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빙의글】우리집에 귀신이 산다
“쓰읍.”
테이블 위에 빈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오만상을 찡그렸다. 안으로 스며드는 쓴 맛에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뜨거운 기운이 얼굴로 응집되는 느낌이 든다. 두 눈을 슴벅대며 긴 한숨을 내쉰다. 머리가 어지럽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다시금 소주병을 쥐자 누군가 제 손길을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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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마셔.”
김석진이었다. 저보다 2살 많은 친오빠. 오늘 술자리를 제안한 인물이었다. 김석진은 이맛살을 구기고 취기가 오른듯한 저를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소주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알코올 쓰레기인 제가 벌써 네 번째 잔을 비워낸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김석진의 권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당장 손 떼라. 그러자 김석진은 제 목소리에서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듯, 슬몃 손을 떼며 천천히 마시라며 소심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아마 속으로는 날을 완전 잘못 잡았다며 한탄하고 있었겠지.
“야…. 나 존나 죽어버릴까.”
“왜.”
“그냥 엿 같아서.”
쪼로록. 다시 빈 잔을 채우며 꺼낸 자신의 말에, 고기를 굽는 행동에 집중하던 김석진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 것 같긴한데 당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하아-. 이어지는 서로의 침묵속에서 괜스레 모든게 허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김석진에게 무슨 대단한 위로를 바란것도 아니었고, 그냥 제 마음이 그랬다.
“………”
“………”
“몇 일전까지 집 샀다고 기분 째질 땐 언제고 왜 그런대.”
“………”
“이제까지 번 돈, 거기다 몽땅 써놓고 보니 아까워서 그러지?”
김석진은 더 이상 가라앉는 분위기를 참을 수 없던 모양이었다. 유연한 입매를 보아선 분명 농담 쯤으로 여기고 던진 말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김석진은 눈치가 더럽게 없지만서도 이상하게 제 정곡은 곧잘 찌르곤 했다. 물론 그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일순 치미는 울화통을 참지 못한 자신이 숨을 거칠게 쉬자 김석진은 휘동그레진 눈을 깜빡였다.
“뭐야, 그런거였어?”
“………”
그러자 별 것 아니었다는듯이 김석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제 얼굴에 끼여있던 먹구름들은 한층 더 짙게 드리웠다. 이건 전혀 대수롭게 넘길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제 인생을 뿌리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엄청난…
“이미 지난 일을 돌릴 수는 없겠고.”
“……”
“돈이라면 더 벌면 되지.”
“……”
“넌 떠오르는 마이더스의 손이니까.”
“………”
이쯤되니 김석진이 눈치가 없는건지, 내가 제 정신이 아닌건지 모르겠다. 뭐, 지금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다고 한들 김석진이 믿을 수나 있을까. 그 상황을 몸소 겪고 있는 나조차도 이렇게 현실성없게 느껴지는데. 입안에 고기를 넣고 씹는 김석진을 망연히 바라보던 저는 작은 한 숨과 함께 시선을 내렸다.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조각들이 하얗고 작은 접시에 담긴 게 보인다. 그런데 어째, 고기들이 혼자서 꿈틀대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맞다. 김아미.”
“……”
“너 차기작 말이…야!”
순간 눈앞이 흐릿해진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1화 근원
눈을 떴을 땐, 제 집이었다. 거실 중앙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일단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이마를 손으로 감싸니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속도 금방이라도 토해낼듯이 울렁거려서 얼굴을 사정없이 구겨뜨렸다. 와중에 갈증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 목주변을 긁으며 허리를 일으켰다. 순간 눈앞이 어둑해지며 어질거렸다. 그래도 꼭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향해 걸어나갔다.
“……어으.”
이사한다고 새로 장만했던 은색의 냉장고 문을 열었다. 산지 얼마 안된 물건 답게, 그 안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래도 물은 먹을 수 있게, 생수는 많이 사다놓아서 먹다만 큰 생수통 하나를 잡아서 그대로 벌컥 벌컥 마셨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온도가 아직 덜 깬 정신을 때렸다. 목을 축이자 그래도 아까보다는 아주 조금은 괜찮아진 기분이 들었다. 생수통 뚜껑을 돌려 꽉 잠그고는 다시 제자리에다 내려놓는다. 그런 다음 냉장고 문을 닫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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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우씨!”
그대로 심장이 쿵, 떨어졌다. 얼마나 놀랬던지 이미 삼킨 물이 다시 솟구칠 뻔했다. 제가 닫은 냉장고 문 뒤에 서 있던 김태형은 얼음장같은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다. 심각하게 놀랬던 자신은 미간을 완전히 구겨뜨리곤 그를 바라보았다. 저 자식이 노린게 분명했다. 그렇게 아무말없이 오가는 시선에서 불이 붙었다. 김태형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제 시선을 퍽이나 여유롭게 받아내는 척 한 쪽 입꼬리를 비틀기까지 했다. 허, 그 모습이 너무 기가 찬 저는 입에서 헛바람을 터트렸다. 그리고 삽시 김태형의 표정이 굳었다.
“이 집에서 꺼지라고 했더니.”
“……”
“이젠 남자까지 집에 들이시겠다?”
그가 말하는 남자는 김석진일거다. 어젯밤 급작스레 정신줄이 끊겨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째저째 김석진이 저를 집으로 데려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식이 누구한테 성질을 내고 있어?
“여기 내 집이거든?”
“여기 내가 먼저 살았거든?”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어 열이 확 뻗친다. 쟤 말만 들으면 무슨 내가 이 집에 우겨서 들어온 사람인줄 알겠다. 현실은 땡전 한푼 안내고 이 집에서 눌어붙어 사는 주제에. 제가 갈퀴눈이 되어 김태형을 아니꼽게 쳐다보자, 그는 턱을 위로 치켜들며 어쩔꺼냐는 식의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진짜, 저 쪼마난 머리통을 잡아다 밖으로 내쫒아 준다면 평생 소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남자친구가 불쌍하다. 어쩌다 이런 성격 파탄자랑 만나서는.”
하지만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 -망할 녀석은 김석진을 남자친구로 오해하고 있는 듯 했다- 까지 지껄여도 김태형은 이 집 밖으로 쫒아내지 못했다. 당연히 내 실행력이 부족한 탓은 아니고, 김태형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이렇게 눈으로 볼때는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귀신같은 -귀신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존재였다. 김태형과 닿으면 그의 몸은 순식간에 통과되었으며,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가 보이지 않기도 했다.
무튼 제가 짐을 싸서 나가는 쪽이 훨씬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건 자신이 용납하지 못했다. 왜냐면 이 집은 자신의 전부같은 집이었으니까. 굳이 돈 때문이 아니라도, 김태형이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칠 수 없는 커다란 의미들이 부여되어 있었다. 물론 김태형이 그 깊은 속사정까지 알 순 없겠지만, 곧 죽어도 그에게 양보는 없었다.
“그래도 난 남자친구라도 있지, 넌 여자친구도 아직 못사귀어봤지?”
“……”
사실 많은 걸 -특히 성격,성격 그리고 성격- 배제하고 외향적인 것만 봤을 땐 그는 꽤 근사한 외모를 지녔긴 했다. 그렇다고 이성적으로 끌린다는 뜻은 전혀 아니고, 작품에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듯한 그런 묘한 인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뭐랄까, 청춘 드라마 같은데서 나오는 그런 청량한 기운 같은 게 있었다. 물론 진짜 그를 대입해보면 와장창 깨지만 그냥 보이는 이미지란 그랬다. 그러니까 저 지랄맞은 성격만 뺀다면 김태형은 충분히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 놈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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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거든?”
한번도 지지 않으려 눈을 부라리던 녀석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대답과 달리 여자친구는 없었던 듯 -내 추측이긴 하다- 싶었다. 저는 이 집에 이사온 날로부터 비아냥대던 녀석에게 약점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에 진짜냐고 다시 물으며 실눈을 뜨자 김태형은 갑자기 미친것처럼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자친구가 무슨 상관이냐며 불같이 승질을 내더니, 네 남자친구는 눈이 발 밑에 달렸다느니 -이 대목에서 나는 이를 빠득 갈았다- 비하를 했으며, 혼자서 얼굴이 도깨비마냥 울그락 불그락 해지기도 했다. 자신은 그 지랄맞은 김태형의 모습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와, 진짜 싫다.”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면 되잖아.”
“여기 우리집이라니까?”
“내가 먼저 살았다니까?”
한 번도 안지겠다는 김태형은 꼭 자기가 이 집에서 먼저 살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악착같이 모은 돈주고 이 집을 산 나는 뭐가 되는건지 참으로 의문스러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을 더 이상 입 밖으로 내뱉는 바보같은 행동은 않는다. 왜냐면 김태형과 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쳇바퀴처럼 계속 똑같이 반복되기만 하니까. 차라리 벽보고 말하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니, 우기는 데 장사없다는 거 딱 김태형보고 하는 말이었다.
“………”
“뭘 봐.”
나는 도끼눈을 하고 김태형을 있는 힘껏 째렸다. 그러자 김태형은 눈을 그런식으로 뜨니까 더 못생겨보인다고 말했다. 그 재수없는 말 때문에 내 이마에는 빠직 마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진짜 김태형은 사람 약올리기 대회같은데 나가면 우승은 따놓은 당상일거다. 나는 더 이상 김태형과 마주하는건 진절머리가 난다고 생각하며 주방을 나섰다. 그러자 김태형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구시렁구시렁 말하기 시작한다. 순간 얼마나 말이 많던지 내가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 중 가장 말이 많았던 정호석이랑 버금갈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아예 두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니 목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이런식으로! 개무시를! 하시겠다!”
그리고 김태형은 급기야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 외침에 안 그래도 뜨거웠던 제 머리는 이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나는 방금 전 내 짜증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저 자식이 진짜, 순간 머리 뚜껑이 하늘로 날아간다는 걸 경험하면서 확 뒤돌아섰다. 그대로 김태형의 입이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제 실수였다. 그리고 그 생각이 미쳤을 땐 이미 제 손은 김태형의 얼굴을 통과해있었다. 쉴새없이 입을 놀리던 김태형은 그 행동에 일순 조용해져서는 저를 보았다. 저는 놀라서 손을 떼고는 뒷걸음질쳤다. 김태형과 닿은 제 손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었지만, 적응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
“…………”
지이잉-. 지이잉-.
서로가 입안에 물이라도 머금은 듯이 잠잠해졌을 때였다. 갑작스레 제 뒤쪽에서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아보니 거실 바닥에 던져진 제 자켓에서 나는 소리였다. 어제 걸치고 나간 옷이었다. 저는 그대로 김태형을 뒤로하고 걸어갔다. 무릎을 굽혀 그 문제의 재킷을 손으로 들었다.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니 여전히 울리고 있는 핸드폰이 손에 잡혔다. 바로 꺼내서 액정을 살피니 「김석진」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흰 바탕에 떠 있었다. 뭐, 보기에 썩 좋은 이름은 아니라 그냥 떨떠름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 지금 집이야?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평소같지 않게 낮게 깔려 있었다. 순간 제 머리 위로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 왜? 제가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김석진이 숨을 쓰읍- 하고 들이킨다.
- 너 솔직하게 말해봐.
“뭘.”
- 혹시 그 집에서 이상한 느낌 같은 거 받은 적 있냐?
이상한 느낌? 그 말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아보니 김태형이 저를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제가 세모눈을 하며 무슨일을 저지른거냐며 간접적으로 묻는 티를 내자 김태형은 아예 시선을 피해버리며 귀를 파는 시늉까지 해보였다. 저 자식이 진짜.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데.”
- 아니, 그런 느낌 받아본 적 있냐고.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제대로 말해.”
- 하아……. 그게 그러니까…, 어제 니가 쓰러져 가지고 내가 너네 집으로 데리고 갔거든?
“………”
- 근데 너네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었어.
“………”
- 처음에는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느닷없이 벽에 걸려있던 액자랑 신발장 위에 있던 화분이 동시에 떨어지는거야.
“떨어질 수 도 있지. 그게 왜.”
- 아, 그래. 이거는 우연이라고 치자. 근데 너 거실에다 눕히고 나니까 이번에는 티비가 혼자서 켜지더라고. 채널도 막 혼자 돌아가면서.
김석진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내 듯 무척이나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제 머릿속에는 이미 눈 앞의 김태형이 화분과 액자를 떨어뜨리고 티비의 버튼을 마구 눌러댔을 모습이 떠올라 전혀 몰입되지 않았다.
- 나는 놀라서 굳어 있는데 또 안 쪽에서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거야. 쨍, 쨍, 쨍 하면서. ……그래서 내가 직접 가봤거든? 근데 부엌에는 그런 소리를 낼 만한 게 없더라고.
“………”
- 난 뭐지?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다른 방 쪽에서 물소리가 갑자기……
“아! 맞다. 사람 불러야 되는데.”
엉?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를 깨트리는 저의 쌩뚱맞은 대답에 김석진의 얼빠진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으니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우리 집 티비랑 수도가 고장이 났는 지, 좀 이상해서 곧 사람 부를려고 했거든.”
- ………
“그거 때문에 오빠가 오해했나보다.”
그리고 김석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동생이 이렇게나 확신에 찬 어투로 논란을 잠재우는데 무어라 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겪었던 일은 분명 사실이었을테니 내면의 혼란을 지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눈에 쌍심지를 킨 제가 김태형을 째려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라도 하는 건지 히쭉이 웃어보인다.
- ……아, 그래?
곧 마지못한 김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자신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도록 냅뒀다. 괜히 아닌 척 들쑤셨다가는 좋은 꼴 날리가 없을테니까. 차라리 김석진에게 어디냐고 물으며 대화의 화제를 바꿨다. 그의 단순한 성격은 이럴 때 참 유용했다. 김석진은 순순히 헬스장에 가는 길이라고 답해왔다. 그 사실은 지금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배우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김석진이 몸 관리를 하는 건 얼핏 알고 있었기에 뭐-,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만 들었다.
“네, 그럼 이제 끊고, 운동 많이 하십셔.”
- 아, 니 말 들으니까 갑자기 운동하기 싫어졌어
“있지, 나 다음 대본에는 근육질의 남성을 한번 주인공으로 넣어볼려고.”
- 뭐?
“별론가?”
- 허허허……
“그럼 이만.”
제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짓는 김석진을 뒤로 하고 전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지정되어 있던 정국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순간, 폭풍이 지나갔다는 생각과 함께 격한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땅이 꺼질듯한 한 숨을 토해냈다.
“………”
“진심으로 경고하는데 내 주변인들까지 끌어들이지마.”
이런 일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자신은 잔뜩 날이 선 말투로 김태형에 말했다. 고개를 드니 그 역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는 그 매섭게 생긴 눈과 마주하다 아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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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나 본데.”
“……”
“난 그런 거 상관안써.”
“……”
“내가 바라는 건 오로지 네가 이 집에서 나가는 일이니까 어쩌면 더한 짓도 할 수 있겠지.”
“……”
“그게 싫었다면 평소에 내 말을 듣지 그랬어. 난 매일같이 너한테 경고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이어진 김태형의 말은 정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느꼈다.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이기적이기만 한 생각만 할 수 있는지. 정말 질린다는 표정을 한 자신은 아까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던 재킷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김태형을 지나쳐 현관쪽으로 걸어나갔다. 조금 멀리서도 바닥에 깨어진 화분이 보였다. 하지만 조금도 신경 쓸 틈 없이, 현관에 놓인 운동화를 신고 문 밖으로 빠져 나왔다.
“재수없는 자식.”
쾅! 일부러 큰 소리가 나게 현관문을 닫고 나왔지만, 김태형에게 치미는 화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바로 발 옆에 있던 신문지 더미를 신경질적으로 차버린다. 이어 뒤돌아 걸어나가며, 들고 나왔던 자켓을 걸친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홀드 버튼을 누르자, 깜깜해져 있던 화면에 정국의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밑에 설정해놓은 전화기 아이콘을 누른다. 이어 화면을 채운 전화번호부를 내리며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았다. 곧 제가 원하던 이름이 보였고, 망설임 없이 통화하기 버튼을 누른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별다른 컬러링이 없는 기본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빠르게 끊겼고,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바빠?”
헿ㅎ헿헿ㅎ헤 싸우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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