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국(徽國)
휘두를 휘(揮) , 아름다울 휘(徽)
1. 아름다움에 휘둘린다.
2. 아름다움을 휘두른다.
시간은 무심하도록 빠르게 흘러가 여주가 휘국(徽國)에 온지도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모든 것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양, 그대로 스러져 죽을 것만 같던 여주도 더이상 승철에게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곁을 지키며 일과를 함께했다. 몇몇은 여주의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비춰지지 않아 걸어다니는 시체와 진배없다며 수군댔으나, 여주를 그저 진귀한 장신구 정도로 여길 뿐인 승철은 그 정도로도 만족하는 듯 했으며, 더 이상 철부지 세자가 아니었던 승철이 여주에게 허비할 시간은 없었으므로, 여주의 얼굴에 가득한 슬픔을 눈치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서책을 보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국혼 생각에 머리가 아파진 승철은 마주보고 앉아 서책을 읽던 여주와 궁중을 거닐고 있었다. 승철을 어릴 적부터 보필해 왔던 성 내관은 자꾸 이렇게 여주를 곁에 두시면 안 된다 애원했으나,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승철은 그 말을 귓등으로조차 듣지 않는 듯 보였다.
"여주야."
"예, 저하."
"지금 내가 너에게 간절히 원하는 것이 하나 있다."
"......소녀가 그것을 드리지 않기를 원하여도, 결국 저하의 뜻대로 하실 것이 아닙니까."
"잘 알고 있구나."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너와의 국혼이다."
청혼이라면 청혼으로 들릴 법한 내용의 말이었으나, 승철의 표정과 어투는 듣는 사람이 착각할 수 있는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버릴 수 있을 만큼 무미건조하고 공허했다. 자신이 연모하는 여인에게 평생의 연을 맺어 달라, 수줍게 청혼하는 사내의 붉은 귀도, 떨리는 손도, 승철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주 또한 승철과 지내온 지난 6년의 세월동안 안 그가 유일하게 탐욕과 집착을 느끼는 것은 이 나라 휘국(徽國)과 왕권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을 얻어내고자 하심입니까."
"마땅한 다른 여식과 혼인하지 않으면, 영의정의 여식과 혼인해야 한다더구나. 영의정에게 날개 한짝 더 달아주는 꼴밖에 되질 않느냐. 난 그건 죽어도 싫다."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야 당연히......"
"네 목숨줄이 아니겠느냐."
"여주야. 절대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너는 휘국(徽國)에 온 순간부터, 나의 장신구가 아니었느냐."
"기억하거라."
"사람들의 손에 쥐인 장신구는, 쥐고 있는 이가 그것을 떨어뜨리면, 깨지기 십상이다."
승철이 여주와 국혼을 올리겠노라 아버지인 휘왕(徽王)과, 수십 명의 고위관료 앞에서 공언한 뒤로, 왕실은 마치 태풍을 맞은 듯 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휘왕(徽王)은 유생들의 상소와 석고대죄에 시달려야 했으며, 몇몇 간신들이 영의정을 부추겨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어찌되었건 여주는 세자빈이 될 여인이었으므로 그 날 부터 승철은 여주를 동궁전 옆 전각이 아닌, 세자빈이 국혼을 치루기 전 머무는 처소인 휘은각(徽隱閣, 아름다움을 숨겨놓은 전각)에서 머물게 했다. 궁궐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전각이었으므로 여주에게까지 화가 미치지는 못할 것임을 염두에 둔 승철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빈궁마마, 대군(大君, 왕의 적자에게 주던 작위)께서 드셨습니다."
휘은각에 갇혀지내다시피 하는 여주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른 채로 무의미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이라지만, 이번 국혼은 자신의 삶을 더욱 더 옥죄일 족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자신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 잡아 보아도, 가끔 궁인들이 자신에게 '빈궁마마'라고 칭하며 부를 때면 그 답답함은 배가되었다.
"그 분이 누구신가, 내가 들어본 적 없는 함자(銜字, 남의 이름자를 높여 이르는 말)인 듯 한데."
"세자저하께서 책봉되신 뒤로, 부부인(府夫人, 조선시대에, 정1품 대군의 아내에게 주는 봉작)마님과 남쪽 지방에 계셨사온데, 이번에 왕실에서 빈궁을 맞아들였다는 것을 아시고 오랜만에 도성에 방문하신 것이옵니다."
"드시라 하게."
문을 지키고 서 있던 궁인들이 문을 열자, 푸른색 도포를 갖춰 입은 사내가 방에 들어섰다.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빈궁."
"원우대군이라 합니다."
원우(媛佑)
미녀 원(媛), ( 원할 원(願) )
도울 우(祐)
1. 미인을 원하여 그녀를 돕다.
2. 미인이 원하여 그를 돕다.
※사실 원우 이름은 둥글 원에 도울 우 입니다! 둥글게 도우며 살라? 이런이름뜻인거 같았는데..
글 상에서 껴맞추기 위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우 부모님 송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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