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작은 출판사에서 조용히 출간되어 누구도 잘될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그 소설의 저자.
특유의 개성넘치는 간결한 묘사. 도무지 예측 할 수 없는 전개방식. 그리고 읽는 내내 느껴지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주무기로 빠른시간내 국내소설팬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더니 일년 뒤 한 방송에서 저명한 소설가의 언급으로 재조명을 받아 신예작가 최고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드디어 그 진가를 인정받은 혜성처럼 등장한 소설가 Tete.
그 이후로도 그는 그가 내놓은 꾸준한 작은 단편들과 중장편의 소설들이 인정받으며 책을 읽어본적은 없어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다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모두들 손안에 작은 창에 푹 빠져 있는 요즘 세대에 가장 최신작 '멈춘 바늘'' 는 지하철을 타면 한칸에 최소 두 명은 읽고 있거나 다섯명은 가방에 들어있다 할 정도로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감수성 풍부한 여중생부터 오육십대 아버지들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그의 작품들이 사랑받고 있지만 그는 꾸준한 작품활동과는 달리 매스컴과는 일절 접촉하지 않은 채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상을 받는 자리조차 얼굴을 비추지 않아 그의 비상한 글재주와 함께 베일에 쌓인 그의 정체가 대중의 또 다른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태태가 십대의 딸을 둔 오십대의 여성이다.불우한 환경을 가진 아주 어린 천재소년이다.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소문만 왕성한 가운데 드디어 인스패치가 태태와 단독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아니 어쩌면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
와.진짜 올려 이거?그래도 되는거야?나 진짜 이거 올려?그래도 되는 거야 김태형? 이거 진짜냐고 벌써 열두번도 더 물었기 때문에 한번만 더 묻는 다면 민선배는 나를 묻으려 할지도 모른다. 말바뀌기 전에 얼른 빼도박도 못하게 소문내야 한다며 이렇게 인터뷰도 하기전에 예고글 부터 쓰라고 위에서 쪼아대서 안그래도 기분이 별론데 그건 죽여주십시오 하는 거다.참자.김태형.그래도 목숨은 소중하니까. 예고기사를 쓰면서도 이렇게 손이 덜덜 떨리는데 처음 Tete와의 서면인터뷰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는 정말 오죽했겠는가. 이게 정말 현실이 맞는지부터 의심이 들었다.내가 꿈을 꾸는 건가하고 일단,첫째로 신비주의로 유명한 그 Tete가. 출판사를 아무리 달달 볶아도 (심지어 누군가는 취재를 위해 그 출판사에 몰래 취업까지 했다는 썰도 들었다.) 수 많은 기자들이 달려들어도 목소리 하나 사진 한 장. 심지어 성별조차 건질 수 없었던 그 Tete가 자진해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되는거 아닌가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뭐 Tete가 갑자기 죽다가 살아났다던지 머리를 심하게 다쳤던지 약을 한건지 그 예술가들 좋아하는 변덕이 드디어 시작됬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첫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출간한 자기 출판사를 놔두고 왜 경쟁자나 다름없는 우리와 인터뷰를 한단 말인가.가뜩이나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겠다는 수많은 다른 출판사의 제안을 거절한 의리의 아이콘인 Tete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건 쟁쟁한 선배들을 놔두고 이제 회사에 들어온지 갓 일년이 좀 넘는 그동안 뒤에서 서포트만 열나게 하다가 내 이름으로 기사쓰게 된 지는 석 달 밖에 안된 나와 도대체 왜 Tete가 인터뷰를 하고싶다고 하겠냐는 말이다. 사실 아직도 누군가 '야 다 꿈이었어. 넌 무슨 잠을 이리 오래자니' 한다면 '그래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벌떡 일어 나야 할 것만 같다.그래서 회사 사이트 메인에 다음주 인터뷰 예고글을 써올리는 지금까지도 내가 이 모양인거다.
도대체 왜 일까.내 글이 마음에 들어서? 그럴리가.Tete가 돈이 썩어나는 것 같은 스타의 팔자 좋은 애완동물의 목줄 가격따위에 관심있을리가 없다.그나마 가장 최근 인터뷰한 사람이라고는 무명으로 연극판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케이블드라마 감초역으로 막 뜨려고 하는 중고신인이었는 데 기사쓰고 이 주만에 음주운전 스캔들이 터져서 지금은 자숙중이다.그렇다.재수없다고 인터뷰예정이었던 모배우마져 인터뷰를 취소한 상태이다.
그럼 내가 자기 취향인가?사실 부장님도 얘기하면서 의아해하셨다.가끔 전에 인터뷰했던 기자가 마음에 들어서 또 지명하는 경우는 있지만 친분이 없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 꼭 작업거는 것 같지 않은가.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만 내 이름 옆에 손톱보다 조금 크게 나오는 사진은 정말 군기 바짝 든 신입사원일때 뭣 모르고 찍은거라 딱 땡칠이 같이 나왔다고 남준이 형이 죽어라 놀려댄 사진이다.어떻게 내 미모를 그렇게 코딱지 만큼도 담아내지 못할 수 가 있지.사진찍어야 하는 날 새로운 미용실에가는 모험을 하는 게 아닌데. 그렇게 나는 수많은 의문과 함께 잠자리에 누웠다.그 날도 배부르게 먹은 민선배의 욕탓인지 결국 잠은 금방 들었다만.
그 다음으로 할 일은 Tete의 책을 구하는 일이었는데 신드롬이라는 말이 뻥은 아니였는지 우습게도 우리집 거실 책장에서 전 권을 발견했다. 우리 누나가 Tete의 골수팬이었을 줄이야.나는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뭐 가끔 지하철타면 음성광고에서나 라디오 디제이가 읽어주는 몇몇 구절들을 듣기는 했지만.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아니 서점에 가는 것도 싫다.그래서 일때문이 아니라면 최근 몇년간 책을 거의 안 읽었다 할 수 있다.뭐 매일 읽는 게 글이기는 하지만 시나 소설은 피하고 싶다. 이런 지금 내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한때 나는 주말마다 꼭 도서관에 가서 온집안 식구들 대출증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책을 한무더기 짊어지고 와야 했던 적도 있었다.그 책 속에 파묻혀있는게 나의 즐거움이 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려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이건 다 그 애 때문이다.책을 읽으면 그 애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애가 떠오르면 자꾸 기분이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
그 애를 처음 만난 건 한 대학병원에서였다.나는 수능 끝 난 고삼이었고 스트래스성인 줄 알았던 두통이 수능끝나고 학교도 합격하고 띵가띵가 놀기만 하는데도 점점 더 심해지자 게으른 나는 그제서야 병원을 찾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약처방도 소용이 없자.큰 병원을 찾으라 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날은 검사를 받으러 처음 병원에 갔을 때였다.큰 병원이 다 그렇듯이 길고 지루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두시간 기다려서 진료받고 또 한시간 기다려서 검사받고 이젠 또 다른 검사를 기다리라고 한다.저 머얼리 24번에 떠 있는 내 이름을 보니 더이상 삼십분이면 된다는 간호사누님의 말을 마냥 철썩같이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배터리도 간당간당하고 몸이 좀쑤셔서 촌놈처럼 병원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일어섰다.
그 병원은 카톨릭병원었는데 그래서 이층 한 복도에는 미사드리는 곳과 그 몸을 꽁꽁싸는 옷입은 분들이 일하시는 사무실같은 것이 있어서 한적했다. 그리고 그 복도 끝 한 구석에서 그 애를 처음 만났다.
그렇게 숨죽여 서럽게 울고있는 사람은 처음 봤다. 분명 대성통곡하고 있는 데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순간 내 가슴속 어딘가가 저릿했다. 눈가와 코가 빨개져서 눈물쿳물 범벅이 된 얼굴이 생판모르는 남인데도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그냥 왠지 나까지 울고싶어졌다.얼마나 많이 몰래 숨어 울어야 이렇게 울 수 있을까 .
그 애는 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휠체어받침에 뻗쳐놓은 한쪽 다리 때문인지 몸이 완전 구석이 아니라 반정도 벽방향으로 앉아있어서 나는 생각보다 오래 그 애를 담을 수 있었다. 아니면 그냥 나에게 그 순간이 길게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그냥 그 순간은 내가 몰래 본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뭘 어떻게 해야지 혹은 하고있다는 생각조차 멈춰버린 것 같았다.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앳된 하얀얼굴, 하나로 묶은 탐스러운 까만 머리칼이 잔뜩 헝크러진 채 젖은 속눈썹사이로 연신 방울방울이 아니라 줄기채 죽죽 흔적을 그려내는 눈물길. 서러운 딸꾹질마다 연신 오르락 내리락 하는 헐렁한 병원복 사이로 보이는 쇄골뼈. 휠체어에 앉아 뻗쳐놓은 무릎위에 올린 작고 하얀 두 손.그리고 바로 뒤 창에선 어잿밤 쌓인 눈에 반사되어 다른 날보다 더 눈부신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어이없게도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나름 무슨고 여신이네 꽤 귀엽다고 인기 많던 후배가 고백해 왔을때도 내눈엔 예쁜줄 모르겠다고 했다가, 눈이 너무 높아서 혹시 게이아니냐고 천상계에서 여자를 만나야겠다고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던 나 김태형이 이렇게 어이없게 휠체어타고 질질짜고 있던 여자애한테 이렇게 한방에 훅 가게될 줄이야.
차츰 시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어깨의 오르내림이 덜해지자 내 그림자를 그제서야 눈치챈건지 그 꼭 다문채 졎어있던 속눈썹이 드디어 열리고 그 사이로 커진 까만 눈망울과 마주쳤을 땐 묘한 쾌감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우습게도 그 기억은 아직도 등꼴을 살짝 찌릿하게 한다. 그 애는 당황하고 부끄러운 기색이었고 울음이 잦아 든 얼굴은 아까보다는 덜 아이같았다.이젠 나보다 두세살 차이정도 밖에 안 어려보였다.
그 날은 교복을 입기시작한 뒤로 육년동안 필요한 때가 있을 거라며 엄마가 늘 챙겨줬던 주머니 속 손수건이 드디어 빛을 본 날이기도 했다. 그 애는 여전히 울음을 완전히 멈추지 못한 채 병원복 소매로 코를 훔쳤고 왠지 날카로워지려고 했던 눈매는 내 남색 손수건을 받아 들고나자 다시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변했다.
"미안. 어...그러니까..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아 이러니까 더 이상하다..아 이게 아닌데..아니 그게 아니고. 음...어제 눈이 와가지구.눈이 부시게 빛이 그러니까 아니 어 일단 눈물부터."
나도 모르게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횡설수설 입에선 말이 흘러 나왔고 또 너와 눈이 마주치고 난 뒤의 충격에 가뜩이나 뇌가 잘 안돌아가는 상황에서 말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었다.
"나 알아요? 왜 초면에..훌쩍..반말이예요."
앙칼져야 할 말투가 훌쩍임때문에 귀엽게만 들렸다.내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척하면서도 자꾸 신발로 떨어지는 시선도 어쩔 줄 모른채 손수건을 꼭 쥐고 있기만 하는 두 손도 자꾸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웃으면 안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참기는 했지만
"아, 그게...나보다 동생인 것 같아서... 아까 음..내가 실수했네.미안해.아니 미안해요.그리고 그 ..손수건은 달라고 안할꺼니까. 그냥 마음껏 써요. 코 풀어도 돼.나는 김태형이고 19살." 짧은 시간동안 뇌를 쥐어짜내서 최대한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우리 엄마가 잘나게 낳아주신 얼굴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발 통해라.쫌만 먹혀라. "갑자기 이게 뭐야.나는 훌쩍...ㅇㅇㅇ.18살이예요." 그 애 그제서야 손수건으로 코를 훔쳤다.창피한지 소리내어 코를 풀진 않았다.그것도 귀여웠다.눈물을 그치고 나니 붉어진 눈가 촉촉한 눈빛과 상기된 콧등과 볼이 눈이 들어왔다. 아. 예쁘다.내가 변태였나. 이런게 취향이었나.갑자기 나타난 그 애는 내 정체성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어쩐지 우는 얼굴마저 예뻐서 울리고 싶어질 것 같은 얼굴이다.ㅇㅇㅇ.자꾸 되뇌고 싶은 이름이다.
"거 봐. 내가 오빠 맞네.예쁜 이름이네요.예쁜 얼굴만큼."
안다.나도. 오글거리는거.그치만 어쩔 수 없었다.나도 모르게 저런 뻔한 작업멘트가 입밖으로 튀어나갔다.그 애는 아까보다는 조금 경계가 풀어진 표정이었지만 말없이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나는 이대로 그 애가 지나쳐가버릴까봐 당황해서 혼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아니 내가 이상한 사람아니라고 말하는데 10번 버스를 타고 온 건 왜 말하는거지.또 기사아저씨가 십팔번곡을 열창하다가 삑사리난 것도. 어느새 그 애는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나한테 그렇게 미안하면 립서비스만 하지 말고 요 밑에 일층카페에서 아이스크림 사줘요.그럼 내가 착하게 용서해주고.내가 또 뒤끝은 없지."
너는 언제 그렇게 서럽게 울었냐는 듯 이제 울음기가 가신 눈으로 예쁘게 웃어보였다. 나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심장이 참 열심히 일하네.우는 것만 예쁜 줄 알았는데 무슨 눈을 저렇게 접으면서 웃냐. 사람떨리게. 미치겠다.사랑하는 김여사님. 엄마아들 드디어 첫사랑을 만났나봐요.세상이 아름답네요. 원래 그런 건가요. 그럼 그럼 당연하지.오빠가 아이스크림 같은 건 매일매일도 사줄께.아이스크림만 사주나 손수건도 빌려줄게 그러니까 내 앞에서만 울어.오빠랑 연애하자.아니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차마 입밖에 내놓진 못할 많은 말들이 머릿속에 쏟아졌다. 첫사랑을 시작한 십구세의 소년은 참 부풀었고 풋풋했고 바보같았다.행복했다.
나는 이틀을 꼴딱 새어 태태의 책을 반절정도 읽었다.오육년새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쓴 건지 쌓아 놓고 보니 적지 않은 양이지만 대중의 인기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닌지 정말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빠져들어 계속 다음장 또 다음장을 넘기고 있었다. 처음 외로움에 빠진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것을 알려준 친구의 행복을 위해 주인공이 기꺼이 가장 외로운 곳으로 모든 짐을 지고 가는 앤딩 장면에는 나도 모르게 빰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내야했고 한참을 멍때리다 시계를 보니 새벽4시였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짧아서 발목이 댕강나온 잠옷차림으로 좀비마냥 어기적 나온 부엌에서 다 식어버린 피자가 빨간 불빛아래 돌아가는 걸 구경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 그 애 생각이 난다.그 애 침대 옆에 항상 쌓여있던 소설책,시집들 그리고 항상 그것들에 관해 열심히 뭔가의 자기의 생각을 말하던 그 작지만 도톰한 입술. 이 작가는 아마도 집착하던 애인이 있었을 꺼야. 이건 분명 자기 경험담일 껄. 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80프로는. 이런 개뻥이 어딨냐. 진짜. 아무리 소설이지만.이 사람은 너무 사람 애간장을 녹여버리는 표현을 써.어떻게 그런 단어가 나오지.그래서 그런 걸 읽을때면 나도 모르게 그 애의 조잘거림이 들리는 듯 했고 그러면 그 애의 웃는 얼굴이 생각나고 또 우는 얼굴이 생각나고 마지막으로 봤던 불안한 얼굴이 생각나고 그러면 마음 한구석에 시린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얼음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고. 묵직한 뭔가가 자꾸 아려왔다. 그래서 안하게 됐다.참 어이없는 이유다.김태형.
어쨋든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라 그런지 더 그 애가 많이 떠올랐다.근데 이번에는 가끔 그 애가 평을 하는게 아니라 꼭 그애가 말하는 것 같은 때가 있다.당돌하지만 남을 생각하는 주인공의 대사라던가 때론 날이 조금 서기도 하지만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이라던가 자꾸 그 애와 겹쳐보였다. 손톱깎기에 대한 농담은 그 애가 예전에 말한것과 거의 비슷해서 정말 털이 쭈볏 섰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있는데 아직 태태의 모든 책을 읽진 못했지만 여태껏 읽은 모든책에 하나의 같은 이름이 자꾸 등장했다. 나이도 직업도 말투도 모두 달랐지만 모두 악역이거나 형편없는 인물이라는 게 같았다. 초창기 책들에는 정말 극의 모든 것들을 망가뜨리는 악역이었다면 최근의 책으로 갈수록 크게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한심하고 멍청해서 읽다보면 조소를 일으키는 캐릭터로 변했는데.그게 더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짜증나는 건 그 이름이 하필이면 '김태형'이라는 것이다.어떤 책에선 드디어 악역 이름이 김태형이 아니군 하면서 좋아하면서 읽고 있다가 마지막 챕터에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원래 이름이 김태형이라고 나왔을땐 책을 던져버렸다.곧 다시 주워 다음 문장을 읽어야 했지만 도대체 태태는 김태형과 무슨 악연이 있길래 이렇게 소설속에서도 못괴롭혀 안달인가.나와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그 이름때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태태와 인터뷰하게 된 게 정말 다행이건가 이제 그 이유를 물을 수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전자레인지 다돌아가는 소리에 맞추어 몸에 살짝 영혼을 넣고 피자를 한입 베어물자 천국이 따로 없....아씨 입천장 다 데였어.으 찬 우유를 입에 문 채,지금 읽고 있는 건 단편들을 옵니버스형식으로 묶어 놓은 책인데 하필이면 교통사고로 입원한 나이롱환자가 병실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이야기이라 정말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애는 병동에서 인기스타였다. 대학병원에선 안좋아하는 장기 입원자이기도 했지만 정형외과에는 주로 그동안 혹사당한 여기저기가 이제 버티지 못해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나 교통사고로 다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ㅇㅇ가처럼 어린 환자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저 쪼그만게 자기들처럼 아프다는 것을 안쓰럽게 여겨주시는 데다 특유의 싹싹함으로 항상 웃는 얼굴로 옆병실 조선족 간병인들에게 까지 이모이모 하며 따르는 ㅇㅇ는 어딜가나 딸처럼 손녀처럼 이쁨을 독차지했다.항상 입버릇처럼 ㅇㅇ에게 손주며느리해라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기억나는 사람만해도 다섯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 애의 첫모습이 우는 얼굴이었던 나는 병실에서 그 애를 처음 보았을때 또 다른 사람같았다.쭉 방실방실 웃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초보간호사의 계속되는 실수에 골이난 옆침대 아줌마의 얼굴도 센스있는 농담으로 웃게만드는 그 애에게 나는 또 다시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강렬했던 첫만남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길했다. 사실 그 애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내 차례가 왔을시간에도 검사실에 돌아가지 않았다.몰라 다음에 또 오지 뭐. 그 애가 건강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친구병문안에 왔다 가는 길이라고 해버렸다.너는 몇년전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땐 큰 이상이 없어 병원에 조금 다니다 넘어갔지만 점점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오고 난 후엔 한쪽 성장판을 다쳐서 몸의 균형이 완전 흐트러져 그로인해 각종 합병증들과 허리디스크로 몸이 완전 망가져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양다리에 큰 수술을 하고난 뒤 한쪽은 오랜 시간동안 깁스를 한탓에 재활중이라고 했다.그래서 아까 그렇게 울고 있었던 거라고 재활이 끝나고 나면 몇시간동안은 계속 통증이 지속된다고 했다.작은 몸으로 그 모든 모든 일들을 견뎌내고있는 네가 안쓰럽고 대단해 보였다.
나의 말에 너는 사실 오늘은 재활이 너무 받기 싫어서 엄마랑 싸웠다고 그래서 혼자 있었던거라고 말했다.조금은 울먹거리기도 했지만 그냥 웃으며 말하려고 하는 네가 더 안쓰러웠다.그냥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냥 팔걸이에 올려놓은 네 손을 잡았다. 너는 가만히 있었다.충동적으로 잡긴 했으나 막상 닿고 나니 손끝에서도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너는 내게 학교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학교에서 있었던 시답지 않은 일들을 이야기 했다. 그게 우리 둘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주위에서 쳐다볼 때까지 웃어댔다.나는 그렇게 웃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거나 입을가리다 손을 놓을까 조심하면서 계속 그 손을 잡고 있었다.그 두근거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그 기억이 떠오르니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참 많이 좋아했구나. 그 짧은 시간동안에
너는 아직도 가끔 어딘가에서 보는 사람까지 아리게 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곤 할까.이젠 많은 시간이 지나서 그냥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을까.
예전처럼 아프진 않겠지.그렇게 가고 싶다던 놀이공원은 결국 잘 갔다 왔을지 모르겠다.이제 너도 시간이 지나서 얼굴이 좀 변했을까. 예전처럼 아이같은 구석은 사라졌을까.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 아니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애써 묻어두었던 네 이름이 다시 떠오르고 나니 그 뒤로 수많은 궁금증들이 딸려올라왔다.이제 배는 부르지만 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결말이 찝찝하다구요??!! 고구마사이다아시잖아요하핳 상큼한 결말로 돌아오도록 하죠 하편은 짬짬이 써서 되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심가득글이지만 댓글이 큰 힘이 될것 같아요 반응이 없으면 허공에 떠도는 느낌이라서 힘이 안나요 부족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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