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재정의
M001
001.
전원우. 열여덟. 정상인 척 하는 도라이.
002.
전세봉. 열여덟. 평범한 척 하는 망나니.
003.
이란성 쌍둥이. 이란성인데다 성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장 확고한 이목구비가 일란성 못지않게 똑같이 생긴 편.
모델 뺨치는 신체 비율과 하얗다 못 해 투명한 피부, 주변에서 흐르는 묘한 분위기 등이 서로 똑 닮았다.
비록 무쌍의 전원우와 달리 전세봉이는 짙은 쌍커풀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아래에 자리한 검은 눈동자에서 보이는 쌍둥이 특유의 지독한 나른함은 어디 가지 않을 듯.
이렇게 비슷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이 둘을 구별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유는 둘의 신체적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전체적인 선은 얇지만 꽤 단단한 골격에 넓게 벌어진 어깨, 화룡점정으로 182cm의 키를 자랑하는 전원우와 달리
어릴 적 무용을 했던 탓인지 얇고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는 168cm의 전세봉을 괜히 헷갈릴 이유가 없다고.
004.
현재 만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쌍둥이는 이미 학교 내에서 유명인사일 것 같다.
항상 흩어진 흑발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대충 안경 하나 주워 쓰고는 교문을 통과하는 전원우와,
허리 즈음에 차분하게 내려앉은 머리카락의 물기가 덜 마른 채 눈도 못 뜨고 전원우의 손에 끌려오는 전세봉이의 모습은
만세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물론, 매일 아침 근처 등굣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자주 띄는 광경.
과장을 조금 더해서 인근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만세고 쌍둥이' 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면 좋겠다.
남 녀 이란성 쌍둥이가 흔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둘의 외관과 그간 둘을 주축으로 일어났던 몇 사건의 소문이 큰 공헌을 하지 않았을까.
사실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쌍둥이인데 처음에는 이 둘을 호되게 혼내려 들던 선생님들도 시간이 갈수록 별 말 없으실 듯.
왜냐, 일단 사고를 치되 후에 뒷수습이 깔끔하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사건사고에 고의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 게,
대부분 호기심과 쌍둥이간의 마찰으로 인한 장난인 탓에 선생님들이 의외로 뒷목 잡으셨으면.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골치 아픈 모습에도 불구하고 둘 다 학교 내에서 꽤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탓에 매사가 마냥 장난스럽지만은 않을 듯.
005.
1학년 1반으로 같은 반이었던 작년과 달리 2학년이 된 올해는 전원우가 9반, 전세봉이 5반으로 각자 다른 반에 배정이 되었는데,
이유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지향하던 과가 달랐기에 분반은 당연한 일이였을 것 같다.
전원우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가깝게 해 온 탓에 예체능계열으로 진학했고, 전세봉이는 일류대학 국어국문학과 합격을 목표로 인문계열에 진학했을 듯.
전원우는 어차피 예체능이니 학업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인데 전세봉이는 아니었으면.
일류대학을 목표로 하는만큼 생각보다 학업에 충실해서 내신이 전교권에 있었으면 좋겠다.
모의고사만 쳤다 하면 국어는 물론 한국사나 세계사, 법과 정치 등의 탐구과목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듯.
특히 국어나 한국사는 전세봉 자신도 자신 있어 하는 과목일 것 같다.
이렇게 전세봉이 학업에 열중할 때 전원우는 피아노 연주에 매진하지 않았을까.
좋은 집안에서 자라온 덕분에 전원우의 방 한 켠에는 전원우 자신을 위한 방이 하나 더 있다던가.
쌍둥이 부모님께서 방에 붙어있는 욕실을 개조해 방음벽을 설치하고 피아노를 가져다 두셨겠지.
전원우의 열정이 한창이였던 중학생 시절에는 하루종일 그 방에 있으면서 피아노 연주만 했을 정도였을 것 같다.
각자의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책임감있게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면.
최근 있었던 몇 가지 큰 스케일의 사건사고로 학교에서 다시금 의외의 도라이(?)로 주목 받고있는 쌍둥이라지만,
나름 생각도 깊고 공과 사 구분도 정확하여 교내 많은 선생님들께 꽤 사랑받는 아이들이였으면 좋겠다.
덕분에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녀도 미움받지는 않는 쌍둥이.
관계 |
* 이전 글잡담에 올렸던 내용을 리네이밍한 글입니다.
단순하게 제 상상을 풀어내는 글입니다. 소년들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신다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그 때 생각나는 이야기를 옮겨 적기에 연재 주기도, 문체도, 분위기도 자기 주장 강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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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펑펑 울었던 한국 영화 적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