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ilvania
written by. da'len
종인은 엄지손가락과 약지손가락을 이용하여 앞에 놓여진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갑자기 공중 위로 붕 뜨게 된 와인에는 잔물결이 일었다. 그 모습을 보곤 종인은 슬폿이 웃었다. 그의 시선 끝치에는 빼어나온 빈 의자와 누군가를 위해 준비되어진 또 다른 와인잔이 있었다. 일렁이는 잔에 비친 종인의 모습은 흡족함으루 가득차있었다. 한참을 그 곳만 응시하던 종인은 무언의 신호를 받은 듯 알았다는 표정을 드리웠다. 루한… 루한. 종인은 허공에 대구 그의 이름을 한참 중얼거렸다. 저를 찾는 그 물음에 대답이라두 하는 듯이 와인잔은 또 한번 일렁였다. 거 봐, 내말이 맞다구.
1.
"문 좀 열어주세요. 김종인씨!"
백현은 오늘 아침 부터 상태가 매우 구렸다. 더군다나 이번사건의 범인은 김종인이 틀림없다고 한참을 닥달해대는 선배 형사 등쌀에 밀려 프로파일링을 전공한 후배 한명과 찾아오게 된 종인의 집에서는 저를 문전박대 해버리는 게 아닌가. 한숨을 내쉬며 꼭 쥔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기에 이른 백현이 주저앉고 말았다. 아직 이 산골의 거대한 저택까지는 미치지 않은 추위 덕분에 늦여름의 쨍쨍한 햇살은 백현의 머리통위로 내리쬐었다. 우겨져있던 다리가 아파오자 이것도 포기한 백현이 무릎을 콩콩 때려대며 일어났다. 때마침, 저 멀리서 까만 비닐 봉지를 들고 쭐래쭐래 걸어오는 한 인영이 보였다. 분명히 종인일 것이라는 백현의 생각은 그가 가까이 올 수록 더욱 확실해졌다. 김종인, 너 오늘 제대루 걸렸어.
"경찰입니다. 김 종인씨?"
*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의지가 제대루 아작나고 말았다. 메롱이군.
경찰의 방문이 달가운 사람은 없을 테다. 그렇데두 이 반응은 정말 너무한 거다. 백현은 정체 불명의 이 남자에게 화가날 지경이였다. 비닐 봉지에서 나온건 고작 초콜릿 2개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저택 내부와 와인으로 가득찬 벽면에 비하면 형편없게두 부조합스러웠다. 큰 기대를 품고 늘어진 백현은 얼마되지 않아 실망하고 말았다. 그것두 대단히.
게다가 종인은 백현을 보구 계속 실실 웃어대었다. 모자란 사람이라는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백현은 문득 치밀어 오르는 궁금증에 형사님이 쥐어준 종이뭉치를 뒤적여 보았다. 눈을 씻고 보아두 제 머리가 이상한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이상할 따름 없는 신상명세서에 그냥 포기를 하고 말았다. 아무래두 오늘 조금 예민하긴 했다. 백현은 그냥 긍정적으루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저 새끼는 저를 엿맥이고 싶은게 분명하다구.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종인의 행동은 그런 백현의 마음을 산산 조각 내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인내라는 용암이 꿈틀꿈틀 몽그리올랐다.
"그럼 시작하죠."
물 한잔을 요구하자, 벽장에서 와인을 꺼내려드는 종인을 보고 백현은 손을 내둘렀다. 아까부터 제 말에 꼬박꼬박 대꾸라두 하듯 웃어재끼는 종인의 반응이 쌔까왔다.
"루한씨가 없어졌어요."
"……"
"아는 사람인가요?"
"…루한."
간신히 본문으로 넘어온 백현은 밤을 새어 정리해놓은 질문들을 던졌다. 이제껏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종인이 루한의 이름에 고개를 번뜩 들었다. 백현은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 신이나 주절대기 시작했다. 루한씨가-, 루한씨는-, 루한씨-. 종인의 표정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꼴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종인때문에 백현은 입을 싹 닫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선을 죽 그어놓고는 백현의 출입을 막는 사람처럼 종인은 협조해주지 않았다. 정말 범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저를 홀대할 필요두 없을텐데. 그러구보니 집 안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 보였다. 아니, 그러지 않을래두 그럴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의 기대두 모두 허물어버린 백현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새로운 화젯거리를 찾아나섰다.
"어? 저건 뭐예요?"
"아,"
"우ㅡ와. 도마뱀 같은데."
"맞아요."
백현은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종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조그마한 동물은 이목을 이끌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게다가 이 수상한 집에 있는 것이라면, 암.
금빛의 비늘로 뒤덮인 낡은 동물은 꼬물꼬물 잘두 기어다녔다. 아예 괸 턱을 책상에 붙이고 열심히 관찰하는 백현의 뒤로 종인이 다가왔다.
"루이예요."
백현은 루이가 들어있는 어항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공간을 주시했다. 안녕, 루이? 이렇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무언가에 홀리듯 루이를 꺼내 보려는 백현의 손을 제지한건 종인이였다.잔뜩 당황한 백현의 귀가 달아올랐다. 차마 주인에게루 건네지지 못하고 허공에 뻗쳐진 손들에겐 무안함만이 존재했다. 또한 찰나에 닿은 종인의 손이 너무 뜨거워 시선을 놓친 것두 있었다.
"만지지 마세요!"
"…네?"
"물어요. 조심하세요."
"네…"
변명이라구 하기엔 언뜻 본 종인의 표정에 화가 묻어있었다. 아까두 느꼈 듯, 제 공간에 손대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저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한 두개가 아니였다. 너무 사납단 말이지… 이토록 날을 세우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였다.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자존감은 너무 높아 치솟을 듯 하며, 저에게 반문을 하는 듯한 비웃음은 백현에게 이야기하구 있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잖아. 분할 따름이지.
그러구 보니 집안 모든 것이 요상스러웠다. 빨간색으루 도배한 벽지와, 가구들. 처음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은 마치 핏빛으루 뒤덮인 전쟁터같앴다. 혼자살진 않을 테지만, 고작 많이 살아봤자 세네명을 넘지 않을 이 공간은 지나치게두 넓었다. 거실 한 켠을 차지하구 있는 까만 방문에는 금빛 문패에 <KAI>라구 적혀져 있었다. 분명히 저 곳에 시체를 매몰해뒀을꺼야! 한 동안 저만의 상상나래루 빠진 듯 백현은 말이 없었다. 옆에서 옆구리를 쿡 찔러오는 후배의 눈초리에 할수없이 백현은 자리를 떠야만 했다. 오늘은 그냥 가지만 꼭 다시 올껍니다, 씨발.
*
"야, 그냥 쉬엄쉬엄해."
"……"
"어차피 니가 이 사건 해결한다해두 너한테 도움될거 없다. 그지?"
"……"
한형사의 말에 주변 형사들은 모두 동의하는 듯했다. 모두 백현을 경계하느라 분위기만 설렁 설렁 살필 뿐이지 누구도 나서지 못한 것을 한형사가 대변해주니 속이 시원한 눈치였다.
"재주는 곰이 부리구, 돈은 왕서방이 번다구. 니가 피땀 흘린거루다가 김검사 지가 떵떵 거릴텐데. 어떻게 그런다냐. 사람이 적반하장두 유분수지. "
솥뚜껑위에 놓여진 삼겹살이 노릇노릇 제 자태를 뽐냈다. 한형사는 그 말을 건네며 삼겹살을 뒤집었다. 아, 아직 아닌데. 아직 덜 구워진 삼겹살을 뒤집어버리자 군데군데 삼겹살에 눈길이 가 있던 형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뼛속부터 형사근성은 백현 저도 같았는지 그러면 안되지만, 형사님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삼겹살만이 눈에 들어왔다. 귓가에서만 맴돌구 박히려들지 않는 글자들을 느꼈는지, 어느순간부터 한형사님의 말소리두 조금씩 줄어들었다. 야근에, 잠복근무에. 더 이상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노곤함들은 모든 대한민국 형사들의 적이였다. 민중의 지팡이두 여간해선 제 구실을 못하겠네요.
"하여간 담당검사만 바껴봐라. 새빠지는 고생두 끝이다!"
예헤!! 진짜 바뀐것두 아닌데 상상만 해두 좋은 것인지 회식장소는 열댓 형사들의 함성소리루 가득 찼다. 옆 테이블의 신혼부부가 꼬나보는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아마 백현을 제외하고는 그것을 눈치챈 이 들두 적을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강력2반의 멤버들은 하나두 빠짐없이 다 모였지만 어디에두 보이지 않는 김검사의 얼굴이였다. 준면없이 몰래 여는 회식은 언제나 스릴있다. 물론 걸리는 날에는 하루종일 삐진 준면을 달래주느라 모두들 힘을 빼야겠지만. 백현은 문득 떠오르는 준면의 약오르는 얼굴에 웩하구 토하는 시늉을 했다. 언제 생각해두 밥맛인 인간이었다.
카운터는 2차는 노래방이라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남정네들을 몰아내는 알바생들의 손길루 분주했다. 예쁜 우리 똥형사! 어깨를 감싸쥐는 선배들의 손길에두 백현은 넉살좋게 웃으며 밀어냈다. 물론 솔직한 입은 다물 수가 없었다. 아저씨 냄새나요! 하며.
작가의말 |
달렌입니다! 반가워요ㅎ 되게 오랜만에 뵙죠? 아마 저 기억하시는 분들도 없을 꺼라는 기억이..드네요...... 12월달에 돌아온다구 말도 없이 떠났는데 이렇게 또 말도 없이! 돌아왔어요ㅠ_ㅠ 다들 너무 그리웠어용*0 트란실바니아의 모토 뱀파이어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쓸꺼예요. 다음편두 기대해주세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난리났다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근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