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득 안고 맞이한 토요일. 설마, 하는 마음이 가장 크지만 한편으로는 설렘을 감출 수 없는 표정과 입매로 촬영하러 갈 -윤기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데 자꾸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태형이의 말 '예쁜 옷 입고 예쁜 짓 한다던가 해 봐.' 괜히 옷을 고르다가 멈칫, 거울을 보다가도 멈칫. 분명 자기는 남자고, 윤기도 남자이니 윤기가 자기를 좋아할 가능성이 정말 희박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대개 누구나 그렇듯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는거지. 혹시 태형이 말대로 예쁜 옷 입고 예쁜 짓 하면, 마음 없던 아저씨도 날 조금이라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보다도 더 길게 시간을 끈 준비를 마치고 윤기에게로 향하는 길과, 평소때와 같이 가볍기만 하지는 않은 지민이의 발걸음. -아저씨! 설렘 반, 떨림 반으로 윤기 작업실 문을 훽 열었는데, 윤기는 그저 지민이를 등지고 앉아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을 뿐. 혹시 못 들었나, 지민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 윤기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더 윤기를 부르는데, -..아저씨? 저 왔는데... -어, 왔어? 먼저 옷 갈아입고 촬영실에서 기다려. 지민이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컴퓨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매정히 대꾸하는 윤기. 지민이는 싸늘한 윤기 태도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침에 그렇게 들떠서 나온 게 생각나서 속상하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이 합쳐져서 지민이도 울컥, 하면서 화가 나는거야. 나는 아저씨 때문에 일주일을 끙끙 앓으면서 아저씨가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계속 그것만 생각했는데. 결국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고여내고는 쿵쿵거리면서 촬영실 옆 옷방으로 급하게 들어가는 지민이. 그리고 남겨진 윤기는... -하..... 그대로 의자 등받이에 쭉 기대고는 마른세수. 윤기도 미치겠는거야, 정말. 애가 자기를 부르는데, 자꾸 그 애를 상대로 들었던 상상들이 되감겨 재생되서, 그래서 자기도 돌겠는거지. 애가 그렁그렁 우는 걸 아는데도, 또 그것조차도 달래줄 수 없겠고. 아직 미성년자 딱지도 못 뗀 애를 가지고 지금 뭐 하는 건가, 자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욕망에 들끓는 사람이었나도 싶고. 지금 딱 하나, 윤기가 제일 걱정되는건, 지민이가 자기를 싫어하게 될 까봐. 아저씨랑 이제 더 못하겠다고, 이제 다시 못 볼까봐. 윤기도 아슬아슬 외줄타기 하면서 간신히 버티는 중인데, 사실은 이제 뭘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차라리 계속 이렇게 쌀쌀맞게 대해서 지민이가 먼저 뛰쳐나가도록 하는 게 지민이한테도 좋을까, 아니면... -..아저씨, 촬영해요. -어..., 그래. 그새 울었는지 벌게진 눈두덩이로 자기를 부르는, 자꾸 자기를 헷갈리게 하는 저 새파랗게 어린 아가를, 내가 욕심내도 될까. 14. 흰 배경 앞,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지민이와 그보다 앞에서 소리없이 지민이를 담아내는 윤기. 둘 사이 무거운 정적에 들리는 것이라곤 그저 윤기가 셔터를 누르는 소리 뿐. 지민이가 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비죽 내민, 피사체로서 가장 좋지 않은 포즈를 취하고 있음에도 윤기는 그냥 말없이 사진을 찍고. 그렇게 한참을 찍다가 결국 윤기가 일어서서 눈감고 한숨 쉬겠지. -지민아. -..왜요. -..아니다. 힘들텐데 조금만 쉬고 하자. 무언가 말하려는 듯 지민이를 보며 입술을 벙긋이다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윤기. 그 말에 다시 울컥한 지민이가 일어서 뒤돌아 촬영실을 나가려는 윤기에 등에 대고 소리치고. -..아저씨! 그 소리에 우뚝 멈춘 윤기. -왜..., 왜 이제 나한테 아가라고 안 해요? 왜 안 웃어줘요? -........ -왜.., 끅, 왜 이제 긴장하지 말라구.., 뒷목도, 흡, 뒷목도 안 주물러주구..., -........ 뒤돌아선 윤기. 지민이는 이제 거의 무너지듯 긴 소매 끝에 얼굴을 묻고서 흐느끼고. -왜 이제 나한테 예쁘다고도 안 해주고..., -..지민아. -좋아하게 만들었으면서! 아저씨가 좋아하게 만들었잖아요! 나는, 난...끅, 진짜루 나는... -......... -아저씨 좋아한단 말이에요.... 뱉어지는대로 막 내뱉고서는 의자에 주저앉아 정신없이 우는데 어느 순간 윤기가 지민이 앞에 서있겠지. 지민이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우니까 윤기가 지민이 발치에 무릎을 접고 앉아 지민이를 안아줄거야. 등을 토닥토닥이기도 하고, 두어번 쓸어내리기도 하고. 뭐랄까, 그 손길이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지민이는 더 서럽게 울겠지. 윤기 목에 팔을 두르고, 품에 안기다시피. 그렇게 규칙적으로 토닥여주는 윤기에 지민이가 서서히 진정하고 울음소리가 멎어들어가면 그제서야 윤기가 지민이를 품에서 떼어내고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등으로, 손가락으로 닦아내줄거야. 정신없이 우느라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칼도 귀 뒤로 넘겨주고. 한참을 그러다 붉고 하얀 얼굴을 막 쓰다듬으면서, 지민이랑 눈을 마주치고서 말하겠지. -아가. -........ -아저씨가 겁이 많아서 미안해. 부어오른 두 눈두덩이에 입술을 맞대길 두 번, -우리 지민이가 이렇게 예쁜데. 그치? -..아저씨... -아저씨도 솔직하게 아가 좋다고 했으면 됐을 일을. 울려서 미안해. 고개를 틀어 지민이의 입술을 입에 담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혀를 세워 부드럽게 쓸어내리기도 하고. 제 소매를 꼭 쥐어오는 손길에 작게 미소짓고는 입술을 떼어 넋이 나간 지민이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뒷목을 주물러주며, -아가, 긴장하지마. 다시 입을 맞추어 그 입술 새를 가르고 들어가 온통 헤집을 거야. 차분히 정리되어가는 두 사람의 마음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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