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어색하다. 그러니까, 내가 얘랑… 짝꿍이 될 줄은 몰랐다. 하얀 작은 쪽지에 숫자 3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로를 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권지용이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 한 짝을 빼내더니 내게 자신의 오른손을 스윽 내밀었다. 나를 향해 뻗은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당황하며 그 손을 붙잡았다. 붙잡은 두 손이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한 달 동안 잘 부탁해."
"나도."
고개를 끄덕이던 권지용이 자연스럽게 손을 놓곤 제 자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멀뚱히 그런 권지용만 바라보니 내 시선을 느낀건지 권지용이 슬쩍 나를 쳐다보며 뭐하고 있어 하고 물어온다. 아니야 고개를 두어번 흔들곤 권지용의 옆자리에 앉았다. 진짜, 어색해서 죽을 것 같은데 권지용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며 생글생글 잘 만 웃어보였다. 그런 권지용의 얼굴을 보기가 껄끄러워 그냥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그리고 권지용과 같은 교실을 배정 받았고, 제비뽑기를 하여 같은 자리를 뽑았다. 놀랍게도 권지용과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새학기가 시작되기 이주일 전 까지 사귀는 사이였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권지용과 나는 항상 함께 했다. 벚꽃비가 내리는 날 나는 권지용에게 고백했다. 지용아, 나 너 좋아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던 권지용은 내가 본 어느 때 보다 활짝 웃으며 날 안아줬다. 나도 널 좋아해. 라고 말 하며. 그렇게 우린 순수한 사랑을 했다. 사귄지 100일이 훌쩍 지났는데도 입술이 닿을 때면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서 입술을 떼고 나면 서로를 바라보지 못 한 채 우왕좌왕 거리다가 그런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곤 하였다. 어느 누구보다 예쁘고 순수한 사랑을 했었다. 어느 날 부터 인가 우린 서로에게 보였던 그 뜨거운 관심의 무게를 조금씩 덜게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 쉽게 들킬 걸 알면서도 권지용 몰래 다른 남자도 만나봤다. 권지용은 그걸 알면서도 내게 웃어줬다. 하지만 권지용의 웃음 속에서 2년 전의 그 깨끗하고… 예쁜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똑같았겠지. 벚꽃비가 아닌 거센 빗줄기가 떨어지는 날 우린 헤어졌다. 그 누구도 헤어지자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내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었다. 그리고 권지용을 향해 안녕 이라고 말했다. 권지용이 그런 날 보고 슬핏 웃더니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그게 길다면 긴 우리의 순수한 사랑의 끝이였다.
"일어책 있어?"
"…어? 응."
"같이 보자. 나 책 두고 왔어."
내 책상 정중앙에 놓여진 파란색 표지의 일어책을 펴서 슬쩍 권지용 쪽으로 밀어주었다. 살짝 옮겨지는 책을 보곤 권지용이 고맙다며 웃어보였다. 어떻게 대답할 지 몰라서 그냥 눈만 도르륵 굴리고 있는데 마침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나에게 계속 닿아있던 권지용의 시선이 드디어 정면으로 옮겨져 갔다. 휴…. 권지용 몰래 긴 숨을 내뱉았다.
"여러분의 일본어 과목을 맡게 된 이승현이라고 합니다. 이 학교에 전임하게 되어 처음 만난 반이 여러분 인……."
다소 젊어보이는 선생님은 까만색 수트가 잘 어울리지 못 했다. 어깨가 좁아 수트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양세가 웃겨 나도 몰래 고개를 숙이고 살짝 웃는데 권지용과 눈이 마주쳤다. 아…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 하고 그저 꿈뻑꿈뻑 눈만 깜빡이는데 권지용이 입을 뻥긋뻥긋 벌리며 뭐라고 내게 말을 해왔다.
일.본.어.쌤.어.깨.좁.다.
그러면서 권지용은 그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소리도 없이 끅 끅 몸을 흔들며 웃어보였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는 권지용의 모습이 오랫만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똑같이 웃어버렸다.
"거기 오른쪽 뒷 자리 학생 두 명?"
"……."
"둘이 사겨요? 둘 만 사이좋게 웃고 있네요. 나가서 웃으세요."
"…안 웃었는데요."
"안 웃었어요? 그럼… 나가세요."
깜짝 놀라 토끼눈이 된 채로 일어 선생님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권지용이 끼익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내 손목을 잡아 끌어 날 일으켜 세웠다. 권지용에게 잡힌 손목이 뜨거워 지는 기분이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권지용이 제 손을 놓곤 선생님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곤 뒷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권지용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데 뒷 문 앞에서 권지용의 발이 멈췄다.
"아, 그리고 쌤."
"예, 말씀 하세요."
"저희 안 사겨요."
권지용의 마지막 말에 젊은 일본어 선생님이 벙찐 표정으로 나와 권지용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대로 권지용은 뒷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일본어 선생님의 표정변화를 보다 쓴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냉큼 교실을 빠져나왔다.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는 권지용 옆에 섰다.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차가운 3월의 날카로운 바람이 들어왔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권지용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저희 안 사겨요, 저희 안 사겨요, 저희 안…. 말을 내뱉으며 지었던 권지용의 차가운 표정도 자꾸만 생각이 난다. 슬쩍 곁눈질로 바라 본 권지용은 내게 등을 돌린 채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꼭, 그렇게 말 해야했어?"
"뭘."
"……."
"안 사귀는 거 맞잖아. 헤어졌다고 말 할 수도 없고."
"……."
수업시간 까지 따뜻한 목소리로 생글생글 내게 웃어주던 권지용은 없었다. 등을 돌리며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입을 벙긋 거리는 권지용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차가웠고 표정도 굳어있었다. 지이이잉 하고 긴 진동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권지용이 나에게 닿은 시선을 거두고 교복 마이에서 진동이 울리고 있는 제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하더니 그 굳었던 표정을 풀곤 전화를 받았다.
"어, 왜?"
"……."
"아침에 누나가 공강이라고 말 안해줬잖아."
"……."
"어, 다음은 꼭 말해줘. 나도 보고싶어."
벚꽂비가 내리던, 어린 소녀와 소년이 서툰 사랑을 고백하던 그 날의 권지용 같았다. 온순한 표정에 따뜻한 목소리였다. 소리내어 웃진 않았지만 권지용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보기 좋게 올라가 있었다. 순간 권지용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권지용이 휴대폰 건너의 누군가에게 말 했다. 나를 보면서.
"그리고 오늘도 사랑해."
그리고 귀에서 휴대폰을 떼어 통화를 종료했다. 어떤 표정도,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아……. 그냥 마른 시선으로 권지용을 쳐다보는데 권지용이 살짝 웃어보였다. 여자친구야. 그렇게 말 하는 권지용의 시선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 같았지만… 응, 그렇구나.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권지용을 향해있던 몸을 돌렸다.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 작은 창문 틈을 후벼파고 계속 들어왔다. 손을 뻗어 창문을 닫았다. 들어오던 바람은 끊겼지만 3월의 학교 복도의 공기는 너무나 차갑기만 했다.
* * *
이태까지 쓴 글엔 보기 편하라고 문장 끝 마다 엔터쳐서 썼는데 오늘은 이렇게 한 번 써봤어요
어떤가요.... 독자님들 편한 방식대로 연재하려고 함당(_ _) 제발 어떻게 쓰는 게 편한지 알려주세여 헠헠
이번 편은 사실 달달한 학원물 쓰려고 했는데 저번 편에 어떤 분이 아련한 학원물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급 장르 변경ㅋ
근데 이런... 글이 나왔네요... 뎨송해요(_ _).. 진짜.. 쉬어야 하나봐여... 도통 글이 써지질 않아요
음.. 이야기 설명을 드리자면 '나'는 권죵을 살짝 그리워 했는데.... 권죵은 몰라여
날 그리워 했을지, 아닐지.. 그리고 여자친구라고 말 하는 저 전화의 주인공은 실제 인물일지 아닐지^^ 상상에 맡김당
그럼 안녕히 계세요(_ _) 전 메일을 마저 보내러 갑니다==333슝슝
아 그리고... 권죵 사진 고를 때 마다.. 듁겠어여... 제가 이렇게 권죵 사진이 없나 싶네여.....(ㅠㅠ) 아니면 이야기랑 맞는 사진을 고르지 못 하는 건지도..
그냥 웃는 사진으로 하고 싶었어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