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w.세븐틴
"형, 저 남자 알아?"
"누구."
"저기 반대편 건물 옥상에 있는 사람말이야."
"누구. 안보여."
"저기 담배피고 있는 남자."
"누구…."
쿵. 심장이 내려앉는다. 우현이다. 날 나락으로 추락하게 만들었던 그 우현이다.
"계속 이 쪽 쳐다봐. 기분나쁘게."
"무시해."
온 몸이 떨린다. 두렵다. 당장이라도 우현이가 내려와 날 잡고 추악하다고 욕하며 죽으라고 날 내몰까봐.
"아는 사람이야?"
"아니. 나도 기분나쁘다. 나가자."
그렇게 건강을 챙기던 그가 담배를 핀다. 많이 힘들었구나, 나 때문에. 더럽고 추악하고 비참한 나 때문에 내가 뭐라고 니가 그 해로운 담배까지 펴. 근데 빌어먹게도 넌 담배 필때조차도 날 떨리게 만드는구나.
"멋있다."
무의식중에 나온 말. 옥상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우현이는 멋있다 못해 아름다웠다. 겨우 널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데. 그 노력이 불쌍하게 밀어냈던 네가 다시 차오른다.
"어?"
"어? 아니야 건물이 멋있다고."
"담배 피는 게 멋있어?"
"아니라니까."
"나도 담배필까?"
"피지 마."
"왜 멋있대…."
"피지 말라고!"
왜 너까지 그래. 그게 뭐가 좋다고.
"알았어…. 안필게…."
"미안,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데…."
"아니야. 난 좋아 형이 나 걱정해주는거 같아서."
"미안해."
"괜찮다니까. 영화 보러가자."
"영화?"
"예매해뒀어. 뭐 좋아할지 몰라서 공포물 예매했는데…."
"뭐?"
"공포물…. 예매했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공포물이야. 이 새끼야.
"형. 공포물 싫어해?"
"싫어하는게 아니라 혐오해."
"아…미안해. 아… 어떡하지…. 그럼 그냥 갈까?"
이렇게 어쩔 줄을 몰라하는 녀석을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한거 같기도하고. 그깟 공포영화쯤….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볼 수 있지 않나?….
"아니야…. 그냥 보러 가자."
항상 극장에서 영화가 나오기전 이 느낌이 싫다. 정적 그리고 약간의 소음.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나가자."
"괜찮다니까. 이거 예매하기 힘들었을텐데. 난 괜찮아."
"무서우면 내 손 꼭 잡아. 못버티겠으면 나가자고 말해."
"알았어."
광고는 왜 이리 긴 건지. 몹쓸 다리는 왜 이렇게 떨리는건지. 아까 보았던 그의 모습은 왜 이렇게 떨쳐지지 않는지. 차라리 이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다 잊었으면 좋겠다. 우현이도 나도.
"시작한다."
조명이 꺼지고 주변에선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기대감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그런 웅성거림.
"명수야."
"어?"
"아니야."
넌 내가 떠나가면 얼마나 망가질까. 만난지 얼마안된 지금도 네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인데.
"악!"
"으…. 엄마!!"
"으아아아!!!"
"하지 마!! 으아!!!!아!! 진짜 하지 마!!…."
죽이고. 도망가고. 쫓고. 이런걸 대체 왜 보는지 모르겠어 정말. 근데 넌 지금 내가 웃기니?
"형, 많이 무서워?"
말이라고.
"명수야…. 으아!!!!!"
난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웃겨?, 쪽팔려 죽겠다. 그래도 내가 훨씬 형인데. 나 좋아하는 애한테 이런모습이나 보이고.
"나갈까?"
"으으으!!!! 으으으!!"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코에는 콧물이 그렁그렁. 거기다 고개는 부러질듯이 끄덕끄덕. 추해 장동우.
"아, 씨발. 영화보러왔으면 조용히 보고 가던가 병신아."
익숙한 목소리. 소름끼치게 좋은 그 목소리. 1년 만에 다시 들어보는 그 목소리.
"병신아. 무서우면 아예 보러오지를 말던가."
"형. 괜찮아?"
"어…."
"아, 게이세요?"
"상관하지 마시죠"
"어떻게 상관을 안해요. 지금 더러운 것들이 내 눈앞에서 더러운 짓거리들을 하고 있는데."
"이 개새끼가."
"명수야. 나가자. 눈치보여. 이거 지금 우리 민폐야."
"민폐인 건 아세요?"
"형. 아는 사람이야?"
암. 아는 사람이지. 내가 얠 얼마나 잘 아는데.
"몰라. 일단 나가자 얼른."
"왜 갑자기 시비세요?"
"아니, 영화를 보러 왔으면 조용히 보고가야지"
"공포영화잖아요"
"공포영화는 영화 아니야?"
"뭐라는거야 대체. 그리고 우리가 아는 사이에요? 왜 반말질이야."
"더러운 것들한테 존댓말까지 써야돼?"
"우리가 당신한테 피해준 거 있어요?"
모든 사고가 멈춰버렸다. 말려야하는데. 명수 감싸줘야하는데. 왜 내 눈은 자꾸 저 사람만 따라가는지. 더 듣고 싶다. 저 목소리로 나한테 욕을 뱉어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가 아무리 그를 사랑해도 지금 그는 날 증오한다.
"명수야, 그만해. 그냥 가자."
"형!"
"미친놈한테 무슨 말을 더해. 그냥 무시하고 가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니? 더러워서 피하지."
"씨발놈."
"왜 그러시는데요 대체!!"
"아주 깨가 쏟아진다. 누군 걸레, 쓰레기로 만들어놓고 행복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날 마음대로 널 좋아하게 만들고 미치게 만들고 집착하게 만들어 놓고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건데? 그 여자때매 그러니? 내가 그 여자보다 널 더 알고 더 아끼고 더 사랑해. 근데 내가 죄책감 느낄 게 뭐가 있어? 내가 뭘 잘못한건데.
"어. 행복해. 아주 행복해 죽겠어. 내가 1년 동안 어떻게 버텼는데!!"
"겨우 1년 동안 그렇게 버틴걸가지고 지금 이러는거야?"
"…."
그 1년을 네가 아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넌 아니? 그 마약속에서, 담배속에서, 더러운새끼들 속에서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망가졌는지 알아?
"걘 지금 버티다 못해 이 세상을 떠났어. 이 더러운 살인마 새끼야."
방금까지 내가 그렇게 증오감을 느끼던 그녀가 죽었다고한다. 심장이 멈춘 것 같다. 머리가 하얘진다.
더럽다. 추악하다. 끔찍하다. 혐오스럽다. 아까까지 그렇게 증오감을 느꼈으면서 이제와서 왜 연민이 느껴지는지. 내가 왜 사는지. 겨우 나왔는데. 난 그 더러운 암흑속에서 나오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이제 좀 현실이 느껴져?"
"…."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그러게."
"형. 듣지마."
"너도 속고 계세요. 쟤가 얼마나 추악한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
"미안해. 미안해, 우현아. 내가 죽일 놈이야. 내가 미쳤지. 여기가 어디라고 또 기어올라왔을까."
"형!!"
난 무엇을 위해 1년 동안 살아있었을까. 넌 나보다 더 괴로웠을까? 아니면 내가 느낀 괴로움이 너의 괴로움과 같았을까.
"더러운 새끼."
머릿속이 멍해진다. 귀에선 윙 하는 소리만이 맴돌뿐이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혼란만 안겨주고 다시 그 때처럼 멀어질뿐이다.
"명수야. 나 먼저 집에 갈게"
"어…. 데려다줄게."
"가자…."
집에 오는 길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지 명수는 무슨 말을 한건지 기억이 안난다. 가슴이 답답하다. 아니 가슴이 뻥 뚫려버린거 같다. 기분나쁜 미슥거림. 울렁거림. 토기가 올라온다.
"형. 들어가서 씻고 자. 내일 연락하자. 푹 쉬어."
"미안해. 명수야."
"불안하게 그런 소리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 안 좋은 생각하지 말고. 그런 생각날 때 전화해. 꼭."
"고마워."
걘 지금 버티다 못해 이 세상을 떠났어. 이 더러운 살인마새끼야. 걘 지금 버티다 못해 이 세상을 떠났어. 이 더러운 살인마새끼야. 걘 지금 버티다 못해 이 세상을 떠났어. 이 더러운 살인마새끼야.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걘 죽었는데. 넌 왜 살아?
빙빙도는 그의 말들 구역질이 난다. 화장실로 달려간다. 머리가 아프다. 내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를 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뻤다. 저런 말을 들으면서도 난 기뻤다. 널 다시 내 눈으로 봤다는게. 난 그게 또 역겨워. 그런 말을 듣고있으면서도 기뻤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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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일 모레는 못 올거같아서 미리쓰고가요. 제가 퇴폐미를 굉장히 좋아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ㅋ..ㅎ... 못난 작가를 탓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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