떡혀
네가 해달란대로 다 해줬더니
이제와 하는말이 뭐? 재미없다니
나 하나뿐이라더니 한순간 혹해
뱉은 반말 뿐이었던거니
아침마다 생각해 참 찡하다 생각돼
난 정말로 심각해 너의 마음에 집착해
미쳤다고 날 욕해 몰랐어 난 독해
널 사랑한 죄밖에 없는게 더 딱해
You gotta gone 니가 원하던 사랑 따라가라고
난 다시 몸을 다 한낱
스쳐간 많은 사람들 중에서 심심풀이 땅콩
너무나 분했어 좀 미안하다는 듯이 나가다 개가 웃겠어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그래 입장을 봐서 더는 안 괴롭힐게
그래 이 세상엔 없는 사람이라 칠게
니가 좋다면 나도 좋아 그럼 나한테도 좋아
그러니 우리 딱 한번 마지막으로 얼굴 좀 보자
자기야 미안해 사과할 기회는 줘야 되지 않겠어?
나도 사람인데 죄책감 없겠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니 모습이 까마득해서
이렇게 찜찜한 거 나도 못참겠어
사람 없는 곳으로 가자
둘만 있고 싶어서 그래
이제 넌 아무데도 못가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Oh she's gone yeah
I love you girl I love you girl
이상한 소문들이 들려
한 남자가 누굴찾으러
온 동네를 다 들쑤셨다고
이상한 소문들이 들려
한 여자가 엊그제 저녁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던 Gone
Yhea I love ypu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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