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였을꺼야. 인성학원에 다녔을 땐 데, 학원에서 미국 아이비리그 탐방 이주 프로그램을 만들었었어. 그때는 그 학원에는 나같은 몇몇애들을 제외하곤 있는집 자식들이 대부분이였는데, 어린나이에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이 그렇게 가고싶었던거야. 철없이 부모님을 졸라서 그 큰 돈을 무리하게 들여 결국 미국에 갔었다. 제주도가는 비행기 두어번 타본게 전부였던 내가 또래애들끼리 인솔선생님 따라서 첫 장시간 비행기를 탔었어. 처음엔 부모님 품에 떨어져서 친구들이랑 가는 이국땅에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고 그랬는데, 그것도 잠깐이였어. 비행기가 뜨면서 귀가 미친듯이 아파오는거야, 고막인지..겁부터 먹고 울고 여승무원들은 어쩔줄 몰라하고 결국 선생님이 옆자리에 앉아 서너시간동안 달래서 재웠지. 인공적인 맛이 나는 기내식도 좁은 공간도 조용한 기내안도 너무 힘들고 딴에는 고달팠던 것 같아. 여차저차 탐방이 끝나갈 때 쯤엔 한국에 가고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어. 엄마아빠도 보고싶고 할머니까 끓여주는 된장찌개도 먹고싶고 평소 자주 싸우던 여섯살 동생도 보고싶고 그랬는데, 막상 공항에 오니까 겁부터나는거야. 또 귀가 아플까봐. 역시나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귀가 너무아파서 울고불고. 흑인 여승무원이 말도 안통하는 동양인 여자애를 붙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칠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 흑인 여승무원 얼굴은 어렴풋기억난다. 뭐라 알아들을수 없었던 영어로 나긋나긋하게 어르는데 무슨말인지는 못 알아들어도 고개만 끄덕끄덕거렸었지. 겨우 잠들고 깼을 때는 배가 너무 고팠어. 미국 음식,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엄청 맛있게 생겼는데 스팸보다 훨씬 짠 소세지라던지 느끼한 스크램블 같은? 내 입에 맞지않아 호텔에서는 우유에 후레이크를 말아먹고 한인식당가면 불고기전골 설렁탕 같은건 열심히먹고.뭐 그날은 내내 비행기 기내식은 입에도 안가져갔으니까. 어두운 기내안에, 애들 몇몇빼곤 다 자고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뭘 하나하나 나눠줬는데, 컵라면이였어. 컵라면. 어찌나 반갑던지. 기내식은 과일이라도 입에도 안가져갔는데 컵라면은 허겁지겁 먹었었는지...국물까지 다 먹고 네번이나 먹었었어. 아무 말 없이 네번이나 컵라면을 가져다준 승무뭔언니한테도 참 감사하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뜨끈한 라면국물은 잊을 수가 없어. 승무원들도 그렇고. 이런 얘기를 여기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여태 살면서 먹었던 의미있엇던음식들 얘기나 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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