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07 |
07
‘마지막 앵콜로 김명수가 노래를 불렀는데, 제목이 뭐였지? Lie였어, Lie. 그 있잖아, 맨날 부르는 그 씨엔블루 노래 있잖아.’
아까 반 친구가 해준 말이 아직도 귀에서 무한 반복 되어 들려왔다. 샤프를 쥐고 언어영역 지문을 풀려고 해도 그 부분이 자꾸 신경쓰였다. 그 녀석의 말로는 노래를 부르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목이 메인 건지 어쩐 건지는 몰라도 노래를 이어 부르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보컬 녀석이 그 노래를 알아서 망정이지 만약 그마저도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공연을 망쳤을 거라고 전해왔다. 괜시리 나 때문인 건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연유로 그렇게 노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울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만난다면 나는 수능을 보기 좋게 망칠 것이다. 잠시 녀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그 머리를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도, 녀석을 만날 생각도 없이 공부에 매진했다.
이건 좀 아니다 싶다고 말하던 남우현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2학년 교실로 향할 때도 나는 개의치 않고 책을 펴고, 공부를 했다. 실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김명수 얼굴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서, 진짜 울게 된 원인이 나일 것만 같아서 눈꼬리가 잔뜩 쳐졌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까, 시간은 절대 수능날까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내일이 수능날이라는 사실도 실은 얼떨떨하고, 여태껏 공부했던게 공부를 한건지 안한 건지 얼떨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내일이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의 시간들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 전날이였기 때문에 독서실로 가지 않고 마지막 야자를 끝마쳤다. 아쉬움과 뿌듯함이 공존했다. 그리고, 정말 모든 게 끝나면 자신있게 너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다짐했다.
[성열아수능대박!!끝나고한번보자ㅎ-성규 형] [이성열수능못보면개망신인거알지잘봐라-남] [성열선배수능잘보세요~우리우현이보단똑똑하시니까-이호원]
신기하리만치 자고 일어났더니 문자가 쇄도했다. 이호원은 남우현에게 안 건지 발신인이 누군지 친절하게 적으면서까지 응원 문자를 보내왔다. 사실 잠을 좀 미룬 감이 있어서 혹 컨디션이 안좋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차분하게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엄마가 챙겨준 도시락과 함께 학교로 나섰다.
수능 장소가 우리 학교여서 망정이지 다른 학교였으면 아마 버스를 타고 가지도 못할 정도로 헤맸을 것이다. 이른 시간에 탄 버스라 그런지 사람은 한산했다. 그래도 차는 적잖게 밀릴 것이다. 수능날이니까,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버스에서 내려 교문을 돌파하려 하는데 후배들이 응원을 하러 나온 건지 꽹과리에 북에.. 차를 건네주며 선배님 화이팅!! 함성소리가 북소리보다 더 큰 것 같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교문 근처로 들어서자 반가운 얼굴로 이호원이 차와 초콜릿을 건네며 소리쳤다 '이성열 선배 화이팅!!' ... 어우, 얘도 좀 남우현 닮아가는 모양이다. 진짜, 부끄럽다..
차와 초콜릿을 얼떨결에 받아들이며 교문을 들어서려 하는데 누군가 제 손목을 잡아옴을 느꼈다. 익숙한 향기, 뒤를 돌아보니 여태껏 피해왔었던 김명수였다. 나는 당황한 기색으로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왼쪽 손바닥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손가락을 펴 무언지 확인하려고 하는데 내 손을 덮어오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웃는 얼굴, 무언가 한결 가벼워 보이는 표정과 더불어.
“교실 가서 봐요, 시험 잘 보세요 선배.”
그 말에 한참을 목석처럼 서 있을 뻔 한걸 남우현이 등 떠미는 퉁에 겨우 시험실까지 들어설 수 있었다. 가방과 짐을 내려놓고서야 제 손에 꼭 쥐고 있었던 사물의 원천을 볼 수 있었다. 뭐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행운의 의미로 선물한 건지 작은 고양이의 형상을 한 휴대폰 고리였다. 그리고 덧붙여 작은 포스트잇도 붙여져 있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한 건지, 내게 단독으로 선물한 건지, 아니면 다른 동급생에게도 선물한 건지는 알 수는 없었으나, 나는 자연스레 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그 휴대폰 고리를 손에 꼭 쥐었다.
「다 끝나고, 얘기 해요 선배.」
그 말은, 무언가 여지껏 답답했던 속을 뚫어주기라도 하는 듯 후련해서 간만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수험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정도로 나는 오랜만에 소리없이 웃었다. 내가 이래서 김명수를 잊을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잊을 생각은 없었지만은. 그 포스트잇엔 녀석의 말투가 깃들어 있었다. 좋았다. 김명수가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간만에 느끼는 설렘이였다. |
이번 편은 좀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죠!!
다음 편은 대망의 완결입니다. 중편이 중편인지라 좀 이르게 완결을 내게 되었네요!
그래도 번외 두편을 더 쓰니까요 걱정하지 마시고~♡ 이어서 정주행 합시다.
수열은 사랑입니다 엉엉 ㅠ.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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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하는거 천박한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