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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이지훈] 잔디밭 생존기 A | 인스티즈[세븐틴/권순영/이지훈] 잔디밭 생존기 A | 인스티즈




잔디밭 생존기

written by 전복
formation by 말미잘











["체크 빠짐없이 다 했지?"]
"아, 했어. 했다고."
["물건 안 망가지게 잘 실었지?"]
"아니 혼자 있을 딸은 걱정 안돼?"
["여보, 나 방에서 지갑 좀!"]




이것 봐. 딸은 안중에도 없고 아주 신이 나셨네. 몇 십 년간 고생을 청산한다며 아빠는 갑자기 하와이행 비행기 표를 끊으셨다. 
하와이 처음 가본다며 신이 나 짐을 싸고 있으니 아빠는 의아해하며 내게 물었다. 
네가 짐을 왜 싸? 아니 말이 되냐고. 가족 구성원이 세명인데 여행을 두 명만 떠나? 
하와이로 떠나기 몇 주 동안 애걸복걸, 떼라는 떼는 다 써봤지만 부모님은 단호했다. 
몇 주 동안 가게를 비울 수 없으니 잘 부탁한다고. 
매번 느끼는 건데 솔직히 나 어디서 주워왔지? 요놈의 주둥이 앞까지 튀어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어차피 못 갈 여행, 좋게 생각하려 했다. 몇 주 동안 해방이다! 휴식이다!는 개뿔… 가게에 손님들은 들끓었고 그나마 쉴만하면 밀린 배달하러 가기 바빴다. 
배달 주소지도 서울부터 지방까지 중구난방이라 배달이 다 끝난 뒤 운전대를 놓고 
트럭에서 내리면 허리가 쌍욕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아니 욕이 나왔다. 이게 무슨 해방이고 휴식이야, 노예지 노예.




"엄마. 엄마? 할 말 없으면 끊는다?"
["어? 아, 너 운전 좀 조심히 해. 망나니처럼 하지 말,"]
"아오, 좀. 알겠어 끊어!"




아무 말이 없길래 안부 인사나 하고 끊으려고 했건만 끝까지 잔소리하는 엄마에 서둘러 말을 마무리했다. 
배달도 다 돌아야 하는데 매번 전화야. 차에서 내려 뻐근한 허리나 풀어볼까 했는데 앞에 있는 건물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와 때깔 쩌네.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아트리스', 음식점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이탈리안 유명 셰프가 차렸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레스토랑이였다. 
그 때문인지 가게 앞 차들이 모두 고급 세단에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의 수가 어마 무시했다. 
부모님이 우리 가게 귀중한 손님이라더니 귀중할만하네. 아빠가 혹여나 실수하면 죽여버린다는 말이 농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하면 나도 끝이고 우리 가게도 끝이고…





새송이 버섯, 검은 콩, 토마토, 감자,‥오케이. 됐다. 완벽해.


주문받은 것들을 박스에 한데 모아 번쩍 들었다. 당장이라도 허리가 부숴지다 못해 공중분해될 것 같았지만 참았다. 
내가 들고 있는 건 신줏단지나 다름없다. 정신 차리자. 레스토랑 앞에 다다르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의아하게 보며 지나쳤지만 난 굴하지 않고 계단을 하나씩 디뎠다. 
쪽팔려도 참자. 귀중한 손님이다. 속으로 실수하면 죽인다는 아빠의 말을 수십 번 되뇌며
계단을 다 오르고 마침내 문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날 가장 먼저 반겼다. 밥도 거르고 일하는데 더 서럽게 만드네.



어서 오‥세요? 손님인 줄 알았는지 인사하던 여직원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저 배달 왔는데. 어디로 가요?"



대답을 하지 않길래 박스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어느새 카운터 앞으로 가서는 남자 직원이랑 얘기를 하고 있다.
그래, 팔아주는 사람이 안내해야겠냐. 파는 사람이 가야지. 간다 가.



박스를 다시 한 번 고쳐들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큰 박스가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누구랑 부딫힐까 봐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히 내딛는 중에 여기로 오시면 안 된다고 말리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대답도 채 하기도 전에 왼발이 앞으로 쭉 미끄러지더니 쥐고 있던 손의 힘도 풀어지고 박스가 위로 날아갔다. 
중심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옆 찬장을 잡았는데, 그 잡은 게 화근이었다. 
잡은 찬장에는 와인이 가득했고 그중 와인들 몇 개가 내 쪽으로 떨어졌다. 물론 나도 같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바닥에는 버섯, 콩, 감자 등 배달해야 할 물건들이 나뒹굴었고 와인병은 깨져 산산조각이 나 여기저기 유리조각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 덕분에 내 셔츠는 붉게 폭삭 젖어버리고 몸에 달라붙고… 존나 인생…




[세븐틴/권순영/이지훈] 잔디밭 생존기 A | 인스티즈


"저, 그‥ 괜찮으세요?"




남자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직원들은 물론이고 주위 손님들 마저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 괜찮냐며 다가오는 직원에게 손사래라도 치고 싶었다. 썅 오지 마! 하지 마!!





그때 빨간 타이를 정갈하게 맨, 요리사로 보이는 한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요 그니까 시발 제발 그만들 오세요. 창피해 뒤지겠으니까‥ 
예상외로 남자는 나에게 아무 말없이 머리를 뒤로 한 번 쓸어넘기더니 난장판이 된 바닥을 쭉 훑어봤다. 
그리고는 내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엉망진창인 내 모습 또한 말없이 바라봤다. 
남자가 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봐서 그런가, 아님 남자의 표정이 굳어져있어서 그런 걸까 왠지 모르게 소름 돋고 수치스러웠다.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 고개를 처박아 숨고 싶을 정도로.



남자는 방금과 달리 친절히 웃어 보였다. 하지만 얼굴에 쓰여있었다. 나 지금 존나 빡쳤다고.
'셰프 이지훈'. 왼쪽 가슴켠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보고는 느꼈다. 아 일이 꼬였구나.






[세븐틴/권순영/이지훈] 잔디밭 생존기 A | 인스티즈



"손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단단히 꼬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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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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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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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흥미진진하다
다음편에 혼날생각하니까...ㅎ....주륵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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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오옷 저번에봣던글가튼데!! 좋아여좋아여 짱쎈 지후니 힣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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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39
엌? 저번에 봤던글인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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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대박ㅋㅋㅋㅋㅋ 지훈이 빡쳤네요 대박 여주 이제 목숨 없겠네요... 흥미진진하네요 저라면 진짜 쫄아서 눈물줄줄이었을 듯 싶어요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 하고 갈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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