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너무 너무 좋아서 집에서 창문 열어놓고 뒹굴었습니다.
에어컨 안 틀어도 서늘한 밤이라니
어제까지만 해도 꿈 같았는데.
여러모로 기분 좋은 하루였네요.
윤기는 가만히 남준이가 적어내린 글귀로 가득한 노트를 펼친 채 고민에 빠져있었으면 좋겠다.
며칠 전, 일이 안 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읽을 요량으로 남준이의 노트 한 권을 들고 회사에 갔었던 날에 들었던
우연히 음악 프로듀싱 일을 하는 지인이 남준이 노트를 보고 남준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던 말이
윤기가 고민에 빠진 이유였으면.
지인이 남준이의 글솜씨를 칭찬하면서 작사가 쪽으로 탐을 낸다는 걸 안 윤기가 책상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고개를 내려 펼쳐진 노트 안의 글귀들을 읽어내렸으면.
처음에는 다듬어지지도 않아 거칠면서도 어색했던 문장들이
이제는 그 끝이 둥글둥글하게 다듬어져 부드러워진 것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나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으면.
윤기는 예전부터 남준이에게 이런 일 쪽을 추천해줄 생각은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생각만 했던 일이 갑작스럽게 기회라는 이름으로 현실화 된 것에 당황해서 더 조심스러운 것이었으면.
이 일을 시작하면 남준이는 내내 자신 못지않게 음악을 듣고, 일을 해야할텐데
안 그래도 조심하고 있는 청각에 무슨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
그래도 자신이 처음 남준이와의 감정을 나누면서 느꼈던,
자신을 다채롭게 물들여준 만큼 자신도 남준이의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여주고 싶다는 욕심.
여러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윤기의 머릿속과 가슴을 빙글빙글 돌면서 어지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윤기가 잠시 고민을 멈췄으면 좋겠다.
이제는 당연하게 되어버린 조금 열린 작업실 문을 손으로 밀어 더 활짝 연 뒤에
거실에 누운 채 밝은 색의 머리카락과 강아지 귀를 햇빛에 담궈서 반짝거리고 있는 연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낮잠을 자고 있는건가, 싶어서 가만히 내려보고 있다가 남준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으면.
손을 뻗어 햇빛에 의해 따듯해진 부드러운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었으면.
작업실에서 한참이나 머리아프게 고민했던 것들까지 잊어버리고 남준이의 머리와 볼을 천천히 쓰다듬어내렸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사실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하고 있는 고민은 남준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는, 물어봐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에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도록 이끌어주면 분명 남준이의 세상도 넓어지고,
다채로워지고,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도 더욱 활발히 할 수도 있을테지.
그렇지만,
그래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남준이에게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강요하게 되는 건 아닐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제 강아지에게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리누르게 만드는 건 아닐지.
무엇보다도
이게 정말로 남준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남준이를 위한다는 말로 포장이 되어버린 제 욕심인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그렇게 고민했던 거였으면 좋겠다.
주인아.
문득 들리는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가 멍했던 시야를 점차 또렷하게 잡아내었으면 좋겠다.
나른하게 눈을 뜬 채 저를 올려보는 남준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깼어?
라며 다시 손을 움직여 따끈한 뺨을 문질러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고개를 움직여 큼직한 윤기의 손에 얼굴을 부비면서 남은 잠을 살짝 덜어내었으면.
그러면서도 윤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살짝 상체를 일으켜 윤기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지금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
고민, 하고 있어?
조금.
어떻게 알았냐고 해도 제 얼굴을 보고 알았다고 답할 남준이를 알아 윤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윤기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으면 좋겠다.
따듯함이 잔뜩 담긴 얼굴로 윤기에게 다시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
그럼 진한 뽀뽀 할래?
왜 고민에서 키스로 이야기가 넘어가, 변태 멍멍이.
키스하는 동안에는 고민을 할 수 없잖아.
남준이의 말에 어이구, 라는 소리와 함께 윤기가 남준이의 코 끝을 손바닥으로 톡 두드렸으면.
잠시 얼굴을 꾸깃, 구긴 남준이가 금방 다시 씩 웃으면서 윤기의 코 끝과 입술에 번갈아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 사이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남준이와 눈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혹시 나에 관한 거야?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
망설임을 담았던 입술이 그제야 천천히 움직였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가졌던 네 세상을 넓혀주고 싶었던 자신의 욕심,
우연히 닿은 기회,
구체적으로 네가 해야하는, 할 수 있는 일들.
그리고 감당해야될지도 모르는 일들까지.
둘의 자세는 어느새 바뀌어서 마주보고 앉은 채, 남준이가 윤기의 한 손을 꾸욱 잡고 눈을 마주하고 있었으면.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려고.
그럼 나도 주인이 나한테 노래를 만들어주었던 것처럼, 나도 만들어 줄 수 있어?
응. 뭐, 그렇지.
할래. 하고 싶어.
눈에 생기를 담은 채 자신에게 답하는 남준이를 보며 윤기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해야겠다고 속으로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차는 머릿속을 탓하는 사이에
남준이가 환하게 웃으며 윤기의 두 뺨을 다시 감싸고,
바짝 붙어 앉아 상체를 맞닿은 뒤에
입술을 맞대었으면 좋겠다.
간지러운 소리가 울리도록 짧게, 그러면서도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럽게.
윤기가 입술에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촉감에 웃어버리면서, 그렇게 좋냐고 물으면서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남준이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제일 닿지 않을 것 같던, 건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윤기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 것 같아 더 기쁘다고.
윤기는 잠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꾹 눌렀다가 통통한 아랫입술을 꼬집어내면서 어떻게 그렇게 모든 걸 자신에게만 맞춰서 생각하는거냐고 작게 타박 아닌 타박을 놓았으면.
윤기의 마른 손목을 조심히 다른 손으로 움켜쥔 남준이가 기쁘게 그 손바닥에 입을 맞춘 채 느긋히 입술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내 세상은 주인이니까 이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능청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너무나 순수하게 활짝 웃어버리는 남준이를 보며 윤기 너는 고개를 숙여버렸으면 좋겠다.
머리칼 사이로 삐죽 나온 귀 끝마저도
햇빛에 닿은 듯 붉어졌으면.
그러다가 잠시 뒤에 윤기는 남준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제 고민을 단 한 마디로 가볍게 날려버린 연인의 말이 꽤나 귀엽기도, 좋기도 한 것 같아서,
바닥에 내려놓은 다른 손 끝에서부터 간지럽게 올라오는 햇빛의 따듯함이 가슴 속까지 퍼지는 것 같아서.
두 팔을 뻗어 햇빛을 끌어안 듯 남준이를 끌어안은 채 거실에서 또 한참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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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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