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에피톤 프로젝트 - 봄날, 벚꽃 그리고 너
“허업!”
소리를 지를뻔 하다 입을 꾹 틀어막고 참았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봄방학 자율학습 기간동안은 자유배치였다가 개학하는 날 제대로 자리 배치를 해준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기대하고 일찍 왔더니 칠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1학기 자리 배치표”
1분단 맨 뒷자리에는 나와 홍정호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했지만 그 애와 대화를 나눠본 횟수는 손에 꼽을만큼 적었다. 축구 선수인 그 애는 일찌감치 대학에서 스카웃 된 상태였고 대회 참가다 청소년 대표팀 훈련이다 해서 학교에 오지 않는 날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매일 보면 난 설레서 죽을지도 모르니까.
1학년 체육대회 때, 축구시합 결승전에서 종료 직전 역전골을 넣고 활짝 웃던 홍정호와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 내 짝사랑은 3년째 현재진행중이다.
“아 진짜…”
오랜만에 홍정호가 학교에 와서 수업 내내 설레고 기분 좋았는데 종례시간에 학기 초에 봤던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다. 난이도가 어려웠던건 아니었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에 성적이 평소보다 좀 떨어졌다. 아 진짜 우울하다. 지망하는 학교와 과에 가려면 이 정도 성적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담임 선생님의 매정한 코멘트. 저도 알아요 선생님. 책상위에둔 성적표를 바라보며 한숨을 폭 쉬고 있는데 책상 위로 초콜렛과 사탕을 잔뜩 올려주는 짝꿍. 엎드려 있길래 자는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이거 나 먹어도 돼? 우와 진짜 맛있겠다!”
잔뜩 신난 얼굴로 초콜렛 하나를 들고 포장을 까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즐거워하다 턱을 괴고 신기하다는 듯 날 바라보는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으악, 난 몰라. 날 단세포로 보면 어떡해.
“응. 너 다 먹어도 돼.”
당황해서 눈동자만 굴리는 날 보고 커다란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며 그 애는 웃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자주 보지도 못하는데 자꾸자꾸 좋아져서, 큰일이다. 다음 주가 시험인데, 하루종일 홍정호 생각만 할 것 같다.
-나 엄마한테 끌려나왔어ㅠ 진짜진짜 미안해ㅠㅠ 다음주에는 꼭 같이해!!
“으… 정유라 배신자.”
아무도 없는 일요일의 교실. 시험이 끝난 터라 주말 자율학습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같이 와서 공부하기로 한 친구는 엄마와 쇼핑을 간다며 문자를 남기고 약속을 깨버렸다. 조용한 교실에는 문제집 위에서 사각거리는 내 샤프소리만 울렸다.
“어? 벚꽃이다…”
열어둔 창문을 통해 바람에 흩날린 벚꽃잎들이 책상 위로 하나 둘 내려앉았다. 따스한 봄 냄새에 문제집을 덮어두고 한참동안 창밖을 내다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 공을 들고 달려가는 꼬마 아이들, 손을 잡고 다정히 거리를 걷는 연인들. 문득 그 애가 생각났다. 아, 보고싶다. 내 마음처럼 펄럭이는 커튼을 묶고 뒤를 돌아서는 순간, 인기척도 없이 와 내 앞에 서 있는 홍정호.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그 애는 말없이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떨어지는 벚꽃잎들.
“아.. 고마워.”
쑥스러움에 어쩔줄 모르고 겨우 뱉어낸 말에 피식 웃는 소리가 났다. 용기를 내어 올려다보니 내가 반했던 그 때처럼 환하게 웃고있는 너.
“좋아해.”
짧지만 마음이 가득 담긴 너의 고백. 그리고 내 입술에 와닿는 너의 따뜻한 입술.
벚꽃잎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내 마음이 너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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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데기 필요하신 분, 손들어 주세요! 일단 제 손발부터 좀... (슥슥)
요새 정호가 좋아요 :) 웃을 때 정말 예쁜 것 같아요. 그쵸? (물론 언제나 마음속 1순위는 곧 품절될 김주영씨.......ㅁ7ㅁ8)
근데 글을 쓸때마다 선수들을 좋아하는 마음의 표현이 좀 많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나를 매우 쳐라 정호야 흑흑
날씨가 추우니까 봄 글을 쓰면서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고 싶었어요 헤헤
토막토막 짧은 글이라 부담은 없으셨겠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신 그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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