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
하루 넘게 늦어버린, 예전부터 너무나 쓰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이제 편수 끝이 2라고 무조건 검은 배경이 아닐 듯 하니, 미리 죄송합니다.
+신알신아, 울려라! ;ㅁ;
조금 어두운 조명 아래로는 적당한 거리를 둔 테이블이 늘어져있고, 갈색빛의 가구들과 검은빛의 가구들이 고급스러움을 뽐내는 패밀리 레스토랑 안.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의 대화소리가 울리면서 그 위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같이 돌아다니는 공간 한 쪽에
남준이가 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은 채로 배를 감싼 채 늘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주인, 아니, 윤기야.
…?
나 더 먹으면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아.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작게 웃음을 삼켰으면 좋겠다.
이 곳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을 때부터 음식이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굉장히 눈을 빛내다가 열심히 담아오더라니.
몇 그릇 먹고나서 더 못 먹겠다며 늘어진 남준이를 보다가 윤기가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떠 와 남준이의 앞에 놓았으면 좋겠다.
좀 소화시키다가 가자.
응. 진짜 너무 배부르다.
한숨을 폭 내쉬다가 몸을 일으켜 자세를 고쳐잡고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손등을 올려 그 위에 턱을 괸 남준이가 시선을 내려 물을 한 잔 마셨으면.
그 모습에 윤기는 시선을 돌려 손 끝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으면 좋겠다.
마른 입술을 한 번 축였으면.
새삼, 남준이의 모습에 가슴이 묵직하고 간지러워져서 그랬으면.
계산을 하려 직원 앞에 서 있는데 직원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
저번에 받으신 생일축하 쿠폰이 있는데 사용하시겠어요?
윤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어디서 준 쿠폰인지 모르겠지만 뭐 제휴사 어딘가에서 발급된거겠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같이 내민 윤기와, 웃는 얼굴로 정중하게 받아들인 직원이 계산을 끝내는 사이에
남준이의 고개는 연신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건물 밖으로 나와 이제 제법 겨울내음이 물씬 나는 찬바람이 훅 지나갈 즈음에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살짝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명백하게 남준이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남준이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여 윤기의 얼굴을 눈에 담고 절로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을 때 윤기가 천천히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
뭘 그렇게 생각해.
생일이라는 단어, 분명 어디서 들었는데 생각이 안 나서.
자신의 강아지는 생일을 몰랐던가. 그러고보니, 강아지 생일은 언제지?
윤기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잠시 입술을 벌린 채 멍하니 있다가 씁, 하는 소리와 함께 괜시리 입가를 손으로 문질렀으면.
남준이가 힘이 빠지는 윤기의 손을 다시 잡아 깍지를 꼈으면.
윤기는 우선 남준이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생일은, 태어난 날을 말하는 거야.
태어난 날?
응.
윤기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면. 그러다가, 잠시 망설였으면.
강아지와 같이 산지 꽤나 시간이 흘렀으면서 생일 하나 몰라 새삼 물어보자니 어색하기도 하고, 이미 지나버렸으면 어쩌지 싶기도 하고.
생일을 묻지 못하는 윤기와
생일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에 빠진 남준이는
그렇게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서늘한 실내에 보일러를 틀어 훈훈한 공기가 집 안을 맴돌았으면.
부드러운 잠옷의 촉감에 남준이가 윤기의 등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거리고, 윤기는 남준이에게 안긴 채 핸드폰을 쥐고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으면.
자신의 등에 느껴지는 온기에 천천히 윤기가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볼을 손 끝으로 톡, 두드렸다가 조심히 머리부터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으면.
처음에는 머리, 그 다음은 미간을 따라 곧은 눈썹을, 그 뒤로는 말랑하고 부드러운 뺨을, 마지막으로는 목덜미를.
손 안에 가득 남준이의 온기와 살결을 쥐다가 문득 솟아오른 질문을 내보였으면 좋겠다.
준아, 네가 언제 태어났는지 기억해? 몇 월 며칠인지.
저녁식사 이후로 내내 고민했던 물음을 애써 덤덤히 던졌으면.
아니. 난 태어났을 때 엄마가 이름이랑, 넌 남자다, 라는 거랑….
차근차근 말하던 남준이가 윤기의 어깨에 이마를 꾹 대고 부비적거렸으면 좋겠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 윤기가 천천히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부드러운 볼을 감싸쥐어 올리고,
짧게 바로 입술에 닿는 남준이의 콧등에 입을 맞췄으면.
간지러운지 찡긋, 구겨지는 미간에도 연달아 입을 맞췄으면.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은 남준이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어 손등을 토닥였으면.
기쁜 날이라고 했어. 근데, 왜 기쁜 날이었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
난 알 것 같은데.
윤기의 말에 남준이의 두 귀가 쫑긋, 움직였으면 좋겠다.
슥슥거리는, 꼬리가 소파 위로 흔들리는 소리도 덩달아 움직였으면 좋겠다.
주인이 어떻게 알아? 나 알려줘. 왜 생일이 기쁜 날이야?
너와 네 어머니가 처음으로 만난 날이니까. 그래서 기쁜 날이라고 하신거야.
나랑, 엄마가 처음 만난 날.
남준이가 잇새로 작게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깊게 보이는 보조개에, 한껏 올라간 입꼬리에, 같이 휘어진 눈꼬리.
그 웃는 얼굴이 너무나 예뻐서 윤기도 같이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꼬리가 더 빠르게 휙휙 움직였으면 좋겠다.
어떡하지. 엄마가 그렇게 날 생각해줬다니까, 너무 기뻐.
윤기를 더 소중히 꼬옥 끌어안는 손길에 윤기는 아무 말 없이 남준이의 품에 몸을 기대었으면.
이 이야기는, 남준이와 윤기가 만난지 일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
남준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한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윤기가 새벽 일찍 일어나 어딘가를 다녀온 것도 이상하고,
윤기가 오늘 외출에서 자신은 꼭 집에만 두는 것도 이상하고,
자신과 있을 때는 자신이 귀찮게 굴어도 다 얌전히 받아주는 건, 그건, 원래 그랬나?
남준이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갸웃, 꼬리도 오른쪽으로 갸웃.
그런 남준이를 윤기는 모른 척 하면서 분주히 몸을 움직여 하루의 일상을 얼른 마무리 하고 남준이과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준아.
응. 주인아.
이름, 불러봐.
윤기야.
어. 오늘은 그냥 그렇게 불러도 돼.
안 혼낼거야?
어.
코 안 때릴거야?
어.
윤기의 대답에 남준이의 표정에 기분 좋음과 생기가 한 번에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자를 들고 있는 윤기의 허리를 조심히 끌어안고는 몇 번이고 윤기의 이름을 불렀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윤기의 볼에 입을 맞췄으면.
좋아해, 윤기야.
남준이의 입술을 통해 붉은 빛이 윤기의 얼굴에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밤 12시가 아닌, 낮 12시.
오전과 오후가 나뉘는, 햇빛이 가장 진하게 빛을 낼 때의 시간에 윤기가 남준이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혔으면.
그리고 아침에 사온 듯 보이는 상자를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상자를 조심히 열고,
케이크를 꺼냈으면 좋겠다.
초는 그저 적당히,
플라스틱 칼은 자신의 앞에. 그리고 봉투를 뒤적여 귀여운 꼬깔모자를 남준이의 귀가 눌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씌워주고.
초에 불을 붙인 뒤에 남준이에게 말을 해주었으면.
이 노래가 끝나면, 눈을 감고, 소원을 빈 뒤에 후, 하고 입김을 불어 끄면 되는거야.
마지막으로는 생일 축하 노래. 다만 윤기는 직접 부르지 않고 적당히 잔잔한 생일축하 노래를 틀어놓았으면.
남준이는 이유를 모르면서도 윤기가 하라는 대로 순순히 눈을 감고, 소원을 빈 뒤에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훅.
촛불이 한 번에 꺼지고, 귀가 약한 남준이를 위해 윤기가 폭죽 내용물 안에 있을법한 색색의 끈과 종이가루를 남준이의 머리 위로 뿌렸으면.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얀 생크림을 퍼서 남준이의 입술에 꾹 눌러 바른 뒤
허리를 숙여 남준이의 입술을 가볍게 핥아내어 생크림을 먹었으면 좋겠다.
남준이 어깨를 꼬옥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내 마음대로 오늘을 네 생일로 생각했어. 방금 우리는 생일 축하 파티를 한거야.
주인이 내 생일을 축하해준거야?
어. 뭐, 그렇지.
어떡하지. 주인이 날 만난 걸 기쁘게 생각한다는게, 너무 기뻐.
나야말로 고마워, 다.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만난 것, 먼저 눈길을 보낸 것, 그 눈길에 응해준 것, 같이 살기 시작한 것,
서로에게 감정을 배운 것, 각자의 삶에 서로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해준 것,
지금 나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
모두 너무 고맙다고.
축하하고 싶다는 욕심에 멋대로 정해버린 너의 생일.
처음으로 남준이의 생일을 같이 축하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의 코 끝이 살짝 스쳤으면.
눈동자 안에 상대의 얼굴을 한껏 담아내었다가 같이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둘이 만난 지 1주년이 되던 날의 이야기.
널 만나게 된 너무 기쁜 날.
생일 축하해, 준아.
--
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Ctrl + F로 검색하시면 빨리 찾으실 수 있습니다.) |
- 현/ 코카콜라 / 윤기야 / 세계 / 구즈 / 작가님워더 / 어른 / 미름달 / 별별이 / 시에 / 밀방 / 망개 / 사탕 / 0912 / 0123 / 오리 / 릴리아 / 꼬맹이 / 너나들이 / 스틴 / 희망찬란 / 찹쌀떡 / 두쥬나 / 자몽주스 / 1029 / 초코파이 / 벨베뿌야 / 가슴이 간질 / 귤 / 야상 / 슈비누나 / 공중전화 / 도식화 / 연나 / 밤이죠아 / 침침한내눈 / 앨리 / 탄콩 / 한소 / 쌈닭 / 꽃봄 / 솔선수범 / 안녕 / 만두짱 / 페스츄리 / ♥옥수수수염차♥ / 멍뭉이 / 슙크림 / 초코에몽 / 슙슙이 / 씰룩씰룩 / 초희 / 딸기빙수 / 윤이나 / 뜌 / 자몽소다 / 꾸쮸뿌쮸 / 삼월토끼 / 복숭아 / 쿠잉 / 홉요아 / 620 / 스카이 / 사랑현 / 아가야 / 빰빠 / 고요 / 에이블 / 체리 / 몬실몬실 / 변호인 / 누누슈아 / 다곰 / 슈랩슈 / 크롱 / 개미 / 봄날의 기억 / 햇님 / 뀽꾸큐 / 올림포스 / 모찌 / 대형견 / 흑슙흑슙 / 기쁨 / 호빈 / 독희 / 0622
- 0013 / 0410 / 09_01 / 423 / 1102 / 1212 / 2반 / 3928 / 92X / 930309 / 970901 / 99951013 / *ㅅ* / ☆봇☆ / ★오하요곰방와★ / ♥이도임♥ /
카달 / 컨태 / 케로 / 케플러 / 코스트코 / 코코몽 / 쿠마몬 / 쿠크다스 / 쿵쾅쿵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