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VS 소아과 :: Prologe
By. 아리아
"수고하셨습니다."
"김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피비린내가 가득한 수술장을 빠져 나왔다.
분명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는데 오늘따라 자꾸만 밀려 들어오는 응급수술에 오늘도 집에 가긴 글렀구나- 싶어 피가 튄 수술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교수실로 들어가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눕자마자 스르르 몰려오는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눈이 스르르 감기려던 찰나였다. 뭐가 그리도 다급한지 문을 벌컥 열어 오는 손길에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
"어, 왜."
"그게.."
"빨리 말해. 뭔데."
"그 402호 pediatric brain tumor(소아 뇌종양) 환자요."
"..아, 수현이? 왜."
"..화내시면 안돼요."
"알았으니까 좀, 빨리 말 해."
"NS(신경외과)에서 자기들 환자라고 데려가겠다면서 병실에서 난리 피우고 있어요. 수현이 울고 그냥 병실 다 뒤집어졌어요."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찬이가 머뭇 거릴 때 부터 대충 감은 왔다. 평소 제 잘못이 아니면 자신보다 몇 기수는 높은 선배들에게도 잘잘못을 따지는 찬이가 유일하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여도 말 하기 꺼려하는 건 딱 한 가지 뿐이기 때문에.
"가자"
이리저리 구겨진 가운을 대충 정리하며 푸석푸석해진 머리카락을 대충 헤집어보자 더욱 답이 없어진 머리에 평소처럼 질끈 묶곤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402호로 향했다.
***
"아니, 애초에 PED(소아과)로 배정받은 환자라니까요?"
"차트 좀 보세요. 4살짜리애를 NS(신경외과)에서 데려간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PED에서 종양 완치가 가능할 것 같냐고 권교수님이 말씀 하셨다고 몇 번 말 했잖아요."
"허, 지금 저희 쌤들 무시하세요?"
"솔직히 PED랑 NS랑 급이 같겠어요?"
열변을 토하고 있는 소아과의 청일점 간호사 승관쌤, 다들 담당교수를 닮아가는지 싸가지 밥 말아먹은 어투로 툭툭 내뱉는 신경외과 레지가 보이자 멀쩡했던 머리가 지끈거려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누르며 슬리퍼를 질질 끌었다.
"PED가 더 높다는 말 돌려서 하냐? 고맙네."
"헐, 교수님."
"승관쌤 수고했어요. 가서 일 봐."
"그래도.."
"얼른."
그제야 겨우 미소를 띄우며 자리를 뜨는 승관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궁시렁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세등등 하던 예쁘장하게 생긴 신경외과 레지가 입이 댓발 나와 있는 채로 저를 흘겨보고 있는 것이었다.
"야."
"..저요?"
"그럼 내가 여기서 야라고 부를 사람이 너 밖에 더 있어?"
"왜 부르셨는데요."
"니네 과는 교수한테 그렇게 대하라고 가르치디?"
"..아니, 무슨 말ㅇ."
"눈 깔아."
싸가지엔 싸가지로 받아쳐야 한다고. 학창시절 아무 이유없이 저의 뒷담을 까고 다니던 년과 머리채 잡고 싸우던 경험을 되살리다보니 생각보다 세게 말이 나갔다. 저의 한마디에 광경을 지켜보며 수근거리던 의사, 간호사는 물론 환자들의 숨소리마저 멈춰 병실은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남의 과 레지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요."
저 개새끼. 신경외과 교수새끼.
"교수라는 사람이 말하는 거 보니까 PED 수준 답 나오는데요."
"정쌤, 수고했어요."
수고했다는 권교수의 말 한마디에 볼이 붉어지며 몸을 무슨 꽈배기마냥 배배 꼬는 레지에 저도 모르게 조소를 흘렸다.
"욕설에, 이젠 비웃기까지 합니까?"
"언제부터 눈 깔아으란 소리가 욕설이죠? 진짜 욕을 못 들어보셨나봐요."
"참, 인성 수준하곤. PED에선 인성 교육을 그렇게 하나봅니다?"
"그쪽 레지 인성 교육이나 제대로 하시죠."
어느새 권교수 뒤에 숨어 얄미운 미소를 짓는 싸가지를 한 번 훑자 내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의사라는 사람이 화장에, 네일에, 힐에. 가지가지하네요."
"그렇게 꾸미고 싶었으면 연예인을 하지 왜 의사를 했대."
한껏 비꼬는 제 말투에 소아과 사람들의 웃음 참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더불어 빨개지다 못 해 곧 터질 것 같은 싸가지 레지의 얼굴까지 금상첨화였다. 아니, 금상첨환 줄 알았지. 권교수가 날 빤히 바라보다 피식 웃기 전까진.
"그러는 김교수는 여자이길 포기한 것 같네요."
"피가 비비크림이라도 됩니까? 좀 닦고 다니세요."
사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열 받았을 때만 나오는 다혈질이 풀가동 되어 이놈, 저놈 하며 쌍욕을 내뱉었다 하는데 내 머릿 속에 남는 기억은 딱 하나였다.
잔뜩 열이 받은 날 보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다 싸가지 레지와 함께 pediatric brain tumor(소아 뇌종양) 환자의 베드를 끌고 나가는 권교수, 아니 개새끼의 뒷모습.
자존심 하나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권교수와 김교수의 배틀연애가 시작됩니다.
신경외과 VS 소아과 St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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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도병은 안쓰고 이상한 거나 가져왔냐구요?
그냥요...헿 남주여주 둘다 똑똑하고 센 배틀연애가 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학도병도 수정 최대한 빨리 해서 얼른 찾아 뵙도록 할게요.
독자님들 예쁜 댓글 덕에 정말 글 쓸 맛이나요..사랑해요ㅠㅠㅠㅠ
아, 그리고 아직은 사귀는 거 아닌건 아시죠?!
예쁜 암호닉 독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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