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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여긴 어디지?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래도 걸리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번엔 발을 휘저어보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혹시 팔과 다리가 없는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느껴지질않는 감각에 조금 무서워졌다. 이곳이 조금만 밝았더라면 내 상태가 어떤지 알수있을텐데. 지독하리만큼 어두운 이곳은, 마치 내가 내 모습을 알지말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뭘까 뭐지 이곳은. 아무것도 할수없어 그냥 멍하니 눈만 굴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저기로 가면 될까? 생각만 하는데 점점 빛과 가까워 졌다. 가까워질수록 더욱 밝아지는 빛때문에 한순간 눈을 꽉 닫아버렸다. 한 번 눈을 감으니 눈을 뜨는게 무서워졌다. 그냥 눈을 감고있을까, 생각하다가 어두운 곳에서 날 꺼내준 빛을 한번 보고싶었다. 조금씩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가 점차 익숙해며 화면 하나가 보였다. 두 남자가 있었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남자와 까맣고 매력적인 피부를 가진 남자. 그 모습을 본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짝하고 깨달았다. 아, 난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하고.








두 남자의 사정
                              w. 하얀집









까만사람이 하얀사람의 뒤에 몰래 다가가 쪽하고 뽀뽀를 한다. 하얀사람이 놀라, 타자를 치고있던 손이 크게 움찔한다. 큰눈을 더 크게 뜨고는 주위를 휙휙 살피고 카페에 손님이 별로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까만사람를 째린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까만사람은 하얀사람의 핀잔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하얀사람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깨에 손이 올라가는 모양새가 꽤나 자연스러웠다.

나 오랜만에 휴가나왔는데 노트북만 볼꺼야?

난 누구랑은 달라서 학점 잘받고 졸업해야 좋은 학교로 발령받아서 내꿈을 이룰 수 있거든.

하얀사람의 대답에 까만사람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오더니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진다. 그 모습에 하얀사람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덮는다. 근데 오랜만에 너 만나는거니까 오늘하루는 과제 안할게. 약속. 예쁘게 눈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까만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진다. 응. 약속.

그럼, 경수형 오늘 영화보러갈래? 영화보러가자.

안돼.

하얀사람의 단호한 대답에 까만사람의 얼굴에 의아함이 피어오른다. 영화보는거 좋아하잖아. 하얀사람은 힐끔하고 까만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사람많은 곳 갔다가 사진이라도 잘못찍히면 어쩌려고 그래.

나 아직 연습생인데..

연습생이여도 소속사가커서 팬 되게 많잖아. 그리고 이제 곧 데뷔라며. 사람들이 너 알아보고 이상한 사진이라도 찍히면 안되잖아. 그치?

으응...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또다시 시무룩해하지는게 꼭 새끼강아지같아서 잠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은 하얀사람은 큼큼거리며 큰눈으로 주위를 조심히 살피더니 쪽하고 까만남자에게 뽀뽀를 한다. 

사람많은 곳에는 못가더라도 오늘 하루는 꼭 같이 붙어다닐게 종인아. 

갑작스런 쪽 소리에 멍청한 얼굴을 짓던 까만남자가 하얀남자의 말에 이내 얼굴이 사르르하고 녹아내린다. 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모양새가 웃긴지 하얀남자가 푸스스웃는다. 그 웃음에 까만남자가 또다시 멍청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진지하진 표정으로 하얀남자와 눈을 마주한다 

그럼 나 오늘 하루종일 형네 집에서 형이랑 있을래.

속이 빤히 보이는 말에 하얀사람이 급격하게 빨간사람이 되어버린다. 그 모습에 까만남자는 몰래 미소를 짓고는 이젠 빨간사람이 된 하얀사람의 어깨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며 작게 귓속말을 한다.

그때처럼 아프게 안할게 오빠만 믿어 경수야

그말에 빨간사람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피어올랐고 까만남자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때, 갑자기 화면에 작은 회오리가 생기더니 점점커져서 빛나던 화면을 먹어버렸다. 눈에 보이는 건 또다시 짙은 어둠이였다. 그래도 처음처럼 무섭진않있다. 아까봤던 장면은 기억은 잘안나지만 분명히 언제가 보았던 장면이다. 그러니 나는 꿈을 꾸고있는게 맞다. 어짜피 꿈 속인데 더이상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저쪽에 빛이 생겼다. 이번에도 생각만했었는데 저절로 빛에 가까워졌다. 또다시 눈을 크게 깜박이자, 아까처럼 화면이 생겨난다. 







이번에는 하얀사람 혼자다. 울고있다. 불이 다꺼진 집안에서 하얀사람은 혼자 울고있었다. 무슨일일까. 이미 엉망이된 얼굴로 눈물을 훔치며 꺼이꺼이 우는데 마치 내가 더 아픈것만 같았다. 

종인아...흐흑....종인아....어떡해...

까만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자꾸 울기만하는데 대체 무슨일일까. 잠시 울먹임이 멈추더니 손에 들린 작은 종이를 보곤 또다시 까만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울기 시작한다. 계속 울었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푸르스름해 질때까지 계속. 마치 몸안에 있는 모든 물을 내보내겠다는 듯이 그렇게, 울기만했다. 







아무것도 해줄수없어 그냥 그저 멍하니 지켜 보고만있는데 또다시 작은 회오리가 생기며 화면을 먹었다. 그러고선 또다시 찾아온 짙은어둠과 얼마안가 보이는 밝은 빛. 이젠 자연스럽게 다가가 눈을 깜박였다. 이번엔 하얀사람와 까만사람 함께다. 그런데 처음 화면때와 달리 표정과 분위기가 어둡다.







그러니까 형 지금..

.........

지금 형 뱃속에....우리..아,아기가...있다는 소리야....?

...........

아기라는 대목에서 소리가 급격히 작아진 까만남자가 저번 화면과 달리 진한 화장을 하고선 모자를 푹눌러 쓴채 하얀사람에게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조용히 묻는다. 하얀사람은 우는 건지 고개를 숙인채 아무런 대답이 없다. 

....형, 경수형..

........

...경수야

.....미안해, 종인아...

.......

...아기 맞대.

........

..어떡해....어떡하지

울먹이는 하얀사람의 말에 까만사람의 얼굴이 급격하게 와르르 무너진다. 하얀남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울고있었고, 까만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본다. 그렇게 한동안 아무말도없이 가만히 멈춰있었다. 창밖이 어두워질때까지 서로 복잡한 얼굴을 한채 그렇게, 가만히.

....형

까만사람의 부름에 잠시 고개를 든 하얀사람이 까만사람의 눈을 바라보고는, 눈빛이 흔들린다. 마치 무슨 말을 할지 다 아는 사람처럼. 
계속 눈을 마주하다 못참겠는지 하얀사람이 먼저 눈을 피해버린다.

경수형..우리 아직 꿈 다 이루지 못했잖아..

결국 까만사람이 말문을 연다. 그 말에 하얀사람이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았다. 마음같아서는 귀를 막고싶지 않았을까 싶다.

형..우리 서로 아직 할일도 많고,

........

....꿈도.. 우리 이제 시작했잖아.

.........

형..우리...아기.......지우자.

그말에 하얀사람은 두팔로 얼굴을 묻은 채 저번 화면에서처럼 울어버렸다. 까만사람도 하얀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더니 저도 눈물이 나오려는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눈가를 비빈다.

어짜피 누군가는 해야할 말이였다. 계속 된 화면에서 보니 두 사람 다 꿈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였다. 아기때문에 발목이 잡힐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 화면을 듣고 보는 내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누가 제 가슴을 몇번이고 난도질하는 것 같이 아팠다. 







아픔이 더 심해지려는데 화면이 또다시 회오리에 먹혔다. 또다시 찾아온 짙은 어둠이 반가웠다. 어둠속에있을땐 아프지않고 아무느낌도 나질않았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빛이 보였다. 이번에는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다가가면 또다시 아플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빛이 다가와 나를 빛췄다. 억지로 눈을 깜박였다. 새로운 화면엔 하얀사람 혼자였다.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수척해진 얼굴에 깜짝놀랐다. 처음 화면에서 봤던 하얀남자가 맞나 싶었다. 하마터면 못알아 볼뻔했다.

도 경수님-

하얀남자를 칭하는 말에 벌떡일어나더니 방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아기를 안고서 해맑게 웃고있는 여자가 그려진 커다란 포스터와, 그 아래 안경을 끼고 앉아있는 조금 인자해보이시는 의사 선생님한분이 계셨다. 하얀남자는 문앞에서 멍하니 포스터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자리에 앉아 의사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다. 더이상 아무도 들어오질  않자 의아한지 의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하얀남자에게 묻는다.

저번에 보호자분과 함께 와달라고 했던 것같은데..

......보호자가...이젠 보호자가 아니라서요..이제 보호자같은거 없어요..

그 말에 의사는 아...하고 말을 끌고는  서랍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건낸다.

보호자가 없으니 이 서류에 싸인만 하시면 수술 바로 시작하실수 있습니다.

....네.

.......

.........

...근데 보호자분이랑은 왜..

서류를 슥 훑고는 싸인을 하려는데 조심스러운 의사의 질문에 울컥 눈물이 나려하자, 하얀사람이 급하게 눈을 비빈다. 크게 훌쩍이더니 싸인을 마저하고 의사에게 서류를 건낸다.

저희들은요, 오래전에 서로 꿈에 대한 계획을 세웠었거든요.

.......

...우리 계획엔 아이같은 건 없었어요.

........

그래서 지금 모든게 틀어져버렸어요..

.........

그래서 다시 바로 잡으려고요.

모진 말을 내뱉는 것과는 다르게 입술을 깨물던 노력에도 무색하게 하얀사람의 얼굴에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가슴이 또다시 찢어질듯이 아파왔다.

.......지금 수술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햐얀사람이 옷을 벗고선 수술대위에 올라가 누웠다. 그때까지도 눈물은 멈추질않고 계속해서 하얀사람의 얼굴을 적셨다.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그 소리에 갑자기 화면이 탁하고 밝아졌다. 눈이 따가울 지경이다. 힘겹게 눈을 뜨는데 화면에 작은 회오리가 생겼다. 다행이다 회오리가 빨리 이 화면을 잡아먹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나는 짙은 어둠속에 조용히 있을게, 다시는 빛따위에 궁금해 하지도 다가가지도 않을테니까, 제발 그냥 어둠속에 날 내버려둬. 

회오리는 그전처럼 화면을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것도 잠시, 회오리가 점점 커지더니 나에게로 집어삼킬듯이 다가왔다. 왜이래 이러지마 뭐하는 짓이야. 점차 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회오리에 빨려들어가지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팔을 휘저어 보지만 처음 어둠속에서 눈떴을때처럼 걸리는것, 잡히는것 하나 없었다. 결국 내 몸이 회오리에 모조리 빨려들어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밝은 빛에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하얀사람과 까만사람이 날 향해 함께 웃고있다. 아, 또 꿈인가, 아니 이번상황은 이전에 본적없다. 그렇다면 이건 내....꿈.인가

아가야, 엄마해봐. 엄마.

하얀사람이 날향해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는 화면이 아니다. 이곳은 어둡지도, 감각이 없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밝았고, 손과 발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이곳 저곳으로 눈을 도록도록 굴리자 까만사람이 엄마를 똑닮았다며 입꼬리를 올린다.

아빠해봐 아가, 아.빠.

엄마 먼저 해야지, 엄마해봐 아가야. 엄.마.

내 눈 앞에 있는 까만사람과 하얀사람이 서로 얼굴을 내게 들이밀며 차례로 말을 한다. 근데 엄...마라고? 아..빠? 이게 무슨소리일까 화면속 사람들이 튀어나온것도 신기한데 엄마라니 아빠라니.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데 나먼저 엄마 소리들을꺼야.

치, 씨는 내씨거든.

애..애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얏, 왜 때리고 그래..

...미안..놀래서 그래, 놀래서. 아기 앞에서 말좀 조심해!

흐흥알았어요 아가엄마.

그러고보니 우리아가 이름도 안지어줬네

그러게 뭘로할까? 종경이? 종수?

뭐야 다 이상해 나중에 이름 지어주는 곳에서 지을래.

에이 우리아긴데 우리가 이름 지어줘야지.

음....그럼 조금만 더 생각하고 지어주자. 우리 아가 예쁜이름 지어주고싶어..

그래, 그러자..아무튼 경수야... 고마워.

...뭐야 갑자기.

그냥 다 고마워. 진짜 정말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

....나도 사랑해.

우리 아가랑 다같이 행복하게 살자.

그래..아가랑 다같이 행복하게 살자.









*









하얀엄마, 까만아빠. 
나 엄마아빠를 원망하지 않아요. 
그저 조금, 아주 조금 아팠을 뿐이에요. 
우리 다음생에라도 다시 만날수있겠죠?
엄마 아빠.. 나 다음생에는 꼭 태어나서 
하얀엄마랑 까만아빠랑 한집에서 같이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나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아. 점점 숨이 막혀와서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목소리가 잘나오질않아요.. 아...마지막으로 정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하얀엄마 까만아빠.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






-수술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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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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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흡 이것도 슬프쟈나ㅠㅠㅠㅠㅠ 아기 입장이 나와서 더 짠해요ㅠㅠ 종인이도 경수도 아기도 다 부쨩해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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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줄근
모자란글에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감사합니다ㅜ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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