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2012 . 10 . 31 * Wednesday * 꽃망울
BGM 박정현 ::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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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음, 아마 엄청 파랬던것 같은데…. 그래. 그 날은 유달리 기분이 좋은날이었지 아마.
기분좋은날, 365일중 언제 한번 꼽을까 하는. 요즘 거리에 흘러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엘레베이터를 탓을때.
그 시간에 그 날에 아마 필연이었을지도 몰라.
그댈 몰랐다면 몰랐어요. 이런 기분을 이런 행복을….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부끄러운 얼굴이었지만 전혀 신경쓰지않았지. 어느 한 층에 멈춰 당신이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해도.
어른들이 많이 사는 이 아파트에 이런 훈남이 있었나? 하며 흥얼거리던 콧노래를 멈추며 내 심장이 마구 뜀을 느꼈지.
혹시나 부끄러운 콧노래를 들었을까 엘레베이터 모서리 자리에 서서는 얼굴만 힐끔힐끔 봤던 기억이 나지. 무슨 생각에 잠긴듯 빙그레 미소를 띄며
신발코만 보던 당신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어쩌면 이 평온한 침묵이 그것이 아니였다면 깨지지 않았을꺼야. 아니, 깨지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만 자리잡았겠지만.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뚝 멈춰선 엘리베이터, 당신의 옆모습만 훔쳐보던 내가 화들짝 놀라며 층수가 뜨는 판을 보고있을때 당신도 그 예쁜 미소를 지우곤
나와 함께 판을 봤었지. 그리곤 곧 서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었지. 서로의 표정이 너무나 웃겨 약속한 듯 풋 하고 웃은것도.
“괜찮아요?”
큭큭 거리며 웃음을 참으며 다가온 당신은 매우 키가 컷었지. 네, 괜찮아요. 내 얼굴도 신경쓰기전 당신의 얼굴에 감탄해 입만 벙하니 벌린채 고갤 끄덕였지.
이내 당신은 침착하게 호출버튼을 누른채 내가 무서움에 질릴까 옆에 다정히 서서는 잘근잘근 손톱을 씹어대던 내 손을 붙잡더니 꽉 잡아주었지.
부끄러운 마음에 그의 얼굴을 살짝 올려다 봤을때 그가 말했지.
“손톱 못생겨져요. 얼굴도 못생겼는데 손마저 그러면 안돼죠.”
네? 경악하는 내 표정과 달리 그는 그 상황에도 큭큭 웃으며 귀엽네 하고 작게 말했다. 뭐야, 하면서도 심장이 자꾸만 떨려왔다. 투덜대면서도 맞잡고 있는 따뜻한 손을
나 역시 꽉 잡았다.
“뻥이에요. 예뻐요, 이렇게 갇힌김에 얘기나 할까요?”
설레는 감정, 우연이 아닌듯한 필연. 아마 우리둘의 시작이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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