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권지용은 교내 방송 음량을 체크하다 말고 턱을 괴고 날 바라보며 저런 말을 꺼냈다. 바닥에 흐트러져 어지럽게 꼬인 마이크 줄을 풀다가 권지용을 바라봤다. 권지용은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채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상상만 해도 좋나보다.
"너 자신 보다 더 좋아해?"
"어… 아마도 조금 더?"
"그 여자 누군지 참 대단하다."
권지용은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 자기애(愛)가 강한 사람이였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으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일을 꺼려했던 그런 이기주의자. 그런 지독한 이기주의자가 제 자신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당연히 놀랄만 했다. 시종일관 입꼬리만 올려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권지용을 바라보다 대체 권지용을 홀린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권지용을 저렇게… 바보처럼 만들어 놨어? 마이크줄을 돌돌 감아 서랍 안에 넣어놓곤 손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었다. 그리고 접이식 의자를 끌어와 권지용의 옆에 앉았다. 권지용이 그런 날 잠시 쳐다보다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깐 계속 웃고 있더니 내가 옆에 오자 평소 모습, 평소 표정으로 변했다. 이거 뭔가 서운한데?
"그래서 그 대단한 여자가 대체 누군데?"
"궁금해?"
"당연한 거 아냐? 알려줘, 알려줘."
"궁금하면 500원."
"야, 죽을래? 어디서 개그를 치구있어."
내게 손바닥을 내밀며 꽃거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권지용의 팔뚝을 아프지 않게 툭 때렸다. 권지용이 그제서야 바보같은 표정을 풀곤 베시시 웃어보였다. 야, 웃기만 하지 말고 좀 알려달라니까? 내 집요한 물음에도 권지용은 그저 웃으며 내 질문을 회피하기 바빴다. 듣기 좋게 조절되어 있는 음량을 괜히 높였다, 줄였다 하고 멀쩡히 컴퓨터 폴더 속에 얌전히 있던 파일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런 권지용의 손목을 확 잡아챘다.
"야, 너 수상한데…. 혹시…."
"…혹시 뭐."
눈을 찢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권지용을 바라보자 권지용의 표정이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변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확신하는 내 말에 자꾸 불안한 건지 잡힌 손목을 수월하게 빼내는 권지용을 향해 입을 열었다.
"김제니?"
"…뭐? 걔가 누군데."
"김제니, 너 좋다고 따라다니던 혼혈 내 친구. 맞지, 맞지? 너 며칠 전에 걔한테 번호 줬다며!"
"걔 아닌데."
확신하며 꺼낸 말에 권지용의 딱딱하게 굳어 올라간 어깨가 일순간 스르륵 풀려 축 내려갔다. 어라… 진짜 아닌가. 당황한 표정도 사라지고 어느새 딱딱한 표정으로 날 보며 대답하던 권지용이 의자에 걸어진 제 교복 마이를 들고 일어났다. 야, 어디가! 하며 권지용의 와이셔츠를 붙잡으니 매점 하고 말하며 와이셔츠를 잡은 내 손을 가볍게 툭 쳐내었다. 그렇게 빠른 보폭으로 권지용은 방송실을 나갔다. 권지용의 뒷모습을 가만 쳐다보다 탁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권지용과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친구였지만 권지용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처음이였다. 가만히 머리를 박고 있다가 단정히 묶여있던 머리를 잡아 끌어 풀었다. 하나로 묶여져 있던 머리칼들이 스르륵 어깨에 닿으며 흘러 내렸다.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 속을 권지용이 크게 한 번 휘져놓은 기분이였다. 그 이유는 그 여자가 궁금해서 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인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먹어."
"…야, 이왕 깨워줄거면 좋게 깨워주지."
"어쨌든 일어났잖아. 입에 크림이나 닦아."
"이게 누구 때문인데."
어느새 꿈뻑 잠이 든건지 권지용이 우악스럽게 입 속으로 빵을 집어 넣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깨워줄거면 좋게 흔들어서 깨워주지 이게 뭐야. 입술 주변에 묻은 하얀색 크림을 손가락으로 슥 닦아냈다. 책상에 놓아진 내 입 속에 들어갔다 나온 빵을 다시 집어 한 입 베어물었다. 아, 퍽퍽해. 큰 빵 속에 조금밖에 들지 않은 하얀색 크림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다 권지용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와 똑같은 크림빵을 한 입 베어물곤 덤으로 과일 음료까지 쭉쭉 들이킨다. 이왕 살 거면 내 음료수도 좀 사오지 치사하게 자기 것만. 음료수를 들이키는 권지용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크림빵을 앙 하고 베어무는데 권지용이 살짝 얼굴을 돌려 그런 날 보고 막 웃었다.
"빵 먹는 거 첨 보냐? 왜 웃어?"
"너 볼에 크림 아직도 묻었다."
"아씨… 그러니까 방송실에 거울 하나 달아달라니까 그걸……."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권지용이 손을 뻗어 내 오른쪽 볼을 가볍게 슥 훑고 지나갔다. 그리곤 제 앞에 놓여있는 휴지를 뜯어 한 번 더 내 볼을 닦아주곤 제 손도 그 휴지에 슥슥 닦곤 휴지통에 버렸다. 아… 얼떨떨한 표정으로 권지용을 바라보자 권지용이 이제 깨끗하다며 내 볼을 제 손등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아무 말도 않고 자기만 바라보는 내가 이상했는지 슥 제 얼굴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코가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에 놀라 급하게 고개를 빼다가 쿵 하고 뒤에 있는 서랍장에 머리를 박았다. 그런 날 보고 권지용은 머리를 부딪힌 나보다 더 얼빵한 표정을 짓더니 곧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즐겁게 웃어댔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웃지마! 하고 버럭 성질을 내도 권지용은 알았다고 말해놓고 계속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야, 진짜 웃지마."
"그러니까 고개는 왜 뒤로 빼서 그렇게 바보같이 부딪혀."
"너가 갑자기 다가오니까…."
"한 두번이냐. 아, 하여튼 ㅇㅇㅇ 진짜 웃기다니까."
웃지말라 화를 내도 권지용은 계속 웃어대기만 했다. 씩씩 거리며 가방을 챙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그제서야 웃음을 멈추곤 제 눈꼬리에 달려있는 눈물 방울들을 닦아내며 이제 안 웃을게 하며 개구쟁이 처럼 웃어보인다. 내가 속을 줄 알고? 또 웃을 거 잖아. 가방을 어깨에 메곤 방송실 밖으로 걸음을 옮기니 야, 기다려! 하며 부산스럽게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한데, 오늘은 너랑 같이 안 갈거야. 나 너한테 여러모로 많이 삐졌어.
권지용을 방송실에 그렇게 두고 교문을 빠져나왔다. 이제 겨울이라고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졌나보다. 벌써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를 즈음에 겉 옷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에서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홀드를 풀어 메세지함에 들어가 발신인을 확인하니 권지용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더 이상의 앞, 뒷 말도 없이 권지용은 달랑 저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좋아하는 사람 이름 알려달랬지 언제 이런 이상한 문자 보내랬나. 끝까지 안 알려준다 이거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홀드키를 누르려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띠로링 하고 알림음이 또 한 번 울렸다. 어… 이번엔 MMS다. …10, 30, 90퍼센트 빠르게 수신되는 메세지를 그저 바라만 보는데 수신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창과 함께 권지용이 보낸 사진이 떴다.
"……."
나였다. 이 사진은 또 언제 찍은거야. 내가 방송실에서 잠깐 자고 있을 때 찍은건지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잠 자고 있는 나와 그 옆에서 브이자를 하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권지용이 함께 찍힌 사진이였다. 아… 그러니까 권지용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인거네? 깨닫기도 전에 발을 돌려 다시 학교로 뛰어갔다. 방송실에서 이 문자를 보고 뛰어 올 나를 기다리고 있는 권지용에게로 뛰어갔다.
* * *
오랫만에 달달한 내용이네요~
오늘 비가 와서 기분이 좋았어요ㅋㅋㅋ 그래서인지 달달한 내용이 써졌네요^^!..맘에 들진 않지만요.. 쥬르륵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달달한 내용... 맞습니다..
이번엔 딱히 글에 관한 설명은 하지 않을게요~
그리구.... 멜링 신청하신 분들은 30명이 넘는데.. 그 30명이 다 어디로 순식간에 사라졌나요ㅠㅠ!!
제 글 평균 추천수 10.. 안 팎을 넘나들다가 멜링글엔 47!!.. 이라 놀라서 설마? 하며 다음 글 올렸는데 역시나 네요ㅠㅠ 엉엉..
아니..그냥... 별 뜻 아녜여... 사실 말 하면 쪼~끔 서운해요ㅜ.ㅜ 아녜요.. 개콘이나 보러 갈래요... ㅅㅇ슝...==333
제목 정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아... 듁겠어여