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열나 혼나고 왔지. "
" …아저씨가 왜 여기 있어요? "
" 사람 보자마자 말하는 꼬락서니하고는,니가 혼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야 이놈아. "
" 아,뭐래요.아저씨가 왜 여기 있냐니까요? "
안그래도 오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에게 호되게 혼나고 왔는 데,고3이란 이 바쁜 생활 속에서 그나마 나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집에 오자마자 보이는 게
날 놀리는 게 삶의 낙인 듯이, 시비 걸 지 못해서 안달나 있는 저 아저씨라니.분명 외국에서 축구단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할 아저씨가 대체 왜 여기 있는가.
의문을 품은 것도 얼마가지 않아,역시나. 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쉴 틈 없이 놀려대는 아저씨 모습에 미간이 좁혀졌다.
그런 내 얼굴을 보더니 길다란 검지로 내 미간을 툭,툭 쳐대더니 「 미간 펴,이 아가씨야. 」란다. 이거 다 그 쪽때문에 그런 거 거든요?
저 사람을 상대해주다 보면 더욱 지칠 것 같아서 대꾸를 속으로 삼키고 가방을 벗고서 방으로 걸어갔다.
" 와,이게 이젠 대꾸도 안하네. 많이 컸다,너? "
" 아저씨가 뭔데 나한테 컸다,뭐다 해요?저 옷 갈아입을 거니까,어떻게,왜 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오기 전까지 나가주세요. "
그렇게 말하고선 쿵쾅거리며 방에 들어와 문을 세게 닫았다.짜증남에 씩-씩-거리는 것도 얼마안가 내가 한 행동에 대해 후회가 밀려왔다.
학업스트레스를 아무 잘못도 없는 아저씨한테 풀다니,내가 겨우 이런 사람이였나.아저씨는 날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까,미안함과 실망감 등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다
번뜩 아저씨에게 나가라고 했던 내 말이 떠올라 진짜 나가기 전에 사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재빨리 교복을 갈아입고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 아저씨를 찾았다.
그러나 지금쯤 오기가 나서 마루쇼파에 앉아 있거나,짜증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현관문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 데.
「 아저씨? 」하고 조심히 불러보아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때마침 부엌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발을 부엌으로 돌려 가 보았더니.
" 어,벌써 갈아입고 나왔어?에라이- 아직 다 되려면 멀었는 데. "
" 아저씨 뭐…해요?그거 우리 엄마 앞치마인데. "
우리 엄마가 자주 애용하는 분홍색 토끼 앞치마를 입고서 뒤지개로 뭔가를 열심히 뒤집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그 황당한 모습에 멍하니 서 있었다.
「 오늘 아줌마가 출장가신다고 몇 일 동안만 너 봐달라길래 이런 금쪽같은 휴가기간에 이렇게 와 줬잖냐,이 오빠가. 」
아,출장.그러고보니 언젠가 엄마가 몇 일 출장간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나이 19,이미 철은 다 들었을 고3 이지만 아직도 귀신같은 걸 잘 믿고,워낙 강도나 살인마 같은 것을 무서워해서 집이든 어디든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니,무서워한다고 해야하나?그걸 잘 알고있는 엄마는 항상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때면 누군가를 집에 보내서 날 돌봐주라고 한다.평소엔 다른 아줌마들을 시키거나 하지만,
어릴 적부터 친분이 깊었던 축구선수인 아저씨가 휴가나왔다는 소리에 특별히 부탁한 모양이다.몇 달만에 휴가면 쉬고도 싶고,하고싶은 것도 많은 텐데.
날 위해서 이렇게 와준 아저씨한테 그렇게 짜증만 낸 거 구나,난.
" 아저씨… "
" 왜, "
" 그니까,저기… 아까, "
" 야,내가 지금 존나 바쁘‥아! 씨발,계란새끼.뭐 이리 기름을 튀겨대?와,존나게 뜨겁네. "
평소에도 사과라거나,그런 걸 오글거린다고 못하는 타입이라 그 간단한 미안해요,라는 말이 쉽게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이렇게 한심할 수가.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분명 타이밍을 놓쳐서 얼렁뚱땅 넘어갈 내가 뻔히 보이기에,쪽팔림을 꾹 참고서 힘겹게 입을 떼었다.
" 미안해요,아저씨.아까… 짜증‥부린 거… "
아,말했다.정말 너무 오글거려서 손발이 다 소멸이 될 것만 같다.아저씨도 내가 사과라는 것을 했다는 게 놀라운 듯,험한 욕을 내뱉어대며 후라이팬과 씨름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하긴,저런 행동을 할 만도 하다.나와 알고지낸 지 십 몇년 간 내가 사과하는 모습은 처음 볼 테니까.그래도 저렇게까지 빤히 쳐다볼 필요가 있나?
부담스러운 시선에 괜히 더 부끄러워져서 잘못 한 것도 없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마치 고백이라도 한 것 같이 얼굴이 다 화끈화끈하다.
그렇게 한 동안 조용한 침묵을 유지한 채,나는 기름이 튀기는 소리만을 듣고 있어야 했다.분명 날 놀릴 것 같던 아저씨가 계속 아무 말도 없자 뭔가,해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입을 열더니 또 팔에 기름이 튀겼는 지 욕이란 욕은 다 내뱉으면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 무슨 계란 하나 하는 게 이리 힘드냐?너네 집 기름 왜이리 잘 튀기냐,좀 바꿔라. 이제 거의 다 됬으니까 앉아있어. "
이게 고마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적막을 깨 준 기름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앉으란 대로 조용히 식탁 의자에 앉았다.
대체 무슨 거창한 계란요리를 해 줄 거길래 잘나가는 축구선수가 저리도 계란이랑 씨름을 하는 지,무슨 개그프로그램도 아니고 마냥 웃기는 상황에 킥킥 웃음이 나왔다.
요리가 다 끝났는 지,그릇 두 개를 들고오더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릇 하나를 내 앞에 탁-하고 올려다 놓았다.
" 짠-기성용표 간장계란밥. "
" 하,진짜 이거 하려고 그렇게 씨발,씨발 거렸던 거예요? "
무슨 거창한 요리인가 했더니,역시나.그가 홀로 생활할 때 항상 먹던 거라 그런 지 그나마 그의 음식 중에서 그가 제일 잘한다고 자부하는 계란밥.
아저씨가 한국에 있었을 때,놀러갈 때마다 질리게 먹었던 그 계란밥을 간만에 보니 어렸을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 빨리 않먹을래?내가 어떻게 만든건 데,식으면 죽을 줄 알아,너. 」장난치는 듯 웃으면서 협박 아닌 협박 하는 아저씨의 말에 같이 웃으며
「 잘먹겠습니다! 」하고 대답해 주었다.오랜만에 느껴지는 구수한 미각.조금 배가 고팠던 터라,아무 말 없이 우물거리며 먹는 날 쳐다보던 아저씨는 턱을 괴고서
나를 향해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무심한 척 말을 붙인다.
" 맛있지. "
" 음음.아저씨가 잘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잖아요.이거라도 맛있어야죠. "
" 그냥 맛있다고 하면 되지,꼭 그걸 그렇게 말해야겠냐.싸가지라곤 보이질 않아요,정말- "
"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 데요,빨리 드시기나 하세요. "
" 이게 뭐가 이쁘다고. "
" 네? "
내가 잘못들었나,아니면 귀가 맛이 가서 환청을 들은 건가.지금 말한 사람이 기성용이 맞나?맨날 날 놀려먹기만 하던 기성용?
절대 이쁘다거나 귀엽다거나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닌 것을 잘 알고있는 나로서는,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아저씨가 놀라우기만 할 따름이다.
아까 내가 미안하다고 했던 거에 대한 보답인가?너무 놀라 사래가 들어 켁켁-하고 있자니 쯧쯧,하며 오늘따라 다정하게 등을 두드려 준다.
" 너 남자친구 있냐? "
" 켁- 아,목아파.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요?안그래도 요즘 애들이 다 남친 생겼다고 자랑해서 서러워 죽겠는 데. "
" 밥 맛있다고 했지. "
" …맛있다는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어요?에이,말을 하시지.맛있어요,진짜. "
오늘 왜 이러지,이 아저씨가.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 아저씨가 왜이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며 아저씨를 바라봤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아저씨는 가만히 날 바라보았다.마치 얼굴 하나하나를 머릿 속에 새겨넣는 듯이 이목구비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의도치않은 침묵이 흐르자,왠지 모를 어색함에 분위기를 깨고자 말을 꺼내려 했던 찰나,아저씨의 입이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촉-하고 이마에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의 감촉.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할 틈도 없었다.어버버버-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더니 웃으면서 입을 떼는 아저씨.
" 다음에 나 휴가 올 때면 너가 성인이 되 있을 때지?그럼 그 때까지 남자친구 사귀지 말고 있어. "
" ………아‥아,아? "
" 그 때는,나한테 시집와야지. 그니까 나 다시 올 때까지 좀 여성스러운 면을 다듬고 있어라.뭐,지금 이것도 의외로 귀여워서 좋긴 한데. "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던, 그냥 아는 아저씨와 알고 지내던 친한 동생.
평범하기 그지없던 5살 차이의 두 남녀의 사이가,오늘.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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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 오글거려서 제 손발이 소멸되었요.........오징어가 되어버렸ㅅ음....처음으로 컴퓨터로 써보네요 헤헤ㅔ헤ㅔ헤헤헤ㅔ
드디어 노래첨부가 된다 !!!!!!!!!!!!!!역시 컴퓨터가 쓰기는 훨 좋네요...넘 행보캄...맨날 불마크만 쓰다가 ^///////^ 가끔씩은 달달물도 ㅆ ㅓ야 될꺼가타서요..s2...
오글거리기만 하지 이건 무슨....ㅇ益ㅇ..반성합ㄴ시다 동희님...열분 오늘도 쫀하루 되세요~~~~S2S2
+)
근데 이컴도 렉이 쩌네여...분명 한번 눌렀는 데 두번 올라간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당황스럽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