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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볼 - 사라져버려

 

 

 

스타카토

 

 

 

 

 

학교 가는길, 먼지 낀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 누렇게 물든 하늘은 구름 몇 점을 감싸안은 채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걸어가는 도중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가 내 뒤로 지나가는 자전거 한대에 찌르릉- 하고 울리는 경적소리에 놀라 고개를 숙이고 비켜섰다.

<물 묻어요!>

꼬마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내 발밑으로 지나갔다.

나는 아이가 지나간 다음 바로 발을 옮겼다.

아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가니 진흙물이 신발에 엉겨붙었다.

발자국으로 파여버린 구덩이 안을 비가 다시 채워주고 있었다.

아이야, 그거 아니?

사람의 감정은 발자국과 같다는 것을.

한 발짝씩 내딛는 그 마음은 설렘이 가득하고

힘겹게 내딛은 그 발이 아래로 움푹 꺼질 땐 절망에 휩싸이지만

그를 잡아주는 손이 있기에 안도하는.

그리고 이 감정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반복된다는 걸.

 

 


신발장에 들어서자, 신발을 깨끗해보이는 물 웅덩이에 집어넣었다.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씻겨나가는 진흙들은 물과 섞여 진흙탕이 되었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계단으로 올라섰다. 뽀득뽀득 깨끗이 닦인 계단은 여러 아이들의 발을 거치며 점차 미끄러워져갔다.

미끄러워졌구나. 생각만 하며 3층으로 올라갔다. 열쇠를 가지러 가기 위해 많은 계단이 내 발을 거쳐갔다.

<아.>

제 발에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넘어질 뻔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멍청한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봐 고갤 두리번거리며 확인했다.

현관문 쪽에 한 아이가 서있었다.

<아파보이는데, 괜찮아요?>

날카로운 눈매가 살짝 매서워보이는 인상을 건네줬지만 한마디의 따뜻함에 순간 또 가슴이 철렁였다.

속으로는 진정하자고 되뇌였지만, 입은 굳이 이 타이밍에 들어왔어야 되냐하며 궁시렁대고 있었다. 아참. 이럴때가 아니지.

<괜찮ㅇ.......>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를 제치기 위해 더 빠르게 달렸다.  

기껏 정리정돈 했던 앞머리가 흩날려도 굴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그냥, 지금 이 낯 뜨거운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

<쪽팔리게..> 꿍얼대며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험기간의 우리들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별 다를 것 없이 책을 펴고 바로 앉아 펜을 왼손에 쥐고 필기를 시작했다. 내 앞에 사람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 채로.

<저기, 아까 복도에서 보지 않았어요?>

<같은 나이끼리 왠 존댓말이람. 아까 봤으면 된거지..왜 여깄어??>

마치 촉수를 더듬어 놀란 달팽이 마냥 너무 크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그 애는 살풋 미소지었다.

<나라고 반말 못하는 줄 알아? 너 재밌다.>

미성의 목소리가 여자아이가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나름대로 그 아이는 진중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상황이 그저 재밌었다.

<웃지마.>

나름대로 진지하게 답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러한 내 뜻대로는 되지 않았는지 그 아이의 얼굴 속에서도 웃음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수업 종이 울렸다.

[VIXX/정택운] 무심코 스며드는 너 | 인스티즈

 

 

 

 

 

 

 

 

 

 

---


작가의 말

완전 오랜만이에요! 중간에 끊기기는 했는데 이번엔 간소한 학교이야기랄까 대충 둘러대자면 금사빠로 상처받는 별빛 X 아직 세상물정 잘 모르는 샤프한(?) 정택운.. 입니다...쿨럭..그러한 의식의 흐름이 그득그득한 학교스토리입니당 지나가는 듯이 읽어주세여ㅋㅋ 제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글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매번. 책 많이 읽고 또 올게요 'ㅅ'// 그럼 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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