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푸른
나는 정택운을 잊지 못한게 아니라 가끔씩 추억하는 거였다. 지금 딱 7년만의 정택운이 내 맞은편에 서서 여자친구일지도 모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 낡은 봄의 한자락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음, 그니까 고등학교 1학년 입학 때 널 처음봤던가.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렇게 기억에 남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우린 어쩌다 함께 하게 되었을까. 그래도 그 봄이 참 따뜻했어서 그래서 내가 아직 널 추억하고 있는거야. 그치?
아침에 학교에 오면 운동장을 향해서 그리운 눈길을 보내던 네 옆모습도, 점심을 먹고나면 나른하게 한숨 자던 그 모습도, 내가 좋아해 좋아해 애교를 부리면 고개를 돌리며 빨갛게 물들던 그 귀여움도 난 다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
우리가 첫키스 하던 날 기억해? 그때도 딱 이런날씨 였는데, 하얀 입김이 눈앞을 가릴 정도로 추운날에 손가락이 빨개지도록 네 손 꼭 잡고 우리집 가던날. 그때 넌 사뭇 긴장한 얼굴이었고 입술도 덜덜 떨렸었지. 사실 나 걱정했었어. 남자끼리 그런거 네가 싫어할까봐, 내가 하자고 하면 네가 도망갈까봐. 그날 먼저 다가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래서 울어버렸는데 당황해서 쩔쩔 매던 네 모습도 다 기억나.
아, 우리가 처음 싸운날도 기억나. 네가 딴 여학생이랑 놀이공원에 갔을 때 그때 내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모르지? 차라리 그때 남학생하고 갔다면 그렇게 서럽게 네 앞에서 울지는 않았을텐데, 아니 남학생과 같이 놀이공원가는게 더 웃긴가. 어쨌든, 그런거 아니라고 오해라고 미안하다고 말주변도 없는 네가 변명한다고 이리저리 허둥대는게 너무 귀여워서 울다가 픽 웃어버린것도. 내가 너 어지간히 좋아했나봐.
너랑 같이 걷던 교정도, 같이 공부하던 교실도, 졸업앨범에 너와 같이 찍은 사진도, 수학여행가서 처음 가져봤던 관계도 다 그렇게 따뜻했는데. 우리가 왜 갈라섰는지 사실 난 기억이 잘 안나. 넌 기억하고 있니, 우리가 왜 갈라섰는지. 근데 이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너와의 따뜻한 봄이 이제 아른아른 할 정도로 무뎌져서 이대로도 좋아.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긴 봄이 될거야. 아직도 가끔 너 생각하면 막 웃음나고 그래.
"아빠!"
아, 순간 내 입에서 작은 탄식이 튀어나왔다. 아빠가 되었구나,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구나. 말없이 두팔 벌려 조그만 딸아이를 안아주는 정택운의 모습이 또 너무 잘어울려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안녕' 아이를 안고 일어나는 정택운과 마주쳤을때 그 입모양은 분명 안녕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그 추억이 물 밀듯이 밀려와서 가슴이 뭉클 했다. 이제 나도 내 낡은 봄의 한자락을 마저 놓아줄 때가 되었구나, 하는게 느껴져서 가슴 한쪽이 시큰거렸다.
"형 늦어서 미안해요!"
내가 기다리던 내 또다른 봄이 드디어 나타났다. 택운아, 우리는 같은 곳에서 봄을 맞았고 이제는 서로 다른곳에서 각자의 봄을 살고 있는거라고 그렇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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