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일제강점기 만세 경례 : RAIN
.
2016년 서울시청 앞
비가 그쳐 고인 물속 비친 짙은 회색 하늘과 함께 내 모습을 바라봤다
무릎까지 오는 긴 교복 치마 아래 하얀 운동화
집에서 거리가 먼 학교에 오느라 지친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허전해 보여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항상 돌담벼락 정동길을 들어서기전,
날이 맑을 때도 가을이 와 선선할 때도 기분은 이상하리만큼 한 번도 좋은 적이 없었다
" 책임 져라 ! ! ! 책임져라 ! ! ! ! ! ! "
셀 수 없이 많은 인파, 길거리 위 시위대와 경찰관
그 사이를 묵묵히 지나치는 사람과 학생
평화롭게 활보하던 비둘기들도 모두 자리를 뜬 건지 평소와 다르지만 익숙한.. 이질적인 공간에 왠지 기분이 묘해져서 가방 옆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꼽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편두통이 갑자기 또 도진 건지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어
"… 으,"
몸에 중심을 잃어 바닥을 마주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내 온기를 빠르게 빼앗았다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자 점점 눈앞이 선명해졌고
"......."
차가운 인상,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서로 눈을 맞추고 있다가
하얗고 긴 손바닥이 나에게 내밀어졌다 ·
손을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새 그가 무릎 위에 있던 내 손 틈새로 손을 끼워 넣었다
차가운 인상과 다른 따뜻한 온기를 가진 그의 손이 내 몸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가슴이 화해졌다
하얗고 길게 뻗은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살살 쓰다듬던 그에 당황스러워 손을 빼려고 하자
"......."
인상을 찌푸리며 내 손을 다시 고쳐잡았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아, 일으켜주려고‥ 착각이었구나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위로 당겨지는 힘에 몸을 일으켰다
"……."
"... 가, 감사합니다"
묘한 기분에 한참을 마주 보고 서있다가 가슴이 답답해져 먼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슴속이 굳었다가 풀어졌다가 뜨거워졌다
가슴팍에 새겨져있던 이름이 머리에 맴돌았다
전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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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한치의 고민 없이 꿈을 정했고, 학창시절 추억 하나 없이 죽어라 공부만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내 얘기를 털어놓을 때면 모두가
' 전원우는 정신이상자다 '
' 과대망상증이다 '
손가락질하기 바빴고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끊기고 스스로 끊어내기도 했다
내 인생은 회색빛이었다
*
남색 빛 교복에 긴 생머리
".. 많이 닮았다"
그녀를 눈에 담고 있었을까,
위태롭게 휘청이다가 넘어진 모습에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
.
그녀가 내게서 빠르게 멀어졌고 떨어진 교복 명찰이 두 눈을 통해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성이름
*
/ 딩동댕 동 - 딩 동댕동- ♪ /
여느 때와 다름없이 꽉 찬 교실과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교과서를 펼 생각 없이 우산을 탈탈 털고 습기에 후덥지근해져 바삐 부채질을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멍하니 책에 쓰인 ‘한국사’를 보다가 책상 위로 엎어졌다
아까 일이 자꾸 머리에 맴돌았다..
“이름아 어디 아파?”
“응?”
“아니 표정이 안 좋길래..”
“어, 아냐 괜찮아”
정신 차리자 ,
*
17시
하루가 또 무료하고 빠르게 지나가고 하굣길, 누구보다 빠르게 교문을 벗어났다
하굣길, 길을 따라 쭉 뻗은 덕수궁 돌담
항상 마음이 불편해지다가도 맑아지는 묘한 곳이다
내가 이학교를 택한 이유기도 했고,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자
새까만 어둠이 나를 휘감았고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
.
.
.
-
1918년 무더운 여름
일제강점기
이른 아침 어머니의 손길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치마 위 하얀 저고리
길게 땋여지고 있는 고동색 머리칼
능숙한 손길과 함께 은은히 풍겨오는 향에 나른해져 하품을 할 때쯤,
어머니는 항상 오직 나만을 위한 말을 조곤조곤하셨고 나는 그 말이 지독히도 싫었다
“이름아 너는 네 아비처럼 어떠한 것도 절대 가담해서는 안된다,”
“.......”
“그 이기적인 인간,”
“저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성이름,”
“저도 꼭 아버지처럼 일,”
짝-
거센 마찰음과 함께 내 얼굴은 반 이상 돌아갔고 날 내려친 어머니의 손은 떨려왔다
항상 끝은 이랬다
".. 다녀오겠습니다“
“성이름..!!!”
-
거리가 먼 학교로 향하기 위해서 일찍 집을 나섰다
집이건 밖이건 모두 그들의 흔적으로 답답했다
집에서는 아버지를 반대하고 일본에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어머니,
학당에서는 모두 일본식 제복과 대검을 차고 일본어를 가르치려 하는 교원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그리웠다, 내게 바른 말 옳은 길을 설명해주던 그때....
잠시 멈춰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이라도 맑게 해줄게,라고 선심 쓰는듯한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짜증 나,
-
학교에 가까워진 건지 보이는 헌병경찰들과 일본 정규군 그 뒤로 보이는 조선 총독부,
고개를 숙이고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학생들
그 모습에 화가 나서 애꿎은 돌멩이를 세게 걷어찼고
“.. 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검은색 양복과 모자에 붉고 푸른 선을 두른 교복,
당시의 신식 관복과 흡사한 것을 보니 가까운 배재학당 학생 같았다
다행히 헌병경찰은 아니라 목숨은 지킬 수 있었지만, 큰 키와작게 욕지거리가 들리는 거 보니..
큰일 났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뒤통수를 쥐며 고통스러워하던 그 뒷모습에 가까이 다가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두드리자 뭐냐는 듯 날카롭게 쏘아보는 그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
"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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