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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영영 안 올 거 같은 아침이 밝았다. 네 생각으로 못 잘 거 같았던 내 생각은 빗나갔었다. 어젯밤에도 검은 기억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괴롭혔다. 이제야 잊혀질 거 같은 검은 기억들이 다시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거 같은 그 기억들은 나를 옥죄어왔다. 검은 기억들을 잊혀지게 할 거 같은 건 내 소년, 석민이 뿐 일 거 같았다. 석민이만이 나를 따뜻히 보듬어 줄 거 같았다.

 

 

 

 

 


텅텅 비어 있는 우리 집을 창문을 가리는 커튼 사이에 빛이 새어나와 초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보고 싶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 어린 나이에 검은 기억을 잃어버릴 거라고 부모님 멀리 이사온게 너무나도 후회가 되고 슬프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밥을 차려먹었다. 그리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가방을 싸서 신발을 신었다. 텅 빈 우리 집을 채우는 건 공허함과 쓸쓸함 뿐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어제와 같이 밖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버스에서 홀로 앉아 바깥을 구경하는 것도 내 일상은 바뀌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 학교로 가는 등교 길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거라곤 검은 기억들을 나에게 심어주던 그 아이들이 내 곁에 없는 것 뿐이었다.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어, 너봉(이) 왔네."

 

 


아,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내 소년이 이젠 함께한다는 것이다.

 

 

.

.

.

.
.
.
.

 



그나마 편히 쉴 수 있었던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검은 기억들이 몰려온다. 친구를 만든다는 건 아직까지 나에겐 두렵다.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하지만 석민이는 그 두려움을 잊고 처음으로 사귄 친구다. 석민이만 보면 검은 기억들은 사라지는 거 같았고, 그 두려움 또한 없어지는 거 같았다. 너의 그 사소한 눈빛 하나 까지 난 사랑하였다. 네 길고 곧게 뻗은 손가락도 사랑하였다. 너봉아, 너는 왜 친구 안 만들어? 석민이가 옆에서 나한테 물어왔다. 내가, 너에게 내 비밀을 말해주어도 될까? 입이 쉽게 안 떨어졌다. 혹여나 제 2의 상황을 만들어낼까 싶어서. 너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또 상처를 입고 싶지는 않아서 그랬다.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말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 나도 그런 비밀 하나는, 그런 아픔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깐." 
"……" 
"아! 말 나온 김에 우리 너봉(이) 친구 소개 시켜줘야겠다. 다른 반에 나랑 진짜 잘 맞는 친구 한 명이있는데 말이야…"

 

 



그렇게 해서 난 옆 반에 와서 뜬금없이 석민이의 단짝을 마주쳤다. 양 옆으로 눈이 째진게 뭔가 무섭게 생겼다. 이 쪽은 내 친구 권순영이고! 여긴 내 짝꿍 이너봉! 그 아이는 그 째진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와 석민이를 번갈아 봤다. 등골에서 땀이 오소소 나는 듯 하였다. 언뜻 그 아이와 겹쳐보였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뒤로 걸음을 옮겼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검은 기억들에 매치 되어 보인다. 내가 뒤로 간 걸 느낀 건지 그 눈이 째진 아이는… 아니 정확히 이름이 순영이었지. 순영이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게 손을 뻗어왔다. 석민이 짝꿍, 그럼 나랑도 친하게 지내야지! 순영이의 황당, 아니 뜬금없는 행동에 놀라 두 눈이 커졌다.


 


 "어, 응… 그래."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뭐야… 반응이 왜그래? 나 이래봐도 은근 인기 많은 남자야!"

 



그런 건 딱히 궁금하지 않는데…. 순영이가 크게 말해버린 탓일까 주변 아이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봤다. 그 때와 같이 수근거리진 않았다. 다만 우리를 보고, 정확히는 순영이를 보고 웃음을 빵하고 터뜨렸다. 이게 얼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인가.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석민이가 너무 고마웠다. 석민이를 향해 쳐다보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두 눈이 마주쳐서 서로 딴 곳을 쳐다보았다. 가슴 한 켠이 간지러웠다. 사랑이라는 씨앗이 드디어 싹을 핀 거 같다. 아마도, 오늘은… 진짜로 행복한 하루가 될 거 같다. 주변에서 웃고 있던 아이들 중 몇몇 아이들이 와서 나에게 말을 건다. 나는 누구며, 친하게 지내자고. 눈물이 왈칵 나오는 거 같았다. 드디어 난 그 사실을 외면하게 되었어. 난 이제야 그 기억들을 비집고 나와 빛을 향해 서있어. 아마도 이젠 절대로, 아니 결코 난 그 뒤를 쳐다보지 않을거야.

 


나를 향해 손을 뻗어준, 나를 그 아픈 기억 속에서 꺼내준 석민이 너를 난 아마도 사랑할 거 같아.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어어? 이너봉 울어?" 
"……" 
"야아, 왜 울고 그래!"



난,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그 지옥 같은 기억들을 이겨내서 너무 기뻐서 우는 거야. 내가 우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울지말라고 다독였다. 전혀 다른 두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젠 내가 울어도 아무도 외면하지 않아. 너무 기뻐서 펑펑 울었다. 나를 옥죄어 오던 그 고통이 사라져서.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종 쳤어. 눈물 닦고 가자 너봉아." 
"응…."



금세 종이 치고 나는 화장실로 가 세수를 연거푸 했다. 눈물인지 물인지 모를 액체가 뒤엉켜 기억들을 씻겨내었다. 반에 들어가니 아이들의 시선이 주목 되었고 선생님도 계셨다. 자리에 조용히 앉으니 옆에서 석민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그리곤 포스트잇을 주었다. 살며시 접혀있는 부분을 조심스레 열었다.


 '울지마! 넌 웃는게 더 예쁘니깐'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필통에서 샤프를 꺼내 두어번 누른 뒤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교실에는 오직 석민이와 나만이 존재하는 듯 하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데 힘을 주었다. 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생숭 맞게 눈물은 많아서… 주책이다.



 '고마워, 오늘. 너 때문에 정말 행복했어.'

 


나도 예쁘게 접었다. 마음을 꾹꾹 눌려담아서 석민이 손에 몰래 쥐어주었다. 우리의 손 끝이 맞닿았을 때엔 괜스레 심장이 쿵쾅 되어왔다. 석민이도 놀란건지 눈을 크게 뜨더니 손에 들어있는 포스트잇을 선생님 몰래 열어보았다. 석민이는 파란 볼펜으로 글자를 써내려간다. 그 모습을 몰래… 아니 옆에서 보는데 햇빛에 비춰진 석민이가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석민이가 웃으며 나에게 건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무얼 말하는 듯 하였다. 추측 해보려 입 모양을 따라하여 보았다. 점. 심. 같. 이. 먹. 자? 나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열어보았다. 비밀의 상자를 여는 것 마냥.

 


 "…수업 끝났다. 이너봉 너는 종 치고 교무실로 와." 
 "……" 
 "이너봉!" 
"아, 네! 알겠습니다…."

 


너무 집중을 했나보다. 몰려오는 시선에 얼굴이 붉어진다. 다 열지 못한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교무실 갔다와서… 열어보자. 아 그런데, 석민이도 봤을 거 아니야…. 아, 고개를 푸욱 숙였다. 그러자 옆에서 귓속말로 석민이가 말했다.

 

[세븐틴/이석민] 나의 소년시대 02. (부제: 빛을 바라보다) | 인스티즈


 "괜찮아. 귀여웠어."

 



…… 심장이 계속 뛴다. 아, 쉴틈없이 뛰는 심장에, 그리고 붉어지는 얼굴에 나는 느꼈다. 정말… 난 돌이 킬 수도 없이 석민이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 아이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아니, 오늘은… 아마 지금부터 안 떠오를 것 같다. 교, 교무실로 가봐야겠다. 바보같이 말을 더듬어 버렸다. 그에 석민이는 빵 터트리며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난 손 부채질로 더위를 식혔다. 부끄럽다.

 

.
.

.
.
.

 


교무실 앞에 선 순간 왠지 모르게 떨려왔다. 아으… 괜히 또 생각났다. 오늘은 행복함으로 안 생각날 것 같았는데 또 파도마냥 나를 덮쳐왔다. 쉼호흡을 몇 번하고 교무실을 열자 담임 선생님이 보였다. 담임 선생님께선 이리오라며 내게 손짓하였고 그 손짓에 이끌리 듯 선생님 책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까지도 머리 속을 맴도는 그 검은 기억들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저… 너 예전 중학교가 칠봉중 맞지? 칠봉중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마자 두려웠다. 그 아이가 다시 나를 찾아와 괴롭힐까봐. 네. 어렵사리 대답을 하였다.

 



 "하아… 가봐도 좋다."

 



선생님께서는 한숨을 픽 내쉬더니 나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 그에 난 어서 이 자릴 피하고파 누군가에게 쫓기 듯 나왔다.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턱에 맺혔다. 이제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나에겐 무리인가봐.

 


반에 들어가니 석민이가 친구랑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난 너와의 거리가 가까울 줄 알았는데 네가 멀게만 느껴져. 어떻게 하면 돼?

 


나를 도와줘 석민아.

 


나를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검은 틈에서 나를 빼어내줘.

 

 

 

 

 



 '너가 행복하면 난 그걸로 만족해. 앞으로도 웃는 모습만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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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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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신알신 울려서 달려와써여 헿헤 아 석민이.. 넘나 좋은것.. 전 왜 저런 친구가 1도 없을까여..?ㅋㅋㅋㅋㅋㅋㅋ 다들... ㅂㄷㅂㄷ 석민이 덕분에 수녕이랑도 친구가 되고 정말 넘 좋네여 헿헤 잘 보고갈께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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