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고객 권순영 X 웨딩플래너 너
“아까 로비에서 뭐예요?”
“뭐가.”
“전 대표랑 그 양아치 같은 남자랑 싸우는 거 같던데?”
“양아치는 아니고,”
“차림새가 영...”
“격식 떨어지긴 했지?”
“네, 근데 셋이 무슨 얘기를 하셨길래 부대표님이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셨어요?”
“미친놈, 내가 언제.”
“제가 본 게 있는데요?”
“시끄러, 일이나 해.”
아침 일이 조금씩 무르익어 갈 때쯤 다시 제 머리를 아파오게 만들었다. 그치, 김민규가 봤는데 그걸 안 물어볼 리가 없지. 끝도 없이 물고 늘어지는 민규를 겨우 달래고 나서야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야, 끝나고 뭐 해.] PM 6:15
[부대표님, 오늘 끝나고 뭐 하십니까?] PM 6:17
뭐야, 이 사람들 서로 짜고 보낸 건가? 잠시 휴대폰을 자리에 두고 간 사이에 문자가 연달아 와 있었다. 2분 간격으로 저렇게 보낼 수가 있나... 둘은 말투만 봐도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권순영 저건 진짜 싸가지가 없어서 안 돼.
[야근할 것 같네요.] PM 6:27
권순영 문자는 가볍게 휴지통으로 고이 넣어 두었다. 그래도 직장 상사인 전 대표에 문자는 무시할 수가 없어 간단히 답장을 보내고 위로 쌓인 업무 양을 올려다보았다. 아, 언제 저렇게 밀린 거지….
[야 너 내 문자 씹는 거지.] PM 6:29
귀신같은 놈. 어떻게 알았지? 권순영에게 한 번 더 온 문자를 확인하고 주위를 훑기 시작했다. 얘 내 방에 있는 거 아니야? 답장을 재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결국엔 답장 하나를 보내주었다.
[바빠.] PM 6:31
"여보세요?“
“돼지야, 나 배고파.”
“나보고 어쩌라고?”
“밥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그게 다 네가 만든 인간관계야.”
“아, 저녁 같이 먹자고?”
“아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알아들어?”
“밥 좀 같이 먹자.”
“나 야근이야. 네 애인이랑 처먹으면 되겠네.”
“우리 애인이 좀 바빠.”
당연하다는 듯이 애인 소리를 뱉는 권순영에 갑자기 마음 한 편이 무거워졌다. 적막한 기분이 들어 통화를 끝내려 할 때 부산한 소리를 일으키며 문이 벌컥 열렸다. 어, 무슨 일이세요? 바쁜 것 같아서 일 도와주러 왔죠. 전 대표는 양손 가득 들린 커피 두 잔을 내게 흔들어 보였다.
“야, 멸치 대가리랑 같이 있냐?”
“시끄러워.”
“멸치 대가리 전화 바꿔 봐.”
“나 바빠. 내일 통화해.”
수화기 너머로 권순영에 욕지거리가 들려 왔지만 개의치 않고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커피까지 사 오신 거예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피곤해 하는 같아서 사 왔다고 말을 건네는 전 대표였다.
“대표님 발걸음 잘못 디딘 거 같은데.”
“네?”
“저기 안 보이세요?”
책상 위로 쌓인 업무 양을 가리키자 전 대표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아, 부대표 요즘 너무 해이해진 거 아니에요? 전 대표는 스트로우를 머금고 커피를 들이키던 걸 멈추었다.
“안되겠다. 어느 세월에 부대표 혼자 그걸 다 해요.”
“그럼 하지 말까요?”
“김민규 과장이나 부승관 과장 시키지 뭐.”
“아, 제발 그 두 명은 말고….”
“왜요. 둘이 괴롭혀요?”
“진짜 몰라서 물어 보시는 거예요?”
김민규랑 부승관한테 저 업무들을 부탁하면 몇 달간 생색을 낼 게 분명했다. 뭐만하면 들먹이면서 이것저것 뜯어내겠지. 차라리 내가 며칠 밤새서 끝내는 게 낫겠다.
“그냥 제가 할게요.”
“부대표가 이럴 때 갑질 하고 그러는 거죠.”
“제 등골 휘어지는 거 보고 싶으세요?”
“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일부터는 부대표 일 조금은 줄어들 거예요.”
“네?”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있잖아요. LA쪽 본 웨딩홀에서 전무님 새로 오신다고.”
“맞다. 날짜가 벌써 내일이었나?”
“저도 아까 한국에 입국했다는 연락 받고 생각난 거라...”
"벌써 내일이었구나 그게."
“아마, 부대표 바로 옆 방 쓰실 거예요.”
LA에서 새로운 전무가 부임한다는 소리를 몇 달 전에 들었는데 당장 내일이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민규나 승관이도 이 일을 까먹고 있었나. 분명 그때 그 둘이 제일 호들갑 떨었는데...
오늘 출근길은 평소답지 않게 긴장을 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새로 전무가 부임한다는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웨딩홀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메리카노를 시킬 게 뻔했지만... 시시콜콜한 메뉴판을 예의상 한 번 쳐다봐 주었다.
“Can I get it... 아... 저 그 어..."
“..."
"Oh my... 음, 어, 얼메리...“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주문하는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한국어를 못 하나? 계산대 앞에서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알바생에 표정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남자 대신 제가 목소리를 높이자 알바생은 제 카드를 건네받았다. 시키려던 게 아메리카노 맞죠?
“Thanks, 3100원 다시 드릴게요.”
“아,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한국말 할 줄 아시네요?”
“할 수는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 들으셔서...”
나는 남자의 형상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잘생겼네… 홍지수 전무? 길게 뻗은 목 주변에 걸린 사원증이 눈에 띄었다. 그나저나 저 사원증은 우리 웨딩홀 거인데.
“혹시 여기 옆 웨딩홀에 새로 부임하신 전무님인가요?”
“네, 당신도 저기 웨딩홀 직원인가요?”
“아, 반갑습니다. 부대표 ##김칠봉입니다.”
“Oh... Hello My Name is Josh."
"전무님 새로 오신 기념으로 아메리카노는 제가 쏜 걸로 칩시다.“
“Thanks."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게 잘생긴 외모와 서투른 한국말이 꽤나 귀여웠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나랑 동갑이라는 게 신기했다. 내가 태어난 년도는 다 실패작들인 줄 알았는데, 돌연변이도 존재하긴 했구나.
“아메리카노 발음이 잘 안 되세요?”
“여기랑 LA 발음이 많이 달라서 잘 못 알아듣더라고요.”
“아까처럼 얼메리카노말고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라고 불러요.”
“아메리카노.”
“네, 그렇게. 잘 하시네요.”
또박또박 아메리카노를 따라하는 게 아기 같았다. 여전히 뭉개지는 발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넉살 좋게 웃기 시작했다.
[돼지야]
[어제 멸치 대가리랑]
[붙어먹으니까 좋지?]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됐고]
[나 지금 여기 로비야.] AM 9:12
가벼운 발걸음으로 홍 전무와 함께 로비로 향하던 중 로비에 있다는 권순영 문자를 읽고 급히 시간을 확인했다. 아, 젠장 미팅 시간 늦었네. 재빨리 로비로 걸음을 떼자 삐딱한 자세로 벽에 기대어 제 쪽을 주시하던 권순영과 눈이 마주쳤다.
“전무님, 아까 말한 VVIP 고객입니다.”
“Oh, God! 안녕하세요. 홍지수 전무입니다. 편하게 Josh라 불러주세요.”
“이번에는 버터새끼랑 붙어먹었냐?”
“진짜 제발 그 입 좀.”
회사라는 걸 잊고 권순영의 입을 우악스럽게 막아 뒤통수를 몇 대 가격했다. 온갖 인상을 다 쓰며 홍 전무를 쳐다보는 권순영 대신 홍 전무에게 사과를 했다. 홍 전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혼자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이 사람도 영... 정상은 아닌가 봐.
‘직원이 고객보다 더 늦게 와도 되나?“
“어제 미팅 멋대로 펑크 낸 게 누구인데.”
“내가 펑크 냈냐? 영희 씨 회의 때문에 파투난 거지.”
“근데, 왜 너밖에 없어?”
“영희 씨 다 왔대.”
때마침 로비 안으로 전 대표와 영희 씨가 발을 디뎠다. 전 대표와 권순영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로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전 대표가 제 옆에 있던 남자를 눈치 챈 건지 급히 표정을 풀고 이쪽으로 성큼 다가와 홍 전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표 전원우입니다.”
“어, 사진으로 봤어요. 실물이 더 잘생기셨네요.”
“무슨... 전무님이 더 인물 좋으신데요.”
“진짜 꼴깝들을 떠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무르익어 갈 때쯤 권순영의 마지막 말로 정적이 초래했다. 영희 씨가 권순영의 팔을 툭 치며 자제시켰지만 권순영은 아무 잘못 없다는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부대표 뭐 합니까? 얼른 안 따라오고?”
“진짜 저 미친 새끼...”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 못된 작가를 용서(?)하세요 T^T
사실 제가 이렇게까지 연재를 늦출 생각은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며칠 전에 즉흥적으로 지수 글 써서 올리긴 했는데
댓글에서 다들 웨딩플래너 글을 찾아주셔서...!
이기적인 작가를 용서(?)하세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 편씩 연재가 가능한데
항상 글을 끼적이고 확인하면 진짜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삭제를 하죠...
진짜 요즘 제가 새로운 소재들을 찾고 글을 쓰고 싶어 미치겠는데
아무래도 웨딩플래너 글은 마치고 끼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아, 맞다. 오늘 지수가 새로 합류했는데 저는 김민규+부승관+홍지수의 도.른.자들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리고 또 권순영이 질투하는 모습이 보고 싶으니까 ㅎㅎ
지수도 러브라인에 넣을까 고민중입니당
다음편은 꼭 빠른 시일내에 10시 10분에 올리도록 해볼게요...
사랑하는 작가님들 월요일 파이팅 ㅠㅅ"
♡암호닉♡
더보기
혹시 빠졌거나, 오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암호닉이 겹치는 분들이 계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옆에 (2)를 붙였습니다. 아, 계속 암호닉은 받고 있어요.
메리츄 쎄더 쿱 헬륨 다아어링 0526 분수 육월 수녕수녕해 일공공사 키시 요랑이 부대표 호시십분 호시몇분? 유흥 호시 부인 복숭아 권수장 우지직 만떼 명호엔젤 새봉세봉 채꾸 순풍순풍 호랭이 권수장(2) 서영 뿌꾸 버승관과부논이 햄찡이 찬늘봄 규애 망구쓰버거 닭방 핫초코 쑤녕아 꼬꼬아못가 현지짱짱 오렌지 김만세 삼다수 한라봉 삼다수 (2) 맴매때찌 설날 슈우 세봉이 배고프다 내별이지훈 감자오빠 수녕이아무데도못가 나노미터 윤듀 아리에티 릴라 눈누난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