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경국지색(傾國之色) - 모든 것의 시작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9/15/21/70071706d039a88300518f24073a54e1.jpg)
성국(娍國)이 위험을 무릅쓰고 치룬 전쟁의 최후는 지극히 참담했다. 온 나라 안에는 항복을 뜻하는 흰 깃발만이 가득했고, 길거리는 전쟁에 끌려간 사내들의 시체 썩는 냄새, 백성들의 울음소리로 들끓었다. 왕에 대한 원망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으며, 그토록 비옥했던 농지는 황폐화되고, 풍요로웠던 국고는 바닥나 그 예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참담했다.
이와는 반대로, 성국(娍國)이 침략한 휘국(徽國)은 전쟁 덕에 부강해져 위엄을 과시했으며, 자신의 나라들이 침략당할까 두려워진 이웃 나라들에게서 들어오는 조공이 차고넘쳐 썩을 지경이었다. 그저 약소국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던 휘국(徽國)이 하루아침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강대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전쟁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휘왕(徽王)과 세자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로 성국(娍國)을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기 위해 끊임없이 무리한 조공을 요구했다. 처음엔 비단 200필, 그 다음엔 말 300 필, ...... 요구하는 조공의 정도와 규모가 심해져 성국(娍國)이 더 이상 조공을 바치지 못하게 되자, 휘국(徽國)의 왕과 세자는 그것을 명분으로 수많은 사신과 군사를 거느리고 직접 성국(娍國)에 찾아와 군신관계를 맺고, 그 증표로 공녀를 요구했다.
"공녀로 오게 될 그 아이, 그 아이가 우리 세자 마음에 얼마나 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여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국(娍國)이 아닙니까."
"공녀로 바칠 아이를 구할 때까지 보름의 말미를 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성왕(娍王)?"
휘왕(徽王)의 옆에 앉아있던 승철이 방 안을 살피더니, 한 곳을 지긋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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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는 이 방에 든 순간부터 저 계집아이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저토록 어린데도 휘국(徽國)에 있는 그 어느 궁인이나 무희보다 새하얗고 어여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바마마?"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미소를 걸친 승철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는 어린 여주옹주가 서 있었다.
"저 아이는 이제 10살입니다. 채 지학(志學, 15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려가 뭘 어쩌시겠다는 겝니까!"
"우리 세자 마음에 들 법한, 근사한 아이로 부탁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성왕(娍王). 당연히 세자비로 삼아야지요. 세자, 아니 그런가?"
"여주옹주는 제가 가장 아끼는 옹주입니다. 휘왕(徽王), 부디 자비를 베풀어......"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성왕(娍王)의 말을 가로막은 승철은 단번에 자신이 지목한 아이가 성왕(娍王)이 가장 총애하는 옹주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가 자신을 완벽히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는 지략 중 하나는 상대가 가장 아끼는 것을 빼앗아 다시는 방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휘왕(徽王)의 말이 떠오른 승철은 그 여주옹주라는 아이가 더욱 마음에 들어, 다른 공녀를 바치겠다고 하면 세자의 권위를 남용해서라도 성국(娍國)을 위협할 작정이었다.
"성왕(娍王)전하, 공녀로 바쳐지는 계집아이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딱 두 가지 뿐입니다. 왕족의 마음에 들면 그 나라에서 부귀를 누릴 수 있게 되나, 그렇지 못하다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아이라면 소자의 정인(情人, 의중(意中)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도 부족함이 없어 뵈어 자기 생사 정도는 도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휘국(徽國)의 세자답게, 어린 나이에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할 줄 아는 승철이었다. 휘왕(徽王)은 이런 세자의 모습이 자랑스러운 듯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은근한 겁박(劫迫, 위력으로 협박함)으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음을 단단히 했다.
"우리 휘국(徽國)과 성국(娍國)은 이제 군신의 관계가 아닙니까. 신하된 자가 군주된 자에게 충을 다할 수록 그 관계가 굳건해지고 탈이 없는 법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성왕(娍王)."
"우리 세자와 각별한 연을 맺을 아이인 만큼, 열흘 후에 제가 세자와 직접 찾아오도록 하지요."
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성국(娍國)을 죄여오는 휘국(徽國)에 어서 옹주를 공녀로 바치고 군신관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상소가 성왕(娍王)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결국 성왕(娍王)은 아무런 비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휘왕(徽王)과 약속한 기일과 마주했다.
"전하, 휘국(娍國)의 왕과 세자께서 도성 앞에 당도하셨다는 전갈이옵니다."
"도성 문을 열어 드리거라."
그간 온갖 정사(政事, 정치상의 일)를 등지고 침소에 있던 성왕(娍王)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순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10살의 어린 여주옹주를 바라보았다. 옹주가 맑게 웃어보이자, 소중하다는듯 볼을 쓰다듬던 성왕(娍王)은 죄책감이 들어 이내 손을 거두고 눈을 피했다.
"아바마마,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시옵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 것이옵니까?"
"지금부터 아비가 하는 말을 절대 잊어선 아니 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음 속에 새기고 살아야 한다."
"예, 아바마마."
"만약, 휘국(徽國)에 가게 된다면, 그곳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주어선 아니 된다."
"소녀가 휘국(徽國)에 가옵니까?"
"......윤 상궁, 옹주를 데려가게."
상궁에게 옹주를 맡긴 성왕(娍王)은 무언가 나쁜 직감에 울먹이는 옹주의 모습을 견딜 수 없다는 듯 외면해 버렸다.
"......못난 아비를 용서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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